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여 절경을 이루는 두타연
강원도 양구를 대표하는 DMZ 여행지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깊고 푸른 소(沼)를 이룬 두타연이다. 50여 년 만에 민간인에게 빗장을 열어 자연이 오롯이 살아 있는 생태 관광지다.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 열목어 서식지이자,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 산양이 뛰노는 청정 지대다. 두타연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는 황혜숙 문화해설사는 “열목어, 산양, 수달, 고라니, 노루 같은 야생동물이 주위에 많아요. 탐방로에 다니다 보면 까맣고 동그란 똥이 자주 보이는데, 주로 산양이나 고라니 똥이에요”라고 말한다.

금강산에서 발원한 수입천에 처음 손을 담글 수 있는 자리도 두타연이다. 상류에 오염원이 없어 물이 맑고 투명하다. 두타연에서 한 시간(3.6km)쯤 걸으면 옛 국도 31호선의 종점 아닌 종점에 이른다. ‘금강산 가는 길’이라는 구름 모양 이정표 뒤로 굳게 닫힌 철문이 가로막는다. 여기서 내금강까지 불과 32km. 오랫동안 끊긴 옛길에 따스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철문 앞에서 이 길이 분단의 역사를 보여주는 비극의 현장이 아님을 느낀다. 평화의 내일로 나아가는 희망의 길이자, 금강산 트레킹의 출발점이 되리라는 희망에 설렌다.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두타연까지 승용차로 약 2시간 30분. 마음의 거리가 멀었을 뿐, 생각보다 가깝다. 추석 연휴에 두타연과 금강산 가는 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이 땅의 평화도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지 모른다.

 
두타연 입구에 조성된 열목어 조형물
   두타연은 2004년 일반에 개방하기 시작했고, 2013년부터 사전 허가 없이 당일 신청으로도 출입할 수 있다. 양구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사전 출입 신청을 하거나, 여행 당일 이목정안내소나 비득안내소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신분증을 제시하면 인원만큼 출입용 목걸이를 받고, 차량 점검 뒤 두타연으로 들어간다. DMZ에 가까워졌다는 실감이 나지만, 막상 두타연에 도착하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광에 긴장이 스르르 풀린다.

두타연은 내금강에서 흘러내린 수입천이 바위를 만나 굽이굽이 휘감아 돌다가 높이 10m 폭포로 떨어진다. 두타연에는 맑고 시원한 물에 사는 열목어가 서식해, 입구에 열목어 조형물을 세웠다. 두타연 주위로 생태 탐방로와 조각 공원이 조성되었다. 생태 탐방로는 두타연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와 정자, 계곡을 건너는 징검다리와 출렁다리(두타교), 관찰 데크 등이 마련돼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근사하다. 한반도 모양으로 흘러가는 물살이 소에 떨어지며 하얗게 부서진다. 두타연 상류에 놓인 징검다리는 한여름 물이 불어나면 잠기기도 하지만, 그 외 계절에는 대부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다.

 
두타연 생태탐방로 옆 지뢰체험장
   출렁다리를 건너면 생태 탐방로 옆으로 지뢰 체험장이 나온다. 센서가 움직임을 포착하면 지뢰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고, “펑!” 하는 폭음과 함께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가 투명한 구체 안에서 와르르 퍼진다. 실제만큼 강력하진 않지만 지뢰의 폭발력을 체험할 수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두타연 일대를 둘러보며 기념사진까지 찍는 데 한 시간 남짓,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느긋하게 즐겨도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걷기 여행자라면 두타연 평화누리길을 따라 ‘금강산 가는 길’ 입구까지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계곡을 끼고 이어져 호젓하고, 숲을 통과하는 구간은 새소리가 들려 평화 그 자체다. 두타연에서 3.6km 지점에 ‘금강산 가는 길’ 이정표가 있는 하야교삼거리가 나온다.

두타연 출입 신청은 이목정안내소, 비득안내소에서 한다. 이목정안내소 가기 전에 소지섭길 51K 두타연갤러리도 들를 만하다. 이목정안내소-두타연-하야교삼거리-비득안내소는 총 12km 두타연 평화누리길이다. 이목정안내소-두타연주차장은 차량 이동이 가능하고, 두타연-하야교삼거리-비득안내소는 자전거와 도보만 허용된다. 자전거는 이목정안내소에서 대여하며, 전 구간이 포장되지 않은 흙길이라 미끄러우니 주의해야 한다.

 
국립DMZ자생식물원 War가든
   두타연에서 펀치볼로 넘어가는 도고터널 직전에 자리한 ‘청수골쉼터’는 10여 가지 산나물로 차린 산채비빔밥이 유명하다. 펀치볼마을에서는 시래기밥이 별미다. 펀치볼은 한국전쟁 당시 가운데가 움푹 파인 모양이 화채 그릇(punchbowl)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가칠봉(1242m), 도솔산(1148m), 대암산(1304m) 등 1000m가 넘는 고봉이 에워싼 모습이 이채롭다. 해발 1049m DMZ 철책 위에 세운 을지전망대에서는 남쪽으로 펀치볼마을, 북쪽으로 북한군 초소와 군사시설은 물론 멀리 금강산 비로봉까지 보인다.

펀치볼에서 양구읍 방면으로 나가는 돌산령터널 직전에 자리한 국립DMZ자생식물원은 자연 생태계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DMZ 지역의 식물을 조사·수집·보전·연구하는 곳이다.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게 야외 정원을 개방한다. 방문자센터를 지나 위로 올라가면 War가든, 미래의숲, DMZ원, 습지원, 희귀·특산식물원 등 다양한 테마로 꾸민 정원이 나온다. 절굿대, 너도개미자리, 용머리, 애기우산나물, 금강초롱, 가는대나물 등 이름도 생김새도 낯선 희귀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이맘때는 보랏빛 벌개미취 꽃이 만발한다.

 
두타연 조각공원
   산양증식복원센터는 멸종 위기종 산양(천연기념물 217호)을 증식해 자연에 돌려보내는 작업을 한다. 도솔산 자락 암반 지대에 위치해, 이곳에서 증식한 산양은 자연에 방사해도 적응이 빠르다고. 워낙 넓은 부지에 흩어져 있어 산양을 구경하기 쉽지 않다. 먹이를 주는 늦은 오후에 찾으면 산양과 눈을 마주칠 확률이 높다. 입구에 자리한 DMZ양구산양관에서는 박제한 산양과 불법 포획에 사용한 사냥 도구, 산양의 생태에 관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양구에서 태어난 한국 근대 회화의 거장 박수근을 기념한 박수근미술관에는 그의 작품과 유품, 관련 서적 등을 모아놓았다. 박수근은 소박하지만 강인한 서민의 삶을 거칠고 간결한 터치로 표현했다. 대한민국건축상을 수상한 미술관 디자인도 독특하다. 빛이 들어오는 창과 전시장을 연결하는 복도, 작품의 질감을 떠올리는 외벽, 미술관을 마주 보고 앉은 박수근 동상, 자작나무 숲 등 미술관 안팎으로 볼거리가 많다. 현재 2018박수근미술관아카이브특별전 〈앉아 있던 사람들〉이 전시 중이다.
 
〈당일 여행 코스〉
두타연→펀치볼마을→국립DMZ자생식물원→박수근미술관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두타연→펀치볼마을→국립DMZ자생식물원→산양증식복원센터→국토정중앙천문대
둘째 날 / 파라호 한반도섬→양구선사박물관→박수근미술관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양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0회(06:30~20:05) 운행, 1시간 50분~2시간 30분 소요.
춘천-양구,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1회(07:10~22:00) 운행, 약 5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춘천시외버스터미널
 
○ 자가운전 정보
서울양양고속도로 춘천 JC→중앙고속도로 춘천 IC→순환대로→신북교차로→배후령터널→춘양로→추곡터널→수인터널→웅진터널→공리터널→학조리사거리 좌회전→학안로→금강산로→도고터널→평화로→이목정안내소→두타연로→두타연
 
○ 숙박 정보
- 광치자연휴양림 : 남면 광치령로1794번길
- 양구KCP호텔 : 양구읍 파로호로
- 약수골캠프촌 : 동면 약수터길

○ 식당 정보
- 청수골쉼터 : 산채비빔밥, 방산면 평화로
- 양구재래식손두부 : 두부전골, 양구읍 학안로
- 청춘밥상 : 시래기영양밥, 해안면 해안서화로
- 시래원 : 시래기정식, 남면 국토정중앙로
- 광치막국수 : 막국수, 남면 남동로

○ 주변 볼거리
광치자연휴양림, 국토정중앙천문대, 후곡약수터, 양구생태식물원, 양구백자박물관, 양구선사박물관, 양구인문학박물관 등
 
글·사진 : 김숙현(여행 작가)

<정보 출처 = 한국관광공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