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의 딸’이라는 간판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을까? 불과 2주전만 해도 자신이 직접 청담동에 문을 연 명상센터 ‘아현메디테이션컬쳐’를 알리는데 적극적이던 구진희 대표가 일체의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구 대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바로 손아래 동생인 구자홍 LS그룹 부회장의 외동딸이다. 구 대표가 명상센터를 시작한지는 두 달여 남짓. 재벌가의 외동딸이 명상센터를 차렸다는 입소문에 60여명이 가입했다. 가입자의 면면도 구 대표만큼이나 화려하다. 신상공개를 꺼려하여 구체적인 확인이 불가했지만, 직업만 살펴보면 알만한 기업대표, 의사, 개인사업자, 디자이너 등등. 다른 명상센터는 40대~50대들이 많은 것과 달리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층이 넓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버지에게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프리젠테이션까지 한 후에야 허락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고생이 많았던 센터였다.

그만큼 애정이 깃들여진 곳이라 나름대로 언론에 홍보도 하고 ‘이곳저곳’ 지인들에게 알리며 바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20대에도 재벌 딸이니 어렵지 않게 청담동에 명상센터를 차린 게 아니냐”는 시기어린 눈총과 함께 “미모의 재벌 딸 좀 보자”는 뭇 남성들의 호기심이 겹쳐지면서 유명세를 한바탕 치렀다는 것이 주변의 설명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눈에 띄는 행보를 자제하는 게 좋다는 내부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한마디로 숨고르기에 나선 것. 원래 구 대표가 명상센터를 차린 이유는 지극히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됐다. 구씨 가문은 대대로 유교적인 가풍이 뿌리가 깊어서 아녀자와 딸들은 기업을 물려받거나 대외적인 활동을 금했다. 삼성, 롯데, 현대 등 다른 재벌가의 딸들이 계열사에서 임직원으로 맹활약을 하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 특히 재벌가 여성들의 전매특허로 알려진 미술관 관장직도 구씨家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구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서울대와 패션 명문인 에스모드를 졸업한 재원이지만 선친이 몸담고 있는 기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워커힐 호텔에서 웨딩매니저로 1년 반 정도 일한 것이 내세울 수 있는 사회경력의 전부다. 그래서 구 대표는 명상센터를 차리면서 크게 키우겠다는 사업가의 원대한 포부를 가진 것이 아니다. 다만 명상, 기, 요가, 팔라테스 등을 명상 수련을 즐겨하다 보니 센터를 운영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던 것. 특히 패션을 전공한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요가 복이나 방석 등의 각종 액세서리를 자체 제작하며 시너지 효과도 클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결심이 여기까지 오자, 당장 아버지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반대했던 구자홍 부회장도 신세대 딸의 결심을 꺾지 못했다. 특히 자신도 6년 전부터 명상을 시작하면서 오십견과 복부비만이 완화되는 효과를 거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딸에게 명상을 소개한 장본인이 아버지였던 것이다. 구 대표는 앞으로 ‘아현메디컬센터’가 자리를 잡게 되면 ‘아현’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의류 및 소품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가 ‘아현’을 안착시켜 경영자로의 능력을 인정받아 구씨가문의 ‘유일한’ 여성사업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재벌가의 딸의 치기어린 행보에 그칠지는 두고 볼일이다.

# 재벌 2·3세가 수입차 시장에 목메는 까닭은?
안정적인 사업 이만한 게 있나?

재벌가 후계자들 중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는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 이 회장은 HBC코오롱을 통해 BMW를 수입하고 있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현상·현문·현준 형제들도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를 수입하는 ‘더 클래스 효성’을 출범시키며 코오롱의 독주를 견제하고 있다. 또한 박용곤 두산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모토즈 사장도 스웨덴의 볼보자동차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일본의 혼다와 딜러계약을 맺으며 ‘노마진정책’을 활용하여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도 렉서스와 딜러계약이 무산된 이후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손을 잡은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GS그룹의 관계자사인 허동수 승산그룹 회장도 도요타 렉서스를 수입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에는 재벌 2·3세가 부지기수다.

우선 이들이 공통적으로 스피드 광이며 수입차를 매우 좋아한다. 10억원이 넘는 수입차 1~2대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 그만큼 관심이 높다. 즉 개인적인 관심이 사업으로 발전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표적인 자동차광으로 알려진 이는 이웅열 코오롱 회장으로 F1(포뮬러원) 레이스를 보기 위해 해외 서킷경기장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이익이 남는다는 점 또한 재벌후계자들을 수입차 업계로 끌어들이는 배경 중의 하나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수입차의 경우 차량가격 자체가 높아 딜러가 받는 판매이윤(차량 가격의 약 10∼20%)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2만대 이상의 판매량이 예상되어 본격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업체들이 많아질 예상이다. 특히 환율이 오르면서 이들이 얻게 될 수익은 가히 어지간한 중소기업을 능가할 정도로 발전하게 된다.

이들이 수입차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는 데에는 ‘고급 기업 이미지 부각’이라는 고단계 마케팅의 활용도 숨어 있다. 고급 수입차 사업을 병행할 경우 기업 이미지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난 2003년 국내 판매회사를 모집할 당시, 재계의 내로라하는 그룹들은 대부분 판매권을 얻기 위해 벤츠와 접촉했다. 대기업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결국 벤츠 판매권을 확보한 효성은 고급차 벤츠의 이미지가 효성그룹의 기업이미지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더 클래스 효성’이란 자체 브랜드와 함께 명품기업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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