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를 중심으로 현대 현정은 회장이 맏딸인 정지이씨의 신랑감을 물색중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현재 현대상선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지이씨는 1977년 생으로 올해 나이 스물아홉. 적정 혼기에 들어선 나이다. 이러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배경에는 현재 모녀가 처한 상황 및 모녀 경영체제 굳히기와 관련이 있다는 추측이 가장 유력하다. 이러한 설이 흘러나온 구체적인 배경은 다음과 같다.현 회장의 후계자가 정 과장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1년반만에 과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그룹내에서 점차 자리를 굳히고 있는 정 과장은 비록 여성이지만 ‘현대’의 미래에 있어 가장 주목받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고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이후 ‘현대 살리기’의 막중한 임무를 떠맡게 된 현정은 회장에게 맏딸인 정 과장의 존재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현 회장의 맏딸 사랑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현 회장이 사석에서 “지이는 친구 같다”고 말한 것이나 “휴일에는 어머니와 대화를 하며 보낸다”는 정 과장의 말 역시 모녀 사이의 각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경영권 분쟁’때 시숙인 KCC 정상영 명예회장과의 담판과 같은 만만치 않은 사건에 직면하여 ‘바람앞의 촛불’같았던 현 회장에게 정 과장의 존재는 각별할 터. 현 회장은 크고 작은 공식, 비공식 석상에 정 과장을 항상 대동하고 나타났으며, 남편의 추도식이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현 회장의 마음을 아는 듯 정 과장은 어머니가 가는 곳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항상 수수하고 단아한 차림새로 현 회장을 한발짝 뒤에서 묵묵히 따라다니는 그의 모습은 거대한 ‘바람막이’를 잃어버린 현 회장에게 열 아들보다 듬직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모녀가 현대그룹 경영의 전면에 부상한 지금, 항간에 나도는 정 과장의 ‘배우자 구하기’설은 그래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항간에서는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정 과장이 현대패밀리로 합류한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이야말로 정 과장이 현대의 중심인물로 발돋움을 하기에 가장 적절한 때라는 말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고 정몽헌 회장이 사망한지 2년이 된 현재, 어느 정도 심리적 평정을 되찾은 모녀가 정 과장의 결혼을 심각하게 생각해보는 것도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닐 거라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특히 ‘현대의 명성 되찾기’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현 회장과 정 과장이 여성임을 감안할 때 아무래도 모녀가 그룹을 이끌어가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보수적인 현대가의 특성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실제로 현 회장 모녀가 경영전선에 부각되는 것을 두고 그룹 안팎에서는 이를 그다지 달갑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모녀는 절실한 지원군이 필요했을 수 있다.

더욱이 앞으로 이들 모녀가 헤쳐가야할 난관이 상상 이상으로 클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이러한 상황하에서 모녀를 도울 수 있는 강력한 ‘수호자’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거론되는 인물이 바로 정 과장의 신랑감인 셈이다.한 소식통에 따르면 현 회장은 가까운 측근을 통해 지이씨의 배우자를 신중하게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 회장은 사윗감으로 법조계 인사를 선호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현 회장의 뜻에 따라 측근은 전문 마담뚜들과 접촉, 유능한 검사들을 ‘사윗감’ 대상에 올려놓고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한 재계 관련자는 “확실한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정 과장이 모 서울지방법원에 재직중인 검사와 몇차례 맞선자리에 나갔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러나 본격적인 만남을 갖는 대상은 아직 찾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 회장이 정 과장의 사윗감을 신중히 고르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이 꽤 되는 것으로 안다”며 “섣부른 기대일지도 모르나, 정 과장이 혼사를 치를 경우 좀 더 안정적이고 든든한 체계 굳히기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재계 관계자는 특히 정 과장의 원만한 인품 및 뛰어난 업무능력에 대해 호평하며 결혼후에도 현 회장을 보필하는 기업인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 가정과 일을 완벽히 수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현 회장의 전력을 볼때 더욱 신빙성을 더해준다. 현 회장이 남편의 사망전까지 경영일선에 나오지 않은 채 재벌가의 안주인으로 충실한 내조를 해왔던 점, 그러나 긴급 상황시에 최고 경영자로 부임해 경영자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정 과장 역시 ‘슈퍼우먼’으로서의 기질을 나타내지 않겠느냐는 추측이다.

실제로 정 과장은 재벌가의 딸답지 않은 수수한 외모와 행동으로 ‘현대가 자제답다’는 평을 들어왔다. 또 최대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자제할 뿐 아니라 정제되고 단아한 행동거지로 쓸데없이 구설에 오르거나 반감을 사는 일을 애초부터 차단해왔다. 부친인 고 정몽헌 회장 사후 어머니인 현 회장과 자신이 처한 입장과 책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정 과장이 든든한 천군만마를 등에 업고 현대가의 후계자로 급부상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김윤규 파동에도 소리없는 부상 정지이 - “엄마 힘내세요”

현대그룹이 김윤규 부회장의 퇴진을 둘러싼 파동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현정은 회장의 맏딸 정지이 현대상선 과장이 새삼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직급이 아직은 과장에 불과하지만 그룹경영의 중심권에 ‘소리없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관계자들에 따르면 지이씨는 SUV를 즐겨 타며, 인터넷 문화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등 활달하고 밝은 성격이라는 것. 그런가하면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아버지인 고 정몽헌 회장의 대북사업에도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지이씨는 벌써부터 ‘후계자’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그룹 내에서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 현대상선에 입사한 이후, 올해 과장으로 승진해 회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그룹 IT계열사로 새로 설립된 현대U&I의 등기이사직을 맡는 등 승진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요즘 지이씨의 동정과 관련해 “외부의 상황이나 내부 분위기에 개의치 않고 맡은 일만을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윤규 부회장 파동 이후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문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고, 현정은 회장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이씨는 가급적 대내외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자신의 행동 하나가 가뜩이나 불편한 안팎의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벌써부터 지이씨를 ‘포스트 현정은’으로 보는 분위기다. 특히 그가 현정은 회장과 함께 북한을 수차례 다녀온데다, 지이씨가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현대U&I의 대표이사가 그룹 전반을 꿰뚫고 있는 최용묵 사장이란 점도 그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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