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액수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우리금융그룹(회장 황영기)의 일부 전·현직 임원들이 경영상태가 나아지면서 생긴 이익금을 정부에 되돌려주지 않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형식으로 나눠 갖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더욱이 공적자금을 쓰는 금융기관 관리와 공자금회수에 앞장서야할 예금보험공사(사장 최장봉 ·이하 ‘예보’) 역시 경영성과가 난 우리금융그룹 자금회수에 힘쓰기보다 스톡옵션을 묵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뉴시스’가 입수한 예보 내부문건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스톡옵션 적용대상 전·현직 임원 62명 중 51명(사외이사 15명 포함)에 대한 주식배정수를 국정감사(9월 23일)가 끝난 뒤 119만7,000주(2005년 9월말 기준 49억여 원어치)로 확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금융그룹 2002년 부여 스톡옵션수량 확정’이란 제목의 문건엔 이들 경영진의 스톡옵션은 2002년 12월 4일 그룹으로부터 받기로 했던 156만주보다 36만주가 줄어든 것으로 한 사람당 평균 1억원 꼴이다. 임원들은 자신의 스톡옵션을 권리행사기간규정(부여일로부터 3년 이후∼6년 이내)에 따라 거래가 가능한 오는 12월 5일 이후 팔 경우 스톡옵션 이익금이 사람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해당 스톡옵션은 2002년 12월 4일 공모가인 주당 6,800원 기준으로 가배정됐으나 33개월이 지난 9월말 증시에선 주당 1만5,100원으로 큰 차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윤병철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경우 오름세인 지금의 증시가 그대로 이어져 오는 12월 5일 이후 스톡옵션(9만5,000주)을 한꺼번에 팔 경우 4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게 증권관계자 추산이다. 이에 따라 ‘문 닫을 지경으로까지 어려웠으나 국민들의 ‘혈세’로 되살아난 우리금융그룹의 임원들이 경영성과를 정부에 되돌려 주긴커녕 자신들 몫으로 챙긴다’는 비난은 물론 업무특성상 강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금융인으로서도 큰 흠집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스톡옵션을 받는 사람들 중엔 김종욱 우리금융그룹 부회장(당시 우리은행 수석부행장·4만5,000주), 우리은행 이종휘 수석부행장(당시 우리은행 부행장·3만주)등 현직에 몸담고 있는 고위직 임원들과 15명의 사외이사들까지 무더기로 들어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들 현직 두 임원은 올해 3월 ‘스톡옵션논란’때도 이름이 거론돼 홍역을 치렀다. 3년 전 배정 받은 스톡옵션의 두 배인 9만주와 6만주를 나눠 갖기로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 반면 지난해 3월 취임한 황영기 그룹회장은 스톡옵션 수혜자명단에서 빠져 여론의 화살을 비껴가게 됐다. 문제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우리금융그룹이 국정감사 회오리를 피해 슬그머니 스톡옵션 수량을 확정했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보고문건 첫 장의 ‘작성일(9월 26일)’과 마지막 장의 ‘부여현황(9월 23일)’을 비교하면 스톡옵션 수량은 23~26일 사이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이사회가 열렸다”고 확인했다. 하나회계법인도 스톡옵션 수량확정 사실을 우리금융그룹 감사보고서를 통해 밝혀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002년 사외이사 대부분이 참석, 결의한 156만주는 지난해 12월 31일 퇴직 등 임원들 개인사유에 따라 126만주(현재 행사가능수량 119만7,000주)로 줄었고 이번 국감이 끝난 뒤 스톡옵션 수량이 최종 정해진 것이다. 이는 우리금융그룹이 국감결과 등 여론추이를 지켜본 뒤 스톡옵션수를 확정한 것으로 우리금융그룹이 공적자금투입기관이란 부담을 안고 있어 국감을 넘기고 곧바로 ‘행동’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공적자금사용기관 감시책임이 있는 예보관계자의 부적절한 처신도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예보는 올해 국감을 앞두고 스톡옵션현황자료를 요구한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2002년 현황’을 고의로 빠뜨렸다는 오해를 사고 있는 것이다. <뉴시스>가 입수한 ‘의원별 질의현황(구두/서면)’이란 제목의 문건엔 예보가 의원들 요구사항을 꼼꼼히 챙기면서 불리한 자료의 공개수준을 따져 본 뒤 국감진행흐름에 따라 대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예보가 빠듯한 일정과 처리사안들이 많은 국감기간의 허술한 점을 노려 우리금융그룹 스톡옵션 현황자료를 빠뜨림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금융 쪽을 도왔다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의 열린우리당 정덕구 의원 참모인 박종인 보좌관은 “우리금융그룹 스톡옵션 현황을 요청했지만 그 같은 내용은 보질 못했다”고 말했다. 역시 재경위 소속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 손낙구 수석보좌관과 임수강 보좌관도 “은행권 전반적으로 스톡옵션현황을 받았지만 ‘우리금융그룹의 2002년 현황’은 받질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외이사가 많이 포함된 자료는 어느 의원도 보지 못했단 소리다. 결국 예보국감이 있은 지난달 23일 ‘2002년 스톡옵션’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 국회의원이 재경위소속 의원 25명 중 한 명도 없자 우리금융그룹은 국감이 끝나기 무섭게 ‘차익챙기기’에 나섰고 대주주인 예보도 서둘러 해당안건을 승인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금융전문가들 분석이다.


# 스톡옵션 의혹 관련 사외이사들은 누구? - 경·재·언론계 등 쟁쟁한 인사들 눈길

‘국민들의 혈세’ 공적자금이 들어간 우리금융그룹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받게 되는 사람들 면면이 사회지도층들이어서 눈길을 끈다.예금보험공사 내부문건(우리금융그룹 스톡옵션 부여현황)에 따르면 2002년 12월 4일 우리금융그룹으로부터 스톡옵션을 받은 사외이사는 4개 계열사에 15명이며 재계, 경제단체, 언론계, 학계 등 각계 각층의 인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인 K씨, 경제단체 임원 C씨, 언론인 L씨, 대학교수 L씨 등의 이름이 눈에 띈다. 계열사별론 △지주회사 5명 △우리은행 6명 △우리종합금융 3명 △우리투신운용 1명이다.이들 사외이사들의 스톡옵션은 13만주로 우리금융그룹의 전·현직 임원들(51명)이 받는 126만주의 10.31%에 해당되는 규모다.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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