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총수들이 직접 챙기는 경영사안들 뭐가 있나?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챙기는 사안들은 무엇일까. 대부분 총수들 자신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분야를 손수 챙기고 있다는 평가다. ‘권한 위임형’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까지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직접 챙기는 사안이 있다. 기업 최고경영자가 현장을 뛰며 직접 챙기는 사안들을 살펴봤다.

‘기업은 곧 사람’ 인재사랑 유별난 이건희 회장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현장을 꼼꼼하게 챙겼죠. 대다수 사장들은 회장 질문에 대해 준비하느라 다른 일을 못할 정도였죠. 반면 이건희 회장은 큰 줄기와 미래전략만 챙깁니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은 기업 경영은 전적으로 계열사 사장들에게 일임하는 권한위임형”이며 “이 회장은 미래전략 방향 등 큰 줄기만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런 이 회장도 ‘삼성 펠로우’라고 불리는 5명의 ‘장인(匠人)’급 인재는 직접 챙긴다. 삼성 펠로우는 삼성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는 S(Super)급 핵심 기술인력에게 부여하는 최고 명예직. 삼성 펠로우에게는 연구실 지원은 물론 독자적인 연구를 지원하는 별도의 팀을 구성할 자격도 준다. 또 국제 표준 기술을 주도하기 위한 대외활동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다.

연봉은 CEO보다 더 많다. 이 회장의 인재육성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다. 그는 인재에 관한 한 직접 챙긴다. 이 회장은 사업 실적은 그냥 넘어가도 CEO들의 인재 발굴 실적은 수시로 점검한다. 또한 전 계열사 사장단에게 핵심 인재를 유치하지 못하면 사표 낼 각오를 하라고 지시할 정도다. 삼성은 해외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별동대 격인 미래전략그룹을 운영하고 있고, 매년 4개팀이 세계를 돌며 고급인력을 해외에서 채용한다. 해외우수인력을 영입했던 첫 주자도 이건희 회장 자신이었다. 중앙일보 이사 시절부터 우수한 일본인을 데려오기 위해 일본으로 직접 가서 삼고초려를 하고 집으로 불러 식사대접을 하며 인간적인 친밀도를 높였다.1960년대 말 이 회장이 처음으로 영입한 해외인력은 일본인 마쓰우라 히데오 고문으로 일본전자업계 통(通)이다. 이 회장은 당시 그에게 사장 급여의 2, 3배가 넘는 월급을 줬을 뿐만 아니라 통역을 붙이고 아파트를 제공하며 가정부도 쓰게 하고 자료수집 비용까지 따로 제공하는 칙사대접을 했다. 요즘의 S급 인재에 버금가는 대우였다.

사실 인재확보는 ‘기업이 곧 사람이다’라고 말한 고 이병철 회장부터 내려오는 삼성의 일관된 경영철학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아들 이재용 상무에게도 핵심 인력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후계자 교육의 제 1 덕목으로 삼고 있다. 이 회장은 유비가 제갈량과 손잡으려 세 번이나 집을 찾아가 동참을 간청했다는 내용의 수묵화 <삼고초려도>를 이 상무에게 줬다. 이 상무는 이 수묵화를 자신의 사무실에 걸어두고 있다. 일상 속에서 핵심 인력의 중요성을 느끼라는 이 회장의 특별한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건희 회장의 인재 사냥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이 인재 싹쓸이에 나섰다”는 주변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삼성측에선 대외적으로 당분간 고급인재 스카웃 중단을 발표한 상태이다.

‘질 좋은 차는 질 좋은 철에서’ 철강 사랑 정몽구 회장

지난 해 10월 21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한보철강(현INI스틸) 당진 공장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정 회장은 A 지구 철근공장을 시작으로 공장투어에 들어갔다. 쇳물 압연공정에서 정 회장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어느 나라 설비냐, 생산 용량은 어느 정도냐?”며 꼼꼼하게 챙겼다. 철근 완제품이 생산되는 공정에서는 걸음을 멈추고 “이렇게 먼지가 많은 곳에서 어떻게 좋은 제품이 나오겠나. 정리정돈을 깨끗이 하고 집진기를 설치해 먼지를 제거하라”며 시시콜콜한 것까지 직접 챙겼다. 공장 내를 30여 분 돌자 정 회장의 옷과 구두는 먼지로 자욱했다. 동행했던 기자들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공장 방문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이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되받았다. 정 회장은 지난 해 한보철강 인수 후에 수차례 당진 공장을 방문해 이처럼 현장을 꼼꼼히 챙겼다. 또 당진 공장의 원자재 조달과 기술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을 직접 방문하는 등 철강사업 부문에 대해 정 회장은 각별한 애착과 관심을 표명해 왔다.

주력인 자동차부문이 아닌 데도 불구하고 정 회장이 당진 공장을 직접 챙기는 이유는 단 하나. ‘질 좋은 차는 질 좋은 철에서 나온다’는 정 회장의 신념 때문. 사실 제철사업은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유지다. 고 정 명예회장은 지난 1970년대부터 제철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정부와 경쟁업체들의 견제로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결국 정몽구 회장의 머릿속에 고로(高爐)사업 진출을 위한 철강소 인수가 숙원으로 남게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해 정 회장은 직접 한보철강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입찰 가격까지 본인이 직접 결정했다. 입찰 마감일 하루 전날 김원갑 당시 하이스코 사장은 입찰 보고서를 갖고 양재동 회장실을 찾았다. 보고서엔 8,000억원의 입찰 가격이 쓰여 있었다. 정 회장은 이 가격으론 낙찰이 힘들 수 있다며 직접 9,100억원대로 고쳐 썼다.

뚜껑을 연 결과, 경쟁사인 포스코도 9,100억원대였다. 양 사의 입찰 가격이 같은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 그러나 현대차는 할인율, 근로자 고용 등 입찰가격 외 다른 조건에서 포스코에 비해 유리했다. 결국 당진 공장은 정몽구 회장의 품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얻어진 사업부문에 대한 정 회장의 애정은 클 수밖에 없다. 지금도 수시로 당진 공장에 내려가 내년 10월 완공 예정인 5만t급 부두공사 현장과 내년 10월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인 B열연공장을 둘러보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현대INI스틸은 정 회장의 고로사업 진출 의지에 따라 당진공장 인근에 5조원을 투자, 2011년까지 연산 7백만t 규모의 고로 2기(기당 3백50만t)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야구장 찾는 재벌총수’ 야구단 챙기는 구본무 회장

“아니 회장님께서 직접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3월 24일 LG 트윈스의 이순철 감독과 이광환 2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전원이 서울 강남의 모 음식점으로 모였다. 이 자리에서 LG그룹 회장이자 LG 트윈스의 구단주인 구본무 회장이 직접 나오자 모두가 놀랐던 것. 이 감독과 차명석, 유지현 등 LG선수 출신 코치들 몇몇을 제외하고 나머지 코칭스태프는 이날 구 회장을 처음 만났다. 구 회장이 코칭스태프를 격려하고, 선전을 당부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소문난 야구광으로서 야구단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한 구 회장. 그는 창단 이후 2000년까지 매년 해외 전지훈련 캠프가 열리는 일본의 오키나와로 직접 선수들을 찾아가 격려를 해 왔다.2000년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에서 구 회장은 선수단 회식을 주재하며 “한국시리즈에서 우승만 한다면 ‘백지수표’를 풀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뜨거운 애정을 표현하며 적극적으로 구단을 챙기기도 했다.

또한 봄이 되면 경남 진주시 단목리에 있는 구 회장의 외가로 선수들을 초청해 우승기원 고사를 지내는 이른바 ‘단목 행사’를 벌이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선수협 파동을 겪으며 잠시 야구단에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 캠프 방문과 단목 행사도 중단했다. 그런 구 회장이 다시 야구단으로 시선을 돌리며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LG그룹에서 야구단의 비중은 다른 그룹의 구단과는 사뭇 다른 차원이다. 구 회장은 창단 이후 야구단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쏟았다. 또한 가장 많이 야구장을 찾은 구단주로도 유명하다. 럭키금성(Lucky Goldstar)이 지난 1995년 1월 1일부터 그룹명칭을 LG그룹으로 바꾼 데는 야구단 이미지가 큰 작용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구본무 구단주가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95년3월 전지훈련 중인 오키나와의 한 호텔 식당에서 열린 LG 야구단 회식에서 “그룹명을 LG로 바꾼 것은 야구단의 뛰어난 활약으로 국민들에게 LG의 이미지가 각인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LG는 90년 창단 첫해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랐고,94년에는 한국시리즈 두 번째 패권을 차지해 명문구단의 위치를 확고히 다졌다. 관중동원에서도 대성공을 거둬 야구단의 폭발적인 인기와 팬 사랑이 그룹의 간판을 바꾸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구 회장은 시간이 날 때면 잠실구장을 찾아 LG 트윈스의 경기를 지켜보곤 한다. 사실 LG가의 야구사랑은 유명하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자 한국스포츠사진 연구소 이사장은 야구관련 책자를 내기도 했다. 지난 달에 자신이 보유한 12만장의 야구관련 소장 사진 가운데 800여 점의 사진을 추려 《사진으로 보는 한국야구》라는 책을 발간했다. 지난 해 구씨 일가와 허씨 일가 간의 계열사 분리 과정에서도 구본무 회장이 야구단을 갖고 허창수 회장이 축구를 별 다툼 없이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구 회장의 야구사랑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란 게 LG측의 한 고위관계자의 전언이다.

‘신임 임직원과 격의 없는 토론 즐겨’ 스킨십경영 최태원 회장

“지난 SK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금의 사모님과는 어떻게 만나셨습니까, 연애시절 얘기 좀 해 주세요.?” “최근 읽은 책 중에 한 권을 추천해 주세요.” 경기도 용인소재 SK아카데미의 신입사원 교육이 막을 내리는 날, 회장과의 대화시간이 마련됐다. 최태원 회장은 ‘회장과의대화’시간에 한 번도 빠짐없이 직접 참가하는 것은 물론 사전 질문지 없이 즉석에서 질문 받는 것을 더 선호한다. 신입사원들은 궁금한 부분을 숨기지 않고 최 회장 개인신상에 관련된 당돌한 질문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 회장은 신입사원 교육뿐만 아니라 신임 임원들의 교육에도 마지막 날 열리는 대화시간에 열띤 토의를 즐긴다. 이 자리에선 경영현황과 과제, 재도약 추진방안 등을 주제로 토론이 벌어지며 밤늦게까지 이어질 때가 많다.

SK에는 고 최종현 회장 때부터 그룹 연수원인 SK아카데미에서 회장이 직접 임직원들과 장시간 동안 토론과 대화를 나누고 만찬을 함께 하는 전통이 있다. 고 최종현 회장은 매월 한차례씩 연수원에서 직접 임직원 워크숍에 참석하였으며 최태원 회장도 지난 해에만 24차례나 연수원에서 임직원들과의 토론에 참여했다. SK아카데미에서 이루어지는 임직원들의 내부 교육인 신입사원 교육, 신임 부차장 교육, 신임임원 교육 등에는 어김없이 마지막 날 최고경영자와의 대화시간이 있으며 이 시간에는 항상 최태원 회장이 직접 교육장에 참석한다. 보통 오후 2시경에 시작을 하면 예정마감시간인 오후 6시를 넘기는 게 보통. 대부분 저녁 7시가 넘어서야 토론을 마친다. 직원들의 질문과 최 회장의 답변이 워낙 열띤 토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토론이 끝난 후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최 회장은 꼭 만찬 자리를 함께 하면서 직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려고 노력한다. 최 회장은 미국에서 공부한 영향으로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을 즐기는 등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스타일 때문이란 게 주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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