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와 동일한 차종을 가진 황 씨의 차량(지프 레니게이드) <사진 = 황 씨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도요타 캠리를 탄다는 이유로 아이들과 함께 있던 여성 운전자(이하 A씨)에게 심한 욕설을 가한 남성(이하 B씨)의 신상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성난 시민들은 충북 혁신도시를 찾아 남성의 차량(빨간색 지프 레니게이드‧이하 레니게이드)에 사과를 촉구하는 스티커를 붙이며 항의를 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엉뚱하게 사건의 관계자가 아닌 다른 차량의 주인도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한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캠리 탄다고 와이프와 아이들이 욕을 먹었다’는 글과 동영상이 게시됐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지난 6월 16일 오후 8시경 아이를 차에 태운 여성 운전자 A씨는 교차로에 진입하는 순간 레니게이드 차량이 크게 우회전하며 앞으로 끼어들었다. A씨는 남성 운전자 B씨의 차량에 경적을 울렸다. 이후 레니게이드 차량이 아파트 출입구를 막고 있어 또다시 경적을 한 번 울렸다.
 
B씨는 차에서 내려 A씨에게 “일본 사람도 아닌데 왜 일본차를 타면서 경적을 울리냐”며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일본차네. 친일파 쪽XX냐. 시XX”이라며 막말을 내뱉기도 했다.
 
B씨는 A씨의 차에 아이들이 있는 것을 보고도 횡포를 부렸다. 당시 A씨의 차에는 각각 6세와 5세의 자녀가 타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의 남편은 B씨를 경찰에 모욕죄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7월 모욕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B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 공분을 샀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회원들은 문제의 남성이 타고 있던 차량의 위치를 찾아내 “사과하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기고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남성의 차량에는 수십 개의 항의 쪽지가 붙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커뮤니티 회원은 “포스트잇이 없어서 볼펜이랑 같이 들고 간다”라며 인증샷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B씨의 차량와 같은 기종의 차량 운전하고 있는 다른 사람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황모(38)씨는 B씨와 같은 차종(빨간색 지프 레니게이드)을 소유하고 있다.
 
황 씨는 11일 일요서울에 “(지난 4일) 캠리 차주분이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올라온 게시물이 베스트 게시물이 되고 그 것을 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일명) ‘신상털기’로 유명한 분이 있는데 그 사람이 제가 가입돼 있는 레니게이드 카페, 중고나라 게시물, 카카오스토리 등을 보고 사진을 가져가 ‘이차다. 이 사람이 욕설을 한 사람’이라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올렸다”면서 “새벽 1시부터 10분가량 전화를 30통 이상 받았다. 중고나라 카페에서 거래 게시물을 올리려면 전화번호 기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욕설을 하고 끊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저는 아무 영문도 모르고 이상하다 싶어서 사이트(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 들어가 봤다. (잘못된) 내용이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바로 반박 글을 올리긴 했는데 이미 소문은 퍼질 대로 퍼져서 지금도 동네를 다니다보면 손가락질도 당하고 며칠 전에는 차에 계란까지 날아왔다. 물론 그분(잘못된 정보를 올린 게시자) 때문은 아닐 수 있다. 혁신도시에는 빨간색 지프 레니게이드 차량이 두 대(B씨, 황 씨) 밖에 없어서 (시민들이) 잘 모르고...”라며 “(캠리 욕설 논란) 방송만 보신 아주머니들은 ‘어떻게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느냐’는 등의 말을 한다. 가족들이랑 차를 탈 때도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면서 지나가면 잠깐 차를 세워 내렸다가 다 지나가고 나면 차를 다시 타고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황 씨의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평소 레니게이드 차량을 자신이 아닌 아내가 몰기 때문이다.
 
황 씨는 “갑자기 뒤에서 상향등을 비추거나 경적을 울리거나 하는 분들도 있다. 반면에 지나가면서 ‘힘내라’고 응원하는 분들도 있다. 좋은 관심이든 안 좋은 관심이든 솔직히 다 부담스럽다”면서 “평범하게 살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됐으니 아내는 부담스럽다며 차를 팔자고 했다. 그러나 이 차량은 아내가 너무 타고 싶다고 해서 산 차량이라 아내에게 ‘어떻게 파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커뮤니티 회원들은 랩핑(차량 외관에 특수 재질의 시트를 덮어 씌우는 것) 등 여러 도움을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저는 아직까지 그렇게 도움을 받기엔 너무 부담이 돼서 정중히 거절 드렸다”면서 “주변에서 많이 걱정해주고 있다. 아내는 (아직도) 조금 불안하다고 한다. 시민들도 알 부분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