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의 타워팰리스’로 불리며 수십만명의 청약자가 몰렸던 용산 ‘씨티파크’가 시행권을 놓고 1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이에 따라 공동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은 사태파악에 나섰고 자칫 사업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문제는 소송을 제기한 하이테크하우징 박문수 회장이 과거 동교동계의 인사로 DJ의 ‘비서’였으며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실형을 선고 받았던 전적을 갖고 있는 등 유명세를 치른 인물이란 것. 따라서 재판결과에 따라 박문수 회장의 재기여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지난 5월 15일 석가탄신일을 맞이하여 특별사면이 전격적으로 시행됐다.

불법대선자금과 관련된 경제인 31명이 사면됐고 이 가운데 롯데건설 임승난 전 사장과 함께 하이테크하우징 박문수 회장이 포함됐다. 특별사면이 있은 지 6개월이 흐른 지금, 박문수 하이테크하우징 회장은 용산 ‘시티파크’ 시행권을 놓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을 상대로 100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다. 박 회장의 소송요지는 이렇다. 원래 용산 시티파크 토지 소유주였던 세계일보에서 자사인 하이테크하우징에 시행을 맡기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나 세계일보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시공사인 롯데·대우건설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1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박 회장이 시행권을 갖고 있는 세계일보를 상대로 하지 않고 롯데와 대우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업시행자의 지위를 갖고 있다는 것은 토지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토지소유권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사업에 참여하는 일정액의 투자를 했다는 증빙을 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박 회장의 주장은 당시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의 사장들이 자신에게 시행권을 주기로 구두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손해배상청구도 이들 건설사를 상대로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이에 대해 세계일보의 한 관계자는 “박문수 회장의 소송은 우리와는 관계가 없고 롯데·대우건설을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 발자국 뒤로 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롯데건설측도 “당시 업무분담을 분양광고계획 및 홍보는 우리가 맡고 수주 및 공사 등 전반적인 상황은 대우건설이 담당하고 있다”며 “대우건설이 알아서 하고 있다”며 대우건설에 떠넘기고 있는 상황. 결국 대우건설측이 박문수 회장이 제기한 소송의 전말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담당했던 대우건설의 김종환 팀장은 “시행권은 세계일보,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 3사가 동의를 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다”면 “특별히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박문수 회장이 전적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인물이라 ‘혹시’라는 생각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상태인 것만은 확실하다.문제는 대우건설의 남상국 전 사장은 불법정치자금과 관련하여 지난해 3월 한강에 투신했고, 임승남 전 롯데건설 사장도 퇴사하면서 사장들과 구두로 약속했다는 주장의 진위진여부를 가릴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박 회장은 대우건설과 질긴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전남 신안 출신으로 동국대를 졸업했는데, 사업에 실패해 빚더미에 앉은 상태에서 자신의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최고층 아파트 효시로 알려진 여의도 대우트럼프 월드 시행권을 가지며 118억원을 벌었다.

이를 계기로 일약 부동산 디벨로퍼(개발업자)의 명성을 떨치게 된다. 당시 박문수 회장은 동교동계 출신이어서 DJ정부와의 유착설이 끊이지 않았다. 박 회장은 1970년대에 동교동에 자주 드나들어 DJ의 ‘비서’라고 불렸고 권노갑·한화갑·이수동씨 등 동교동 1세대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승승장구했던 박 회장은 지난해 정치인 5명에게 10억 9,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기세가 꺾이게 됐다. 그러나 지난 5월 사면을 받으면서 재기를 모색하던 박 회장은 이번 소송을 통해 재기를 노리게 된 것이다. 박 회장이 승소를 통해 부동산 디벨로퍼의 옛 영광을 되찾을지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용산 시티파크는 어떤곳?‘묻지마’ 투자의 대표 아파트

용산 시티파크는 한강로 옛 세계일보 땅에 대우ㆍ롯데건설이 공동 시공한 760 가구 규모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다. 지난해 3월 용산 시티파크 주상복합 아파트청약 증거금으로 시중부동자금 7조여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청약접수 하루만에 10만명에 이르는 청약자가 몰리면서 총 27만명이 청약하는 대호황을 맞기도 했다. 당시 용산 시티파크 청약을 위해 몰린 돈 가운데 최소 1조 5,000억원 가량이 은행 마이너스 대출을 통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당시 빚을 내서라도 한 몫을 챙기려는 묻지마 투기심리가 표출된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었다. 현재 69평형 웃돈만 5억원가량 붙어 16억~17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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