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관리공단 직원들을 국민연금에서 공무원연금으로 옮겨가게 하는 법안이 의원입법으로 제출돼 과연 타당하냐, 형평성이 있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국민연금이 앞으로 수십년내에 고갈될 위험이 있어 ‘좀 더 내고 적게 받는’ 쪽으로 제도가 바뀔 예정인 데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의 혜택이 훨씬 크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어서 국민연금과 특수직역 연금의 차이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열린우리당 강창일 의원은 지난달 21일 18명의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임직원들을 공무원연금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치권 공무원연금법 개정 움직임

강 의원은 공무원연금 관리주체를 연금대상에 포함시켜야 연금운용이 제대로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은 연금혜택이 국민연금보다 더 높은 데다 정부의 국고 지원까지 받게 되기 때문에 기존 공무원 또는 다른 공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강창일 의원실 관계자는 “관리주체가 연금대상에 포함돼 있어야 연금운용이 효율화된다”며 “일본, 네덜란드 등 별도로 공무원연금을 관리하는 기관의 직원들도 공무원연금을 적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립학교 교직원연금(사학연금)관리공단 임직원의 경우 지난 5월 법이 개정돼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옮겨갔다”고 지적했다. 공적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기관의 임직원이 그 연금제도의 적용을 받는 것은 제도운영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시키는 당연한 조치이며, 공적연금제도 운영에 있어 보편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이 관계자는 “공적연금에 가입할 경우 퇴직금이 없어지고, 연금 납입금도 국민연금보다 조금 올라가는 등 특별히 혜택이 큰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사학연금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도 “20년 이상 재직하는 장기불입자의 경우 확실히 유리하지만, 20년 미만 근무하는 경우는 퇴직금이 없고 일시급으로만 수령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이에 대해 공무원연금을 최종 책임지는 행정자치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공무원연금은 공무원들의 낮은 보수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연금급여가 높은 것인데 연금공단은 민간의 높은 보수를 받기 때문에 공무원연금 취지에 맞지 않고 다른 공단, 공사, 공기업 등과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98년 퇴직금 누진제가 폐지되면서 이미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상당히 많은 액수를 받았는데, 퇴직금 개념이 포함된 공무원연금을 적용한다면 이중특혜가 된다고 밝혔다. 특히 강창일 의원이 제출한 법 개정안의 부칙 3조 2항을 보면, 공단 직원들의 재직기간을 소급해 기여금을 납입하면 그 재직기간에 따라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경우 공단직원들은 매달 또는 일시금으로 과거 재직기간 만큼의 기여금을 납부하고 공무원과 똑같은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공무원연금이 퇴직금을 포함한 개념이기 때문에 이미 98년에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은 공단직원들에게 이중혜택이 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 공무원연금의 연금 급여 액수가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고 공단직원의 월급이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이다.행자부는 사학연금이 지난 5월 사학연금관리공단 직원들에 대해 사학연금 적용을 받게 한 것에 대해서는 경우가 다르다고 밝혔다. 사학연금의 경우 카이스트, 정신문화연구원, 사이버대학 직원들도 포함되는 등 특례가입의 예외가 많고 최종 책임주체가 공무원연금은 행자부인 반면 사학연금은 사립학교 교원 연합회 이사장이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일본의 경우에 대해서도 일반 근로자 후생연금(우리식의 국민연금)과 공제연금(공적연금)의 혜택 차이가 크지 않는 등 여건이 다르다고 설명했다.공무원노조도 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이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관리주체를 연금대상에 포함시키면 연금운용이 효율화된다고 하는데 연금운용의 효율화를 위한 것이라면 원인 진단을 잘못한 것”이라며 “공무원연금이 적자 운영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하고 정부의 필요에 따라 경기 부양 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이 관계자는 또 “공단 직원을 공무원연금 대상으로 하는 것은 공무원과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법안 하나 뚝딱 바꿔서 해결하는 게 기분 나쁘다”고 밝혔다.일각에서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제주도로 옮겨갈 예정이기 때문에, 제주도가 지역구인 강창일 의원이 공단 직원들을 위해 선심성으로 법안을 대표발의한 게 아니냐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국민연금은 고갈 위기

연금의 안정성 문제도 국민연금과 특수직역 연금이 차이나는 부분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상태로 갈 경우, 2047년에 완전 고갈될 것이라는 연구 분석이 나와있다. 이 때문에 급여율도 현재 60%에서 50%로 낮추자는 정부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 결국 연금 급여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은 적자가 날 경우 전액 국고보전금이 지원된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2001년 599억 적자, 2002년 3,776억원 흑자, 2003년 548억원 적자, 2004년 1,742억원 적자였다. 2002년 흑자가 난 것은 IMF이후 공무원들도 구조조정 바람에 휩쓸려 퇴직률이 10%까지 늘었다가 2002년에 3%정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퇴직률이 2~3%로 안정된 후에도 적자는 계속되고 있다. 특수직역 연금은 흑자가 날 경우 잉여금으로 기금에 적립되지만 적자가 날 경우 바로 국고에서 지원된다.

반면 국민연금은 이같은 국가의 최종책임이 법으로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안정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국민연금 연구원 관계자는 “하지만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에는 연금 성격에 더해 산재보험 성격의 공무원 요양과 법정퇴직금, 재해부조금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국고 보전금에 대해 순수 연금 성격과 기타 성격의 지원을 구분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국민연금 제도개선특위 첫 회의가 열린 지난 6일 한나라당은 기초연금제 도입을 재차 주장하며 국민연금 개혁의 5가지 방향을 제시했다.윤건영 이혜훈 박재완 의원 등 한나라당 제도개선특위 참여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기초연금제도 도입을 비롯한 연금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개혁 방안은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아 연금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일부 연금가입자의 소득 파악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불공평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금기금 규모가 국내 자본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커지지 않도록 하고 ▲자본시장에 대한 기금 중립성을 보장하는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기금운용의 안정성과 수익성,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수용자인 한 회사원은 “국민 연금은 많이 내고 적게 받는데 반해 공무원연금은 낸 만큼 모두 돌려 받는다. 또한 20047년 국민연금이 고갈된다고 하니까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직원들까지도 공무원 연금으로 갈아타기를 하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낀다”고 비난했다.

# 국민연금과 특수직역 연금 혜택 차이는?재직기간 같을 때 공적연금 유리… ‘체감 격차’ 더 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의 혜택 차이는 얼마나 될까.국민연금연구원 관계자는 “특수직역 연금에는 퇴직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특수직역 연금’과 ‘국민연금+퇴직금’을 비교해 보자면, 결론적으로 재직기간이 같을 때 특수직역 연금의 연금급여가 조금 많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만큼 큰 차이는 아니다”고 밝혔다.그럼에도 일반인들이 느끼는 체감상 금액 차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일반 직장인은 이직을 하고, 퇴직금 중간정산도 받고 하면서 중간에 빼서 쓸 수 있는데, 공무원 등은 직장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직도 없고 그만큼 재직기간이 길어 연금이 축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의 경우 9급에서 출발해 5~6급 정도에서 퇴직할 경우 20년 이상 근무했다면 매월 120만~130만원의 연금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일시급으로 받는다면 보수월액(급여 실수령액의 70%정도)의 33배이기 때문에 보수월액이 200만원 정도인 상태에서 퇴직하면 6,600만원을 받는다.근무연수가 많아 30년정도 근무했다면 혜택은 훨씬 늘어난다. 보통 매월 200만원의 연금급여를 받고, 1~2급 정도의 상위직에서 퇴직했다면 매월 250만원의 연급급여를 받는다. 30년 근무하고 연금을 일시급으로 받을 때는 보수월액의 52배를 받는다. 보수월액이 300만원이었다면 1억5,000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특수직역 연금은 퇴직금이 포함된 액수라는 점을 감안해야 겠지만 국민연금은 이보다 적다.

국민연금은 또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어서 정확한 연금급여를 따지기 힘들지만 소득에 따라 상, 중, 하로 나눠 보면 △20년 불입할 경우 상급계층은 64만~76만원, 중급계층은 47만~55만원, 하급계층은 35만~40만원을, △30년 불입할 경우 상급계층은 96만~114만원, 중급계층은 71만~82만원, 하급계층은 57만~70만원 정도를 받는다.납입금에서도 차이가 난다. 국민연금은 표준소득월액(직장인의 경우, 급여 실수령액의 100%)의 9%를, 특수직역 연금은 보수월액(급여 실수령액의 70% 정도)의 17%를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낸다. 직원입장에서 보면 국민연금은 급여 실수령액의 4.5%를 내고, 특수직역 연금은 보수월액의 8.5%를 내는 것이다. 급여에 따라 실제 내는 액수가 다르겠지만 특수직역 연금의 납입금이 25%정도 많다.

직원이 내는 납입금이 많으면 사용자, 즉 공무원연금의 경우 정부가 내는 납입금 역시 똑같은 규모로 많다. 납입금이 많으니 나중에 받는 연금 급여 액수도 많게 된다.또 특수직역 연금은 소득재분배기능이 없다. 자신들이 기여금을 낸 만큼 그대로 돌려받는 구조다. 반면 국민연금은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연금 급여를 좀 더 받고, 소득이 많은 사람들은 좀 덜 받는 구조다. 국민연금의 소득등급 구간은 최하 1등급은 월소득 22만원부터 최상 45등급 360만원까지 총 45등급으로 구성돼 있다. 360만원 이상은 모두 똑같이 계산된다. 연봉 4,300만원 정도가 최상위계층이니 일반적으로 3,000만~4,000만원의 연봉을 중간정도로 보는 통념과 다르다. 고소득 연봉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국민연금의 소득등급 구간도 훨씬 더 상향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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