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현실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영화는 새빨간 거짓인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만 보기엔 애매모호하다. 나의 짧은 생각은 그저 영화란 현실인지, 허구인지 구분하기가 몹시도 헷갈리는 픽션으로, 그야말로 흥미가 박진한 그림이란 것. 이것만 그저, 경험했기에 아는 것뿐이다. 그렇기에 영화에 대한 평가나 분석은 영화평론가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언감생심 꿈꿀 생각일랑은 아예 없다. 오로지 나의 관심사는 영화에서 장사를 배우고픈 욕심에 쏠려 있다. 이것만은 너무나 분명하다.

영화를 어떤 이는 ‘도둑질의 예술’로 정의한 바 있다. 참으로 멋진 말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영화는 수없는 도둑질 끝에 예술이 되었다’고 한다. 왜냐면 화가들의 그림으로부터 많은 것을 훔쳐왔기 때문이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주 그럴듯하다. 같은 맥락에서 영화에 나오는 명장면은 그림에서 훔쳐왔다는 얘기는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마찬가지로 영화에서 장사도 훔치거나 또 베낄만한 그림들이 혹여 있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에 무심코 보았던 영화도 이젠 유심히 보게 된다. 어쨌거나 그 이유는 뻔하다. 한 편의 영화에서 보여준 장사의 유익한 그림을 맥없이 그냥 놓치고 싶진 않아서다.

앤드류 니콜의 ‘가타카(GATTACA)’

“뛰어난 상재(商材)는 유전되지 않는다. 뛰어나게끔 내가 만든 것뿐이다.” ‘가다카’라는 영화의 제목은 DNA를 구성하는 염기인 A, T, C, G에 착안해서 붙였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 빈센트가 그토록 갈망했던 회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가져다가 의미를 덧붙이고 싶다. 소자본 창업자가 아주 크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학자들이 즐겨 애용하는 ‘유레카’를 본떠서 앞으로 소상공인들은 ‘GATTACA’라고 소리치면 근사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학문적인 진리 탐구의 성공은 유레카로, 비즈니스의 성공은 가타카로 별도 구분하자고, 문득 생각나서 뱉어낸 말이니 이해하길 바란다.

간추린 대략의 스토리는 이렇다. 다가오는 미래엔, DNA 공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으로 하여금 고도의 지능과 완벽에 가까운 육체를 갖고서 태어나는 게 가능해진다는 것. 영화 속의 주인공 이름은 빈센트(에단 호크)다. 그는 ‘열등인’으로 태어났다. 심장질환에 범죄자의 가능성도 있는 악조건은 고루 다 갖춘 셈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동생 안톤(로렌 딘)은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이상적인 ‘우등인’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인간으로 나온다. 유전자가 우수하면 사회에서 적응과 성공이 쉽고도 가능하며, 유전자가 열악하면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성공적인 삶이 속수무책으로 봉쇄되는 미래의 모습을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한편으론 절로 끄덕이게끔 영화는 우리에게 다가서며 보여준다.

골리앗이 다윗을 이겼다면?


그러다가 체념과 절망이 심하게 가슴에서 요동치는 순간에 반전의 그림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희망을 중간에 아로새겨 넣는 법을 결코 까먹지는 않는다. 그래서 영화는 재밌다. 만약에 골리앗이 다윗을 이겼다면 그게 역사적으로 사실일지언정 영화는 별로 감동도 재미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곧잘 주인공을 약자로 만들고 전면에 내세우길 너무나 좋아한다. 그래야 대중으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끌어내기가 쉽고 결과도 흥행에 성공하는 법이다. 영화 ‘가타카’도 이런 법칙에선 예외일 수는 없었나 보다. 다윗처럼 약자인 형 빈센트가 골리앗처럼 신체적으로 아주 훌륭한 동생과의 수영시합에서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동생 안톤을 마침내는 이기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나는 왜 눈물이 주르륵 나왔던 것일까. 이유는 형제가 주고받는 영화 속의 대화로 대신하고자 한다. 그 장면은 최고의 압권으로 감동 그 자체이다. 안톤은 과거의 패배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빈센트에게 불쑥 도전장을 내민다. 결과는 빈센트의 또 하나의 승리다. 안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빈센트?”빈센트: “넌 그게 알고 싶겠지. 이게 내 방식이야 안톤. 난 돌아갈 힘을 남기질 않아.” 바로 이 장면이다. 내가 눈물을 왈칵하고 쏟았던 명대사들. 이윽고 빈센트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힘은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다.’

# 내가 만난 성공창업 CEO 1. 김오겸(53) (주)송추가마골 회장“‘서비스’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

창업자본금은 600만원. 1년여 동안 해외근로자로 어렵사리 번 돈이었다. 때는 1980년. 그도 영화의 주인공 빈센트처럼 처음엔 약자였다. 그의 성공 포인트는 <외식산업의 리더 9인의 성공법칙>이란 책에서도 소개됐듯 ‘서비스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에 분명코 있다. 이 말은 펄떡이는 명언이다. 이는 외식업 창업희망자 누구나 명심하고 실행으로 옮길만하다. 김오겸 회장의 인생 좌우명은 송추유원지 인근 ‘송추가마골’ 신관에 크게 활자화 박음질 되어있다. “사랑할 시간도 없는데, 어떻게 미움을…” 영화 속의 주인공인 빈센트가 돌아갈 힘을 따로 남겨둔 상태에서 동생과의 수영시합을 했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었으리라. 김오겸 회장은 사랑(종업원, 고객, 식구들)하기도 바쁘단다. 장사의 성공비결이란 게 사실은 간단하다. 별게 아니다. 10평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점포면적 2,000평을 자랑하는 ‘송추가마골’의 성공비결은 ‘명사가 아닌 동사’에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약자가 강자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여유를 부려선 정말이지 아주 곤란해진다.

# 내가 만난 성공창업 CEO 2. 이하연(47) (주)봉우리식품 사장“인생은 꿈을 꾸는 자의 것”

창업자본금 8만원. 호주로 유학 떠나는 남편의 손에 전재산 털어서 쥐어주고 수중에 홀랑 남은 돈이란다. 그 당시 그녀의 나이는 29살. 두 살배기 아이와 세 살배기 아이를 둔 꽃다운 새댁이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준비하느라고 밤을 꼬박 새웠다. 그리고 작은 아이 하나는 가슴에 안고 큰 아이는 걷게 하면서 동시에 리어카를 끌었다고 한다. 이런 억척은 선천적으로 태어나거나 운명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이 만든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1997년 서울 역삼동에 꿈에도 그렸던 고급 한정식집을 마침내 열었다. 영화 ‘가타카’에서 주인공 빈센트가 가타카 그룹에 입성하듯.

평범한 아줌마에서 유명한 여사장으로 환골탈태하기까지 줄곧 그녀가 소중하게 지켰던 것은 바로 ‘꿈’이다. 그녀는 “인생은 꿈을 꾸는 사람들 것이더군요”라고 성공의 비결을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자약하게도 말한다. 그런데도 주변에선 그걸 믿지 않는 눈치란다. 하긴 프랑스의 유명한 시인이자 철학자 폴 발레리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멀지 않아 당신은 사는 대로 생각할 것입니다.” 바로 이거지 싶다. 내가 만나 본 이하연 사장의 성공비결의 핵심은, 자기가 그리고 싶은 대로 살았기에 오늘의 그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주인공 빈센트가 그랬던 것처럼.

# 영화 ‘가타카’에서 장사 한 수 배우기

나는 강의 때마다 곧잘 영화로 장사의 비결이 무엇인지 즐겨 말하곤 한다. 영화 ‘가타카’는 소자본 창업자의 마인드가 왜 자본이나 입지보다도 더 중요한지에 대해 시사해주는 바 크다. 결국 장사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창업자 마인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학벌이나 집안 배경 등이 아주 월등하다고 해서 상재(商材)마저 유전학적으로 뛰어난 사람은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고 확신한다. 설령 영화처럼 그게 있다고 하더라도 수영시합에서 주인공 빈센트처럼 한다면 멋지게 승리할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장사를 시작할 때 진인사(盡人事)를 과연 했느냐의 여부다.

혹여 따로 아꼈거나 나홀로 자만에 빠졌던 것은 아닌지 실패의 이유를 찾고, 나머지는 대천명(待天命)하면 그만이다. 이쯤 되면 장사는 반쯤은 성공이나 마찬가지다. <쏘주한잔합시다>라는 책에는 이런 명언이 나온다. ‘삶은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강해진다. 질겨진다. 촘촘해진다. 깎으면 깎을수록 빛이 난다. 쪼면 쫄수록 엄정해진다. 닦으면 닦을수록 광채가 난다’라는. 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고서 수영하면 할수록 수영실력은 느는 것이며, 맞으면 맞을수록 싸움꾼은 점차 강해지는 것이지 태어나면서 승자도 패자도 미리 선택되었거나 사전에 결정되는 법은 없다. “인간의 정신은 유전되는 것이 아니다.”(There is no gene for human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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