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부동산114>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려는 의도는 아마도 최저임금 소득자의 소득 수준을 높여 다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보자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 즉, 돈을 이미 많이 벌고 있는 사람들, 이를테면 사장님 소리 듣는 고용주들의 주머니를 조금 덜어서 최저임금 근로자의 주머니를 채워 양극화 같은 것을 줄여보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소매점 영업 환경 나빠졌어도 ‘입지’ 따라 매출 천차만별
업종별로 좋은 입지 달라… 주변 환경 분석이 성패 갈라


그런데 뜻밖에도 최저임금 인상안이 나오고 나니 소득 수준이 높아 보이지 않는 생계형 자영업자들만 정부 뜻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편의점, 식당 가릴 것 없이 영업 포기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는데,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기업형 소매점을 운영하는 이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골목 상권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사장님들의 폐업만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이 더 올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의점 업주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필자의 지인 중에는 편의점 회사에서 점포 개발 업무를 담당하다 퇴사와 동시에 편의점 창업을 한 후배가 있다. (점포 개발 업무는 상권 분석, 가맹점 계약 등의 업무를 주로 하는 곳이다.) 이 후배가 바로 최저임금의 더 가파른 인상을 주장하는 있는 것이다. 후배는 현재 편의점 7개를 운영하는데, 점포가 많다 보니 직접 POS(단말기)를 찍으며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점포가 직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러니 인건비 지출이 다른 편의점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런데 그가 최저임금이 더 인상 돼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직원에게 좀 더 좋은 대우를 해 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이 돈을 더 벌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왜 그럴까? 후배는 편의점 점포 개발했던 경험을 살려 자신이 운영하는 점포의 입지를 세밀히 조사해 높은 매출이 나는 점포만을 운영하고 있다. 7개 매장의 평균 하루 매출이 300만 원 수준이니 대한민국의 편의점 중 0.1%에 해당하는 점포만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 임금이 인상되면 후배에게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까?

당장은 인건비 지출이 늘어나 수익이 감소할 것이 뻔하다. 인근 편의점도 역시 같은 상황에 놓일 것이 자명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의 경쟁 편의점이 하나둘 문을 닫을 것이고 그런 저매출 점포의 폐점으로 자신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최저시급 8530원과 채용으로 인한 간접비용까지 감안하면 시간당 최저시급은 이제 사실상 1만 원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편의점이 한 시간에 얼마나 팔아야 점주는 1만 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까? 편의점 상품 마진이 대략 20%이니 5만 원은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고, 이는 하루 24시간으로 계산하면 120만 원이 된다. 즉, 하루 매출 120만 원의 점포는 월세나 전기세 같은 다른 비용은 고사하고 인건비를 내고 나면 한 푼도 남는 게 없다. 이제는 하루 매출 120만 원짜리 편의점 점주는 문을 닫고 다른 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상가 투자 성공 위한 ‘안목’ 필요

상가 투자에 성공하려면 이제 ‘이기는 입지’를 찾아 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하루 매출 120만 원 이하의 점포가 문을 닫으면 그 점포에서 발생했던 매출이 인근의 고매출 점포로 흡수되지 않겠나? 고스란히 다 전가되지는 않아도 일 매출 200만 원쯤 파는 점포가 인근의 100만 원 정도의 점포가 문을 닫으면서 50만 원 정도의 매출 상승이 이뤄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상기 지도를 보면 실선으로 표시한 곳과 점선으로 표시한 곳이 있다. 둘 다 현장에서 보면 아파트를 길 건너에 둔 대로변 상가 입지이다. 게다가 분양가도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점선으로 표시한 곳은 아파트의 입구가 아닌 녹지용지가 있는 것이 보인다. 반면에 실선으로 표시한 곳은 아파트와 상가 사이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 즉, 실선으로 표시한 곳은 아파트 출입구를 접하고 있지만 점선으로 표시한 곳은 녹지로 단절돼 있다.

이 경우 해당 상권에 하나 정도의 지점을 내는 은행, 제과점, 아이스크림전문점, 유명 프랜차이즈 학원 등은 지점을 어디에 낼까? 상기 언급한 업종은 대로변을 선호하는데, 아파트 출입구를 접한 실선 쪽과 녹지를 접한 점선 쪽, 둘 중에서 지점을 낼 입지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이들의 선택은 실선으로 표시된 아파트 출입구 쪽으로 지점을 낼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상권이 실선으로 표시된 곳과 점선으로 표시된 곳의 차이는 크게 벌어진다. 점선으로 표시한 곳의 상가에 입점한 편의점의 하루 매출을 분석할 결과 130만 원 미만의 매출을 보이다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실선으로 표시한 곳의 편의점은 하루 매출이 200만 원을 조금 넘는 매출을 보였다. 이제 하루 13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경쟁점(편의점)이 문을 닫았으니 매출은 어떻게 변할까? 당연히 문을 닫은 편의점의 상당한 매출이 실선으로 표시한 편의점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최저임금이 올라 소매점의 영업 환경이 나빠지고 금리 인상도 시사되는 등 상가 투자의 환경이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위와 같이 ‘이기는 입지’를 찾을 수 있다면 상가 투자는 오히려 이런 때가 진주를 캘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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