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 생활하기 편한 나라’를 지향하기 위해 지난 2004년 8월 신설된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에 대한 사회적 반대여론이 팽배하다. 규제개혁기획단이 만들고 있는 규제 개혁안은 국민보다는 재벌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고,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고급 정보가 기업들로 새어나가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경실련은

“현재 대기업들로부터 파견을 나온 수십명의 고급 두뇌들이 규제개혁기획단에 소속되어 있으며 그들에 대한 모든 비용을 대기업들이 부담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규제개혁이 국민보다는 대기업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정부에 비판적이던 경제단체들이 그간 언론과 로비를 통해 주장해 왔던 숙원 정책들이 규제개혁기획단에 의해 속속 해결되면서 요즘은 참여정부를 옹호하고 있다. 이는 반대로 규제개혁으로 인해 국민들에 대한 혜택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반증하고 있다.

대기업 출신 10명 포진

정부는 내수증진 및 고용창출을 위해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정비하기로 하고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을 설치해 지난 2004년 8월부터 2년간 한시 조직으로 운영한다.기존에 있던 규제개혁위원회보다 강화된 규제개혁기획단은 2년이라는 한정된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점검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을 비롯해 건설, 토지, 경쟁제한, 물류, 유통 등 총 7,800건에 이르는 기존 규제를 검토하고 그에 대한 개혁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규제개혁기획단은 공무원 26명, 민간인 25명이 참여해 총 5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기업에서 파견된 인력은 김○○(포스코 차장급), 서○○(현대자동차 부장급),최○○(현대중공업 차장급), 김○○(롯데제과), 나○○(대한항공 부장급), 김○○(SKT부장급), 김○○(아시아나 차장급), 김○○(삼성생명 차장급), 박○○(LG전자 과장급), 강○○(대한생명 부장급) 등 10명이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중소기업에서 파견된 인력은 이○○(삼우중공업 이사급), 박○○(중소기업협동조합 과장급) 등 2명이다. 이들은 소속 기업과 기관에서 규제개혁기획단에 파견되어 근무하고 2년 뒤 해당 기업과 기관으로 복귀한다.

파견기간 2년 동안의 급여도 소속 기업과 기관에서 받는다. 최한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간사는 “규제개혁기획단에 파견된 대기업 인사는 10명이다. 이들은 자기 회사에서 월급받으며 2년 동안 일하고 2년 후에는 다시 자기회사로 돌아간다. 이들이 규제검토과정 중 직면할 갖가지 이해 충돌 상황에서 누구 편에서 판단할 것인가. 한마디로 규제개혁기획단은 중소기업은 배제된 채 재벌 위주로 구성되어 형평성을 상실한 조직”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 담당 서기관은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해당 기업 인사들은 각 기업을 대표해 온 것이 아니라, 실무를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규제를 검토하기 위해 온 것일 뿐이다. 재벌 편중 구성이라는 시각은 거두어 달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관계가 다른 규제는 ‘공정거래법, 그 중에서도 논란이 되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정도’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규제개혁기획단이 신설된 뒤 기업들이 그간 언론과 로비를 통해 주장해 왔던 숙원 정책들이 속속 해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규제개혁기획단이 기업들의 ‘대정부 로비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한편에선 정부의 민감한 사안들이 국무총리실을 통해 규제개혁기획단에 흘러나와, 다시 대기업으로 새어나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규제개혁기획단에 파견된 대기업 인사 10인은 실무자라기보다는 사실상 ‘재벌대표’의 의미라고 본다. 이들 재벌대표들이 현재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인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개혁단 “공정성에 문제없어”

대기업 위주 규제 개혁 방향은 곳곳에서 자행된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은 지난 2005년 12월 26일 입찰자격 사전심사(이하 PQ)제도 신인도 부문의 재해율 감점제를 폐지키로 확정했다,지난 2004년 한해동안 건설업에 종사하던 노동자가 800여명이나 사망한 현실에서 재해율 감점제를 폐지한 것은 참여정부가 규제개혁이라는 명분하에 건설 노동자들을 죽음에 몰아넣은 건설업체들마저 관급 공사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겠다는 것.경실련은 “건설업체의 논리에 밀려 정부가 나서서 건설노동자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마저 포기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PQ제도 신인도 부문의 입찰 및 공사 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자 건설업체들은 산재 사실을 은폐하면서 정부에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경실련 “공익성 상실”

대기업의 서비스업 진출 관련 규제 완화, 수도권 공장 신·증설 제한 완화, TV 간접광고 및 가상광고 허용 등에서 실적위주의 규제완화, 관련부처와의 협의 부족 등과 함께 반드시 유지되어야 할 공익성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실련은 ▲주택·토지관련 규제완화책 ▲기업도시특별법 ▲임대주택사업 활성화 ▲골프장 등 환경 규제 완화 ▲의료산업화정책 ▲PQ제도 신인도 부문의 재해율 감점제도 등 규제개혁기획단이 발표한 대책들마다 대기업 위주 제도라고 비판했다. 주택·토지관련 규제완화책은 민간의 택지공급 활성화와 기존 택지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민간의 토지수용 요건을 기존 토지소유자의 2/3에서 1/2 동의로 완화하고, 도시개발사업을 위한 최소 면적규모를 30만㎡에서 20만㎡로 하향 조정하는 등 관련 규정을 완화했다.

이 제도는 한마디로 개발을 추진하던 건설관련 대기업들의 부동산 투기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또한 기업도시특별법을 제정하여 도시개발법의 토지수용 요건이 대폭 완화되어 기업의 개발이익 독점, 국토난개발과 투기, 도시계획의 공익성 훼손 등을 불러 일으켰다. 민간에 의한 도시개발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되어 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을 만들었다.경실련은 “그 구성과 운영, 그간 발표된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업계의 이해만을 대변한 채 공익성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규제개혁기획단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규제개혁기획단이 신설된 뒤 중소기업이나 국민편의로 규제 개혁이 된 것 보다는 재벌편에 서서 규제개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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