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중·고-경희대 동문회 참석으로 기업인 친분 쌓아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재계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덕경회, 경금회 등 다양한 모임이 거론된다. 다만 실상은 문재인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재계 인물이 많지 않다.

인권변호사와 청와대를 거쳐 쭉 야당 정치인 생활을 했기 때문에 기업과 접점이 크지 않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경남중·고를 중심으로 한 부산 인맥은 든든한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또 경희대를 매개로 일부 재계 인사들과 인연이 닿아 있다. 일요서울은 재계의 문재인 대통령 인맥을 살펴본다.

인권변호사-야당 정치인 생활 길어…친한 재계 인물 드물어
문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 “그냥 동기였다” 답변만…


문 대통령은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부산에서 다녔다. 부산 경남중을 거쳐 경남고(25회)를 나왔다. 대학은 경희대 법대 72학번이다. 이 때문에 경남중-경남고-경희대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 ‘KKK’인맥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중에서도 경남중·고 인맥이 가장 눈에 띈다.

경남중·고 출신 재계 인사는 수없이 많다. 문 대통령 동기만 살펴봐도 쟁쟁하다. 부산시장을 역임한 서병수 씨를 배출한 경남고 25기 동기인 재계 인사는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좌상봉 롯데그룹 중국법인 대표이사, 박영안 태영상선 대표, 정철수 일신화학 대표, 우상룡 GS건설 고문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졸업 이후 문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연락하거나 친분을 쌓아오지 않았지만 박영안 대표는 재경(在京) 경남중·고 동문회 임원을 역임하면서 문 대통령과 인연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대기업 인맥의 경우는 GS그룹 인물들이 많다. 고등학교 4회 선배인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동기인 우상룡 GS건설 고문, 동문인 하영봉 GS에너지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조효제 GS에너지 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덕경회, 문 대통령 지역 기반 역할

경남중·고 출신 경제인 모임인 ‘덕경회’는 소모임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단체다. 2010년 출범한 덕경회는 오완수 대한제강 회장을 비롯해 윤성덕 태광 사장, 홍하종 DSR제강 사장, 안강태 대선조선 회장, 구자신 쿠쿠홈시스 회장 등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사업체를 둔 70여 명의 동문이 가입해 있다. 송규정 원스틸 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덕경회는 부울경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인들의 모임으로 주로 부산에서 모임을 갖기 때문에 재경 동문들이 모임에 참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덕경회 모임에 참석한 적은 없다. 문 대통령은 재경동문회와 총동창회, 동기모임에는 가끔 참석하지만 그 밖의 동문 소모임에는 참석하지 않고 있다. 덕경회는 문 대통령과 재계의 소통 창구가 되기보다는 문 대통령의 지역 기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남고 선후배로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사장, 임형규 전 SK텔레콤 부회장, 정철길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이 있다.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박준 농심 대표이사도 문 대통령과 경남고 선후배 사이다. 또 이경상 전 신세계이마트 사장, 이주홍 전 코오롱 사장 등이 경남고 동문이다.

다음은 문 대통령이 졸업한 경희대 인맥이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꼽힌다.


출신 학교 영문 머리글자 딴 ‘KKK인맥’이 다수
 GS그룹과 인연 깊어…선배·동기·후배 두루 포진


이 회장은 경희대 동문들이 18대 대선 직전 문재인 후보를 후원하기 위해 만든 단체인 ‘문재인을 사랑하는 경희인 모임’에 몇 차례 참석하는 등 문재인 대통령을 쭉 후원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2012년 총선 당시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직접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다.

경희대 출신 재계 고위급 인사로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최평규 S&T그룹 회장,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등이 있다. 최평규 회장은 문 대통령의 한 학번 선배로 같은 해 경희대 총학생회 임원을 함께한 경력이 있다. 경희대 경영학과 출신인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고문은 ‘경희인의 밤’ 등 동문 모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다.

대기업 내에서 승승장구 중인 경희대 출신들도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주목받는 분위기다. 하병호 현대백화점 고문은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며,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전 대표이사는 경희대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노승만 삼성물산 부사장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박종복 SC제일은행장과 성인희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가 경희대 75학번으로 문 대통령의 3년 후배다. 강찬석 현대홈쇼핑 사장과 박상순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문 대통령의 7년 후배로 경희대 79학번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 사장은 80학번이다.

이갑수 이마트 사장, 김진철 서울도시가스 대표, 윤병철 전 한화생명보험 운영총괄(부사장) 등이 문 대통령의 재계 경희대 학맥이다. 이 밖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 송권영 신일산업 부회장, 김상택 서울보증보험 대표, 윤병묵 JT친애저축은행, 오익근 대신저축은행 대표 등도 경희대를 졸업한 재계 인사다.

금융계는 일반 업계보다 개인 인맥 많아

문 대통령의 금융계 인맥 역시 경남고 출신이 많다. 대표적인 경남고 인맥으로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나온 김 회장은 문 대통령의 경남고 동기로 덕경회 명예회원이다.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인 윤성복 전 삼정KPMG 부회장, 신동규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 서준희 전 비씨카드 사장도 경남고 선후배 사이다. 보험업계에선 안민수 전 삼성화재 사장이 경남고 30회로 문 대통령의 5년 후배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경남중 1년 후배다.
경희대 출신으로는 박종복 SC제일은행장(경제학과)과 김상택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가 있다. 김상택 대표는 경희대 법학과 출신으로 문 대통령과 같은 대학, 같은 과 후배다.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은 문 대통령과 같은 경희대 법학과 출신이다.

개인적인 인연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의원 시절 공식적인 후원을 했던 기업인들도 주목할 만하다. 문재인 국회의원 후원금 내역을 보면 이용익 신흥 대표는 박종환 전 충북지방경찰청장 다음으로 많은 금액을 내 후원자 중 2위였다.

이 대표는 신흥을 설립한 이용규 현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지난 1964년 신흥치과산업으로 출발한 신흥은 금융사업을 하는 신흥캐피탈과 임플란트 등을 제조하는 신흥엠이스티를 거느리고 있다.

이 대표 일가가 보유한 주식 가치만 500억여 원에 이른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김영준 전 다음기획 대표와 문용식 전 아프리카TV 대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이상호 우리들제약 이사장도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적인 재계 인맥으로 꼽힌다. 문미숙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대표이사도 개인적으로 문 대통령을 후원해 왔다.
문재인 테마주로 불려 온 기업도 주목할 만하다.

문재인 테마주 속 재계 인물들 

한때 증권시장에서 조광페인트 대표(양성민, 2015년 작고)가 덕경회 일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광페인트가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된 적도 있고, 덕경회 구성원의 업체 대부분이 ‘문재인 테마주’라고 언급된 바 있다.

또 S&T모터스는 최평규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반도체부품업체 피에스엠씨는 문 대통령이 소속했던 로펌의 고객이라는 이유로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바 있다. 바른손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법무법인 고객사여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패션 업체 대현은 신현균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등산 친구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근거 없는 소문으로 결론났고 주가는 다시 떨어졌다. 이 밖에 문재인 테마주로 떠올랐던 기업은 대부분 대표이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고등학교 또는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주목받았다. ㈜동양 섬유 부문 박철원 대표와 우리조명지주 전풍 대표이사가 경남고 출신임이 이때 밝혀지기도 했다.

한편 회장이 문 대통령과 동문이라는 이유로 한때 ‘문재인 테마주’로 불렸던 한 기업의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학 때부터 인연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학 시절 함께 수업을 들었던 게 전부라 관계가 있다고 하기도 민망하고, 또 야당 정치인과 친분 있는 게 기업 활동에 무슨 도움이 됐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학맥을 특별히 챙기지는 않았다는 게 정·재계 인사들의 일관된 전언이다. 이 때문에 개인적인 인연이 깊은 금융계 인사는 드물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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