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메르켈‧국내 유명 가수까지 당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젊은 세대에게 ‘갓튜브’로 통하는 유튜브. 궁금한 것이 있으면 기존 세대처럼 ‘초록색 창’을 찾지 않아도 유튜브에 접속해 답을 영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주를 돌보던 할머니, 할아버지도 유튜브를 알게됐다. 이들 시니어가 30~40대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활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튜브가 세대를 아우르는 플랫폼이 돼 가고 있는 것. 20년을 유지해 온 포털 시대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동영상의 경우 문자 정보에 비해 내용 확인이 어렵고 기계적 차단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이 같은 점을 악용해 가짜뉴스 등 허위정보를 유통시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최근 등장한 ‘딥페이크(Deepfake)’를 꼽을 수 있다. 딥페이크란 인공지능(AI) 기술로 특정인의 얼굴 등 신체 부위를 다른 영상과 합성해 만든 것을 말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해외 유명 배우, 국내 가수까지도 딥페이크 영상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지금은 ‘동영상’ 전성시대···가짜 영상 누구나 손쉽게 제작 가능
딥페이크 아는 시민 14.3% 수준···범죄 악용 우려 높아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세 이상 성인 남녀 121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7.8%가 유튜브 사용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누군가의 공유로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유튜브 웹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에 접속해 이용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유튜브 사용자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비율이 더 높아졌다. 20대 91.3%, 30대 81.1%, 40대 76.2%, 50대 72.3%, 60대 이상 67.1%다.

유튜브 이용자나 비이용자나 유튜브 동영상을 다른 경로를 통해 이용하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94.2%가 유튜브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용 빈도는 ‘거의 매일’이 39.5%로 가장 높았다. ‘주 3~5일 정도’는 25.8%, ‘주 1~2일 정도’는 25.4%, ‘월 1~2일 정도’ 6.8%, ‘몇 달에 한 번 정도’ 2.4%, ‘1년에 한 번 미만’ 0.1%로 나타났다.

1회 접속 시 평균 이용 시간은 76분가량이었다.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수는 평균 4.6개로 나타났다.

바야흐로 ‘동영상 시대’가 펼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영상은 문자에 비해 한 번에 내용 확인이 어렵고 기계적 차단까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점을 악용해 가짜 동영상을 만드는 ‘딥페이크’가 판치고 있다.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까닭은...
 

딥페이크란 AI 기술로 특정인의 얼굴 등 신체 부위를 다른 영상과 합성해 만든 것을 말한다. 합성 영상물을 처음 유통시킨 사람의 아이디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장착된 컴퓨터와 사진‧영상만 있으면 한 포털의 오픈소스 AI 개발 도구 등을 활용해 누구나 손쉽게 딥페이크 영상을 생산할 수 있다.

딥페이크의 심각성을 전 세계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4월 유튜브에 올라온 한 개의 동영상 때문이었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된 것.

화면에 등장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표정만은 단호하게 지으며 “우선 결론만 말해 보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짜 머저리 같은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전임 대통령과 현 대통령의 사이가 좋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동영상이 공개되자 미 정가는 아수라장이 됐다. 그러나 동영상을 제작한 곳에서 즉시 ‘동영상은 가짜’라는 해명 자료를 발표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동영상을 제작한 곳은 버즈피드라는 인터넷 매체로 영화감독인 조든 필(Jordan Peele)과 함께 이 같은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 냈다. 필 감독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가짜 동영상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리기 위해 이 같은 영상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논란은 곧바로 진화됐지만 후폭풍은 지금까지도 거센 모양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표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가짜 동영상이라면 어딘가가 어색해야 하지만 너무나 진짜인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가짜‧허위 영상
규제 방안 시급

 
가짜 동영상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오바마 전 대통령뿐만 아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유튜브에 올라온 가짜 동영상에서 마치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말투로 “우리 유럽인들은 우리 손으로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 미국 및 영국과 우호 관계 속에 가능하면 러시아나 다른 좋은 이웃들과 말이다”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나 푸틴 대통령을 껄끄럽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이 영상을 봤다면 이중적인 태도를 가진 지도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반대로 그런 사실을 몰랐다면 메르켈 총리가 히틀러처럼 독재자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모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자 유명 가수인 A양도 자신의 나체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사람을 잡아 달라고 경찰에 사건을 의뢰한 바 있다. 이 또한 오바마 전 대통령, 메르켈 총리를 난처하게 만든 딥페이크 기술로 제작된 것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이 딥페이크 자체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앞서 밝힌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딥페이크를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3%로 나타났다. ‘들어봤고 대략 무엇인지 알고 있다’를 선택한 비율은 10%에 그쳤다.

31.4%는 ‘들어는 봤으나 정확이 무엇인지 모른다’, 절반이 넘는 54.3%는 ‘들어본 적 없다’를 택했다. 결국 딥페이크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응답자는 14.3% 수준이었다.

딥페이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동영상 형태로 퍼지는 가짜‧허위정보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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