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80년대 화성 연쇄살인부터 2000년 유영철 사건까지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 노골적으로 드러낸 공통점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했던 연쇄살인 사건은 1980년대 화성 연쇄살인부터 90년대 ‘지존파’ 등 폭력조직의 반(反)인륜적 범행, 2000년 유영철의 연쇄살인으로 이어졌다. 이들 사건은 범인들이 사회에 대한 증오심과 적개심으로 이른바 ‘묻지마’ 식으로 저질렀고 특히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동안 발생했던 ‘증오형 범죄’의 대표적 사례를 살펴본다.
 
■ 김대두 사건 및 우순경 사건 = ‘희대의 살인범’으로 불렸던 김대두는 1975년 17명의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고 종교에 귀의한 뒤 ‘전과자에게 갱생의 길을 열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1976년 12월 사형됐다.
 
김대두는 75년 8월부터 55일 동안 전국을 돌며 칠순 노인부터 생후 3개월짜리 영아까지 일가족 단위로 무참히 살해했으며 당시 취업도 못하는 무력감과 소외의식 때문에 마구잡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982년 발생한 우범곤 사건은 현직 순경 우범곤이 경남 의령 지역에서 총기를 난사해 이웃 주민을 집단살해한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우범곤은 자신을 욕한 동네 주민들은 모두 죽어야 한다며 총기를 마구 쏴 마을 주민 56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 화성 연쇄살인 =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연쇄살인 사건. 1986년 9월∼1991년 4월 경기 화성 일대에서 부녀자 10명이 연쇄적으로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됐으며 장기간에 걸친 잔혹한 살해수법으로 인해 ‘세계 100대 살인사건’에 포함되기도 했다. 잠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가 지난 2003년 4월 개봉된 영화 ‘살인의 추억’을 계기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 지존파(至尊派) 및 온보현 사건 = ‘지존파 사건’은 1994년 9월 20일 추석 연휴 기간에 세상에 전모가 드러난 폭력조직의 엽기적인 연쇄살인 사건.
 
김현양 등 조직원 6명은 1993년 7월 ‘지존파’를 결성, 사업가 부부를 납치 살해한 것을 비롯해 배신한 조직원 1명 등 모두 5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체를 암매장하거나 불에 태웠다. 지존파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부녀자 6명을 연쇄 납치하고 살해한 온보현 사건이 터져 1994년 당시 사회를 불안 속으로 몰아넣었다.
 
온보현은 1994년 9월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훔친 택시로 납치해 살해하는 등 부녀자 6명을 납치해 이중 2명을 살해했고,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서자 범행 보름 만에 자수, 막을 내렸다.
 
■ 막가파·영웅파 사건 = 연쇄살인 사건은 아니지만 지존파의 잔혹성을 모방하고 계승한 막가파·영웅파 사건도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1996년 9월 중순 ‘지존파’를 모방한 최정수 등 일명 ‘막가파’ 5명은 범죄단체를 조직한 뒤 10월5일 귀가 중이던 40대 여성을 승용차로 납치, 금품을 빼앗고 구덩이에 산 채로 넣어 살해하는 등 ‘지존파’ 못지않은 잔혹한 범죄를 일삼았다.
 
1999년 10월 29일 검찰에 검거된 이순철 등 ‘영웅파’ 조직원 6명도 평소 튀는 행동을 보여 눈에 거슬렸던 동료 조직원을 무참히 토막 살해하고 시신의 내장을 꺼내 나눠 먹는 등 잔혹성의 극치를 보였다.
 
■ 부산·울산 및 용인 연쇄살인 = 부산·울산 연쇄살인은 30대 초반의 연쇄살인범 정두영이 1999년 6월∼2000년 4월 부산·울산·경남지역의 부유층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철강회사 회장 부부 등 9명을 잇따라 살해한 사건.
 
정두영은 금품을 훔치다 들키면 흉기나 둔기 등으로 잔혹하게 목격자를 살해했고 살해 동기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내 속에 악마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허모(당시 25세)씨와 김모(당시 29세)씨 등 20대 2명이 카드빚을 갚고 유흥비를 마련하겠다며 2002년 4월 27일부터 승용차를 택시로 위장해 몰고 다니며 경기 용인 지역 일대에서 3일간 여성 5명을 살해한 충격적 사건도 이어졌다.
 
■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노인과 부녀자, 정신지체 장애인 등 21명을 살해하고 사체 11구를 토막내 암매장하는 한편 3구는 불에 태운 사건.
 
유 씨는 여성을 상대로 한 범행 시 주로 초저녁에 여성을 집으로 유인해 밤에 살해했고 자신의 경제적·가정적 좌절에 대한 비관과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으로 부유층 노인들을 무차별 살해했다.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었던 유 씨는 “경찰에 잡히지 않았으면 100명까지 살해할 생각이었다”며 “4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장기 일부를 먹었다”고 진술해 충격을 줬는데 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 같은 역대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과 처방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연쇄살인 사건은 개인적·사회적 소외감에서 나온 맹목적인 증오가 타인에게 공격적으로 표출돼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두영택 광주여대 교수(이학박사)는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와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상당히 병(病)들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 것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각계 각층의 피나는 노력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미대사관 경제외교관과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을 지낸 송하성 경기대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전체적으로 소외감,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사회적 변화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극단적 이기주의, 인명 경시, 물질만능주의 등을 타파하기 위한 한국 사회 전체의 변화 노력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