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흙수저 신화’ 쓰고 ‘교사’로 돌아가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
[인물탐구] ‘흙수저 신화’ 쓰고 ‘교사’로 돌아가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8-09-14 19:38
  • 승인 2018.09.14 19:38
  • 호수 1272
  • 7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162cm의 작은 키, 45kg 왜소한 체구에 별명은 ET라는 별명을 지닌 사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馬雲·54) 회장이다. 재산만 4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5조 원을 넘는 중국 최대 갑부인 마윈 회장은 금수저 출신도 아니다. 중국 항저우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삼수 끝에 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입사 시험에서도 30번 이상 낙방하고 8차례 사업 실패를 겪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99년 친구 17명과 함께 자신의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설립했는데 지금은 연매출 약 2,500억 위안, 우리 돈 41조 원에 달하는 거대 쇼핑몰로 성장했다. 이런 그가 54번째 생일인 지난 10일 내년 9월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깜짝 발표를 했다. 중국 거대 창업자 가운데서도 마윈과 같이 조기 은퇴를 선언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 8000만 원으로 차린 쇼핑몰... 창업 20년도 안 돼 ‘41조 원’으로
- 살기 위한 선택? 석연찮은 은퇴 선언에 음모론도 ‘솔솔’
 

중국 거대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내년 9월 10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고향인 저장성 항저우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영세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나에겐 아직 꿈이 있다...
교육 현장으로 돌아갈 것“

 
마윈 회장은 지난 10일 인터넷으로 성명을 내고 “이사회 비준을 거쳐 1년 후 오늘, 알리바바 20주년인 2019년 9월 10일 저는 알리바바 이사회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알리비바 CEO인 장융이 제 뒤를 이어 회장직을 맡게 된다”며 “오늘부터 장융에게 전적으로 협력하고, 우리 조직을 위해 이임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마윈 회장은 2019년 9월 10일 이후 2020년 주주총회까지 알리바바 이사회 이사직을 맡을 예정이다.
 
그는 “이는 심사숙고하고, 성실히 준비한 10년의 계획”이라며 “드디어 이 계획을 실현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은퇴에 대해 “알리바바가 개인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시스템과 인재 문화에 의지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마윈 회장이 오는 10일 알리바바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보도했으나, 실제로는 1년 이후에 물러나기로 했다. NYT 보도 이후 중국 현지 매체에서는 ‘2018년 9월 10일 사퇴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마윈 회장은 성명에서 ‘마윈이 없는 알리바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10년간 쉬지 않고 노력해 왔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의 발전은 제도와 문화 체계, 끊임없는 인재 양성에 달렸다”며 “회사는 몇몇 창립자에게만 의지할 수 없고, 어떤 사람도 영원히 회사의 CEO와 회장직을 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마 회장은 “세상은 넓고 나는 아직 젊다. 이루고 싶은 아름다운 꿈이 많다”며 “교육 현장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부터 ‘교사의 꿈’을 얘기해 왔다. 그가 실제로 교사가 될지, 다양한 교육 사업을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4년 전 ‘마윈 재단’을 설립해 시골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마 회장은 롤 모델로 삼아 온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의 다양한 기부 행보를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가 경영승계를 못 박은 2019년은 그가 55세가 되는 해다. 이는 세계 굴지의 대기업 수장 중에서도 ‘청년’에 속하는 나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핏줄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회장직을 물려주는 것은 한국의 많은 기업인들에게도 시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윈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여전히 알리바바 지분 6.4%를 보유한 대주주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마 회장은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 기업인이다. 삼수 끝에 사범대에 합격했고, 입사시험에선 30차례 넘게 떨어졌다. 그는 박봉의 영어교사로 생계를 잇다 31세이던 1995년 인터넷 업체를 차렸지만 실패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99년 동료 17명과 20평 남짓한 아파트에서 자본금 50만 위안(약 8000만 원)으로 알리바바를 차렸다. 2003년 기업 대 개인(B2C) 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에 이어 2004년 전자결제 플랫폼 즈푸바오(알리페이)를 개발해 중국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사업 영역도 엔터테인먼트, 클라우드컴퓨팅 등으로 확장됐다. 그는 2014년 미국 증시에 알리바바를 상장해 세계적인 거부 대열에 올랐다. 그의 자산은 400억 달러(약 45조원), 알리바바 시가 총액은 4000억 달러(약 450조원)에 달한다.
 
현재 알리바바는 아마존처럼 전자상거래를 넘어 클라우드 컴퓨팅, 물류, 금융결제 등 여러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사회 환경 변화에 적응해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언젠가는 수백만 중소기업과 협력하고 그들에게 기술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는 창업 당시의 꿈을 마윈은 이룬 셈이다. 알리바바는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지원에도 가장 앞장서고 있다. 2014년 설립된 마윈 재단은 중국 농촌지역의 교육 개선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비명횡사·감옥 피하려...
“너무 많은 것을 안다”
 

한편 마윈 회장이 갑작스럽게 은퇴 선언을 하자 일각에서는 그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것이라는 음모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마윈 회장의 내년 사퇴 발표와 관련해 자신의 ‘비명횡사’를 우려해 신변 안전을 위한 ‘결단’이라고 대만 자유시보가 11일 보도했다. 이는 탈세 의혹이 제기됐던 중국의 세계적 스타 판빙빙(36)이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지 3개월이 넘으면서 갖은 억측을 낳는 것과 맞물려 있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는 11일 마 회장의 내년 사퇴 발표와 관련해 자신의 ‘비명횡사’를 우려해 신변 안전을 위한 ‘결단’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2012년 정권을 잡은 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계열 인맥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기 시작했다. 장 전 주석 계열 인사로 분류된 마 회장이 이 같은 정치적 암투를 의식해 ‘신변안전’을 위한 전격 사퇴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당시 알리바바에는 장 전 주석의 손자 장즈청(江志成),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 류러페이(劉樂飛),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아들 원윈쑹(溫雲松) 등 장 전 주석 계열 인사들이 많이 포함됐다.
 
특히 2015년 5월 중국 증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중국 당국은 마 회장이 혁명 원로의 자제 그룹인 태자당(太子黨)을 도와 선물 공매 후 폭락한 주식을 현금으로 매입해 대거 시세 차익을 얻는 등 금융시장 불안을 조장했다고 의심해 왔다.
 
결국 류러페이가 2015년 당국의 조사를 받았고 원윈쑹도 체포됐으며, 장즈청도 특권을 이용해 1000억 위안(약 16조4000억 원) 자산을 편법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태자당 거물들이 속속 제거됐다. 마 회장도 이를 의식해 중국 정부에 대한 충성 발언을 자주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특히 마 회장의 이번 은퇴 선언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한 선언이었다고 논평했다. 자유시보는 또 시진핑 중국 주석은 성장 둔화와 채무 압력, 자금 유출에 미중 무역 전쟁까지 겹치면서 샤오젠화 밍톈 그룹,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그룹, 왕젠린 완다 그룹 회장과 함께 천이 전 부총리의 아들 천샤오루, 왕젠 전 하이항 그룹 회장 등을 부패 척결의 이름으로 장 전 총서기 계열 기업 인물을 대거 숙청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 초부터 해외 도피 중인 중국 기업가 궈원구이(郭文貴)가 최근 마 회장과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을 거론하면서 “이들은 비명횡사 아니면 감옥에서 여생을 보낼 것이다. 너무 많이 알고 있다”고 폭로했다는 사실도 신문은 소개했다.
 
장융이 이끌 알리바바...
‘모바일 퍼스트’ 전략 주도
 

한편 마윈 회장이 후계자로 지목한 장융(46)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상하이차이징대에서 금융을 전공한 장융은 2007년 8월 알라바바에 합류했다. 알리바바에 합류하기 이전 다른 회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온 그는 입사 이후 타오바오왕의 CFO를 맡았다. 아울러 그는 2009년 말 타오바오왕이 흑자를 내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받았다.
 
이후 그는 그룹 내 여러 부서에서 고위직을 맡았고, 특히 알리바바의 11월 11일 ‘광군제(光棍)' 행사인 ‘톈마오(天猫)'를 구상 및 총괄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2015년 5월부터 그룹 CEO직을 맡고 있다.
 
마 회장은 “장융은 알리바바에 합류한 이후 출중한 상업적 재능과 강력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줬다”면서 “2018년 중국 최고 CEO 1위를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또 “장융은 알리바바 그룹 협력 체제가 만들어 낸 뛰어난 비즈니스 리더”라면서 “그와 그의 팀에게 회사 배턴을 넘기는 것은 내가 지금 해야 할 가장 정확한 결정”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와 그의 팀은 이미 우리 고객과 직원 및 주주들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했다”며 “나는 알리바바의 젊은 세대 (리더들)를 충분히 믿는다”고 부연했다.
 
중국 언론들은 외부 영입인사인 장융은 강력한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알리바바에 충분히 녹아들어 갔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품격과 미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융 CEO는 “본질적으로 나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알리바바는 내가 이런 진정한 자아를 찾게 도와줬다”고 언급한 바 있다.

프로필
■ 2016.09 ~
유엔무역개발회의 UNCTAD 청년창업 중소기업 특별고문
■ 2016.05 ~
중국기업가클럽 회장
■ 2015.10
영국 상업자문위원회 위원
■ 2015.09 ~
UN 글로벌 교육재정위원회 위원
■ 2013.05 ~
알리바바그룹 회장
■ 2007.06 ~
소프트뱅크 이사
■ 1999.11 ~ 2013.05
알리바바그룹 회장, 최고경영자
■ 1999
알리바바그룹 공동 설립
■ 1988
항주사범대학 영문학 학사
■ 1964년 9월 10일
중국 출생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