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예산안 심사, ‘소득주도성장’ 둘러싼 최대 격전 ‘예고’

<뉴시스>
선거법‧상가임대차법 처리 가능성 ↑ 판문점 선언은 ‘미지수’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는 ‘각개전투’가 될 전망이다. 각 정당마다 역점 사안이 첨예하기 때문. 쟁점은 크게 대북‧입법‧예산‧국감으로 요약된다. 민주당은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 처리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한국당은 이를 파죽지세로 막아내는 대신, 정부 여당의 ‘경제 무능’을 창으로 활용하며 제목소리를 낼 공산이 크다. 바른미래당은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에 주력하겠다는 게 당론이다. 여기에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슈퍼예산’ 심사와 ‘국감’은 6.13지방선거 후 전열을 재정비한 여야의 ‘본 게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야 3개 교섭단체는 지난 3일 개회식 및 1차 본회의를 시작으로 정기국회 100일간 대장정에 돌입했다. 여야는 ▲교섭단체 대표연설(9월 4~6일) ▲대정부 질문(9월 13~14, 17~18일) ▲국정감사(10월 10~29일) ▲예산안 심사(11월 1일~) 등 일정을 소화한다.
 
정부‧與 ‘일방적’ 비준 동의 추진
처리되면 대북 제재는 어떻게…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은 9월 정기국회의 ‘암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강경’ 입장인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들은 북한의 비핵화 추진 상황을 지켜본 후에 처리하자는 ‘신중’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 여당이 이를 여느 때보다 강력 추진하는 데는 법적 장치를 통해 남북 교류 사업을 지속,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문점 선언은 국가와 국가 간 체결한 명시적 합의라는 점에서 국회 비준 동의가 있어야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는 것은 곧 판문점 선언 이행에 필요한 예산 확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3개항이 포함되는데, 이 중 첫 번째 항목에 철도‧도로 연결 등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항구성’을 갖출 수 있기 때 바뀌더라도 판문점 선언이 이행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이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정부 여당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일방적’이며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의 시각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보수 야당의 경우에는 남북 정세가 변화할 때 중단할 수 있는 여지를 둬야 효과적인 대북 제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만약 비준 처리가 될 경우 정권이 바뀌거나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자충수가 될 수도 있어 신중한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
 
여기에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점도 정부 여당의 비준 처리 명분이 약화될 수 있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준 처리가 9월 남북 정상회담 또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연내에 종전 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보수 야당의 주장도 힘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협치’ 발목 잡는 ‘패키지딜’
은산분리는 이번에도 ‘무산’ 위기

 
전반기 국회에서 계류된 법안들도 숙제로 남아 있다. 전반기 국회는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대북’과 ‘외교’에 초점을 맞춰 왔다. 이에 따라 2선으로 밀려 있던 경제 현안들이 ‘고용지표 악화’ ‘소득주도성장 실패론’ 등에 따라 9월 정기국회의 ‘대표 메뉴’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인터넷전문특례법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현행 10%로 제한된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34%~50%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야는 앞서 8월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34%까지 늘리는 것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듯 했지만, 규제 완화 대상에 자산 10조 원 이상 대기업 집단을 포함하는지 여부를 두고 입장차를 보이며 결국 무산됐다.
 
여기에 여당 내에서조차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어 이번 국회에서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내에서 은산분리 완화 자체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경우에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공산이 크다. 여야의 절충안이 어느 정도 이뤄지며 지난 8월 통과 문턱까지 갔지만 막판 한국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 보호방안과 임대인에 대한 세제 혜택 등에 큰 이견 없이 합의를 이뤘지만, 조세특례제한법과 인터넷전문은행법 등 규제완화법과 동시 처리해야 한다는 ‘패키지딜’ 원칙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크다.
 
‘패키지딜’은 서로 직접적 연관이 없는 법안들을 연계해 일괄 처리하는 방식으로, 정당 간 협상에서 사용되는 관행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법안 흥정’이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결국 ‘패키지딜’을 벗어나 다른 법안과 연계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키겠다는 여야의 합의만 이뤄진다면 상가임대차보호법은 9월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죽음으로 군불을 땐 선거제도 개혁도 이번 정기국회의 주요 이슈다. 승자 독식 구조였던 소선거구제를 혁파하고 새 선거제를 마련하자는 게 선거제 개혁 찬성 측 주장이다.
 
현 선거제는 여당과 제1야당에 유리한 탓에 그동안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도 번번이 무산돼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 필두에서 ‘선거제 개혁’을 외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시늉’이라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제1야당인 한국당도 선거제 개편에 동조하는 입장이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다만 선거제를 다룰 정개특위 구성이 우선 과제로 남아 있다.
 
여, ‘적폐청산’ 국감 재방송?
‘야성’ 찾은 한국당 반격 예고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는 10월 10~29일 진행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중 산업·통상 분야와 특허청이 첫날인 10일 수요일에 국감을 받게 되며 11일에는 산업부 중 에너지 분야, 12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국감이 예정돼 있다. 공사 및 공공기관들은 15일부터 본격적으로 국감에 들어간다.
 
기관 및 공사들의 국감 역시 에너지 분야와 산업을 나눠 진행한다. 먼저 에너지 분야는 자원과 전력, 원전 부문으로 나눠 진행되며 전력 부문의 경우 한국전력과 자회사 국감일정을 달리할 계획이다.
 
현재 정무위원회 등 각 상임위는 각 의원실 마다 요청할 증인 명단을 정리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올해도 ‘국감 단골’인 삼성·현대·LG 등 주요 대기업의 본사·계열사 CEO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로 재판이나 검찰 수사를 받은 기업들이 최우선 대상이다.
 
이번 국감은 지난해 국감과 공수가 바뀌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감은 사상 초유의 전·현 정부에 대한 ‘두 정부 동시 국감’이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에 이르는 광범위한 적폐 청산을 들고 나왔다. 당시 여당은 이번 국감이 보수 정권 9년의 허물을 들춰 볼 마지막 국정감사가 될 것이라는 각오로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 여당은 수비하는 입장이 됐다. 물론 여당은 여전히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 국감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이지만 영양가가 다소 떨어진다는 관측이다. 이에 반해 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로 ‘야성(野性)’을 되찾고, 존재감을 나타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에도 국감이 ‘국정’을 감사하기보다 재계 총수나 기업인들을 부르는 ‘재계 길들이기’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의원들이 이들을 부르는 명분은 다양하다. 적폐 청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등 ‘갑’이 내세우는 명분에 ‘을’은 응할 수밖에 없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아직 증인 명단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기업 총수들을 대거 부를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련 상임위에서 산업 이슈 등 필요한 내용을 점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국감’과 ‘기업인 증인’을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감의 본질인 정부 정책 점검, 집행 점검 등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점도 문제다.
 
‘가을국회=예산국회’
471조 둘러싼 與野 공수

 
올해보다 약 8.7% 늘어나 약 470조5000억 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할 조짐이다. 이번 2019 정부예산안 심사는 정부 여당의 ‘소득주도성장’ 논쟁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려는 입장이고, 보수 야당은 이에 반격 태세를 갖추는 양상이다.
 
한국당은 일찍부터 청와대발 새해 예산안을 두고 ‘장하성 예산’ ‘세금 중독 예산’으로 규정하며 대폭 삭감을 예고했다.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함진규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특히 일자리 예산과 관련해 국민 혈세를 마구 쓰는 부분이 있다면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내년도에 지급할 근로장려금(EITC) 지급액이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보다 3.6배 늘어날 예정”이라며 “정부가 정책이 아니라 대놓고 돈으로 메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올해보다 복지 예산 규모를 17조 원가량 증가한 162조2,000억 원, 일자리 예산 규모를 23조5,000억 원으로 적극 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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