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은 외국 투자회사들이 한국경제의 장래를 낙관적으로 발표하여 기분 좋은 신년을 맞이하였다. 이는 과거 한국에 대해 비관론을 펴오던 애널리스트들이 강력한 낙관론으로 돌아서 “2050년에는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 독일을 앞선다”는 등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예측까지 하였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작년 12월 1일자 보고서에서 한국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일컫는 “넥스트 일레븐”(Next Eleven)의 하나로 선정한 후 한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2050년에는 8만1,462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는 한국이 8만492달러인 일본을 따돌리고 8만9,663달러인 미국에 이어 G7국가 중에서 2위가 된다는 것이다.이어 12월 9일 블룸버그의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는 “한국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또 하나의 브릭스(BRICs:신흥 경제대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라 하였고, 12월 20일에는 모건 스텐리의 엔디 셰 이코노미스트도 “한국은 성공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 중”이라 하였다.그렇다면 한국의 실상은 과연 그러할까.한국, 고유가 시대 대비해야
우선 금년의 한국 경제는 좋을까.국내 여건이 여러 가지로 어려워 기업하기 어렵다고 기업인들이 말하고 있는데 유가는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에서 원유와 같은 원자재 수입에는 국운이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우리나라 수입 원유의 80%를 점하는 두바이유의 작년도 평균 가격은 49불이었다. 특히 미군 주둔으로 국가 안보를 유지하고 있는 산유국들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석유 수송에 따른 지정학적인 불안 등을 이유로 유럽에 비해 원유를 1-2달러 비싸게 팔고 있는데 이를 소위 ‘아시아 프리미엄’이라 한다.아시아 국가들의 중동 지역에서의 석유 수입 루트는 걸프만이 유일무이하여, 앞으로 ‘아시아 프리미엄’은 이란 핵 사태뿐 아니라 중동 지역에 사소한 분쟁만 발생해도 원유 수급에 차질 초래가 불가피하여 최고 6배가량 오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 10위권 석유 수입국들인 한국과 일본, 중국은 안전 수송 부담으로 지불하는 ‘아시아 프리미엄’ 극복을 위한 한·중·일 3국의 에너지 수급에 관한 공동 대응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미국과의 외교 문제 등이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라 해결 방안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지난 73년과 79년 제 1차, 2차 오일쇼크 중 유가급등 기간은 3∼28개월간 지속되었지만, 2002년부터는 줄곧 오르고 있어 신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국가 에너지 체제의 개편을 준비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금년도 유가는 얼마나 오를까
국내 전문기관들은 대체적으로 돌발 악재가 없을 경우 금년도 유가는 50∼55달러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국제 전문 기관들도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하지만 골드만 삭스는 국제석유 공급과 수요의 병목현상(Bottle Neck)에다 테러, 천재지변 등 돌출악재 발생 땐 105불로 치솟을 가능성을 경고하였고,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국가에너지정책위원회(NCEP)는 산유국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여 석유 통제권을 상실하면 배럴당 16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파국 시나리오’까지 내놓고 있으며, 국내 전문가들 중에도 “20세기의 오일쇼크는 단기 급등으로 인한 세계경제 쇼크였으나 21세기의 석유위기는 만성적인 고유가를 특징으로 한다”고 전망하고 있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의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BP의 바이런 그로트 재무총괄 부회장은 고유가가 장기화되고 있는 원인으로 중국경제 성장에 다른 수요급증, 일부 유전이 예상보다 빨리 고갈될지 모른다는 우려, 태풍 등 기상이변에 따른 원유 생산시설 파괴 등을 꼽았다. 지금 세계는 자원 전쟁중
지난 1월 23일 사우디 국왕이 중국을 방문하여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합의한 석유와 천연가스등 에너지 부분에서의 협약은 국제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잠재적 폭발력을 가진 사건이라고 정치학자들은 말하고 있다.세계 제일의 산유국인 왕정국가와 세계 제2위의 석유 수입국인 공산국가와의 에너지 협약이 지닌 정치적 파장을 학자들은 주목하고 있다.또한 이들에 의하면 그로부터 한주일후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대체에너지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특히 중동 석유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향후 20년간 75% 줄이겠다는 목표 역시 국제정치의 세력 균형과 자원경쟁을 염두에 둔 선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석유 수출국기구(OPEC)가 벌어들인 오일 머니는 1조 4,888억 달러로, 이중 1조 달러가 GCC 국가로 유입되었다고 한다.중국과 유럽연합(EU) 및 일본은 중동 산유국들과 FTA 체결을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한국도 중동 산유국들과 FTA가 체결되면 원유 및 석유제품 관세가 철폐되어 단기적으로는 연간 수천억 달러의 세수 결함이 생길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중동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어 각국의 시장규모와 경제 자유도 등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이 시급하다고 국내 경제 연구소의 중동 전문가들은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국가의 안전과 번영은 통상과 산업 기술 신장에 못지않게 석유를 비롯한 자원 확보 차원에서 판가름 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원자재를 수입하여 고급 인력으로 수출품을 만들어 팔아야 사는 우리로서는 지금이 자원 강대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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