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까르푸가 M&A시장에 매물로 나옴에 따라 유통업계가 빅딜 가능성으로 술렁이고 있다. 할인점 유통업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신세계 E-마트의 아성에 롯데의 롯데마트, 삼성 테스코의 홈플러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할인점 시장은 이마트가 연간 8조1,000억원대 매출(79개 점포)로 업계 선두인 가운데 홈플러스(4조6,000억원ㆍ42개 점포) 롯데마트(3조3,000억원ㆍ43개 점포) 까르푸(2조원ㆍ32개 점포)가 뒤를 잇고 있다. 현재 M&A시장에 나와 있는 한국까르푸를 어느 기업에서 인수하느냐에 따라 유통업계 1위 자리가 바뀌게 된다. 이 때문에 까르푸 M&A가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어를 낚아라”총력전

한국 까르푸가 M&A시장에 매물로 나옴에 따라 유통 할인점 업계간에 치열한 M&A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까르푸는 올해로 국내 진출 10년, 현재 3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까르푸 인수를 놓고 유통업계가 한판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까르푸를 인수하는 업체가 업계의 절대 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까르푸 인수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업체는 올해 초 상장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확보한 롯데쇼핑. 실제로 롯데쇼핑은 상장이후 자금력을 바탕으로 할인점 시장 장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를 통해 롯데쇼핑은 유통업계의 최강자로 등극하면서 까르푸를 향후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경쟁업체인 홈플러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롯데마트에 비해 비록 매장은 1개 적지만 할인점 업계 매출 2위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업계 1위 등극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손을 놓고 있다보면 2위 수성은 커녕 3위로 밀려날 위험이 있기 때문. 국내 79개 점포로 명실 공히 국내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신세계 e-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나 홈플러스가 까르푸를 통째로 삼킬 경우 지금보다는 훨씬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업계 1위 놓고 ‘신경전’

최근 금융권에서는‘롯데의 까르푸 인수가 거의 확정단계’라는 루머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롯데가 현재 M&A전문 대행사를 통해 까르푸 인수 작업을 은밀히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에 대해 지난 15일 롯데쇼핑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는 바 없다”면서도 강하게 부인하지는 않았다.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그동안 롯데쇼핑측은 이 문제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다”라는 말로 강력히 부인해 왔다.물론 롯데는 까르푸 M&A에 대해 공식입장은 아직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롯데가 까르푸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3조원 중 70%를 내년까지 롯데마트 확장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롯데의 까르푸 인수는 기정사실”이라고 못박았다. 업계의 흐름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이같이 말하는 근거는 롯데쇼핑의 유통업계 평정의지와 무관하지 않다.롯데쇼핑이 그동안 은밀하게 확장을 추진해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롯데가 신규 할인점 시장에 진출하기 보다는 기존 업체를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새주인을 기다리는 까르푸 인수가 롯데의 최종목표라는 설명이다.

롯데는 ‘함구’ 신세계는 ‘공식화’

롯데쇼핑이 비밀스럽게 M&A작업에 나서는데 반해, 신세계 e-마트가 까르푸 인수를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나서 화제다.지난 3월 10일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까르푸가 매물로 나온다면 과감하게 인수에 참여하겠다. E-마트는 까르푸를 인수해서 시너지 효과를 가장 많이 낼 수 있는 기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신세계 e-마트가 까르푸 M&A에 나선 이유는 경쟁업체인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의 시장 확대를 막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라는 것. e-마트가 까르푸를 인수하면 110개 이상 점포를 보유하게 돼 홈플러스ㆍ롯데마트의 추격권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신세계가 까르푸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이다. 신세계의 까르푸 인수 전략은 전략적 투자가(SI)로 참가한다는 것. 신세계는 현재 당장이라도 1조원 가량을 동원할 능력이 있다.

승자 점치기는 아직 일러

M&A시장에 나온 한국까르푸의 인수가격은 1.5~2조원. 현재 까르푸는 자본 1조원, 자산 1.6조원. 지난 2005년 매출액은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까르푸가 e-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업계 상위 3개사 중 하나에 인수된다면, 인수 후 상위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분석된다.e-마트가 인수하게 되면 시장 점유율 40%를 넘게 되어 기존의 확고한 1위 자리를 더욱 굳히게 되고, 롯데마트가 인수할 경우 2강(롯데, e-마트) 구도로 가고, 홈플러스가 인수할 경우 e-마트와 함께 2강 구도로 갈 것으로 분석된다.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과점화가 될수록 상위사들의 매출액 증대로 인한 규모의 경제 달성, 바기닝 파워(Bargaining Power)증대로 상위사들에 더욱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다”면서 “까르푸 매각이 신세계와 롯데쇼핑에 미치는 영향은 시나리오별로 다르다. 인수가격이 적정하다고 가정할 경우 e-마트나 롯데마트가 인수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며, 홈플러스가 인수하는게 가장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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