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와 참여연대가 법적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4월 11일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장남 정용진 부사장 외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참여연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간 기업이 참여연대를 고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는 향후 신세계와 참여연대의 법정 공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참여연대 서울지검에 고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 4월 11일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과 신세계 권국주 전 사장, 광주신세계 지창렬 사장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혐의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참여연대의 검찰 고소 요지는 다음과 같다. 지난 1998년 광주신세계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지배주주인 정용진 부사장이 광주신세계 주식을 저가에 인수할 수 있도록 공모했다. 이를 통해 정부사장은 42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고 그만큼 회사와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쳐 이른바 ‘기회의 편취’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광주신세계는 비상장 계열사로 자본금 5억원. 사실 자본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적은 돈으로 지배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사장은 신세계가 포기한 실권주를 25억원에 인수하여 지분 83.33%를 확보했다. 당시 대주주였던 신세계는 유상증자를 포기하면서 대주주 지위를 상실하고, 대신 정부사장 개인이 대주주 자리를 확보했다. 광주신세계는 지난 2002년 거래소에 상장됐다. 이 과정에서 25억원을 투자한 정부사장은 420억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신세계와 광주신세계는 그 만큼의 손해를 본 셈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참여연대가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이 겪었던 어려운 상황들을 무시하고 현재의 주가수준만 놓고 편법증여 운운하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신세계측은 “IMF위기 상황 아래 자본잠식 상태의 기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대주주가 사재를 출연한 것이 어떻게 ‘기회의 편취’냐”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신세계를 비리회사인 양 매도한 것은 명예훼손이다”라고 주장했다.

신세계 “대주주의 사재출연”

당시 정부는 부채비율 200% 이상인 기업을 워크아웃시켰다. 이때 신세계그룹 부채비율은 382%이고, 신세계는 257%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세계는 그룹차원에서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실시했다. 신세계 측은 “신규 차입에 의한 증자 참여가 불가능했다. 경영상 광주신세계의 유상 증자에 참가할 수 없어 불참했다. 책임경영을 하기 위해 대주주가 사재를 출연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98년 3월 광주신세계의 유상증자 결의 시점을 전후해 신세계는 부실기업이 아니었으며, 재무구조가 양호해 출자여력이 충분한 상태였다고 반론을 제기한다.신세계는 97년말 기준 당기 순이익이 96억원의 알짜회사였다.

98년 반기보고서엔 현금과 예금 736억원이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영업관련 자회사에 출자할 25억원이 없던 신세계는 98년 6월 코스트코리아에 86억원을 신규 출자하고, 삼성전자의 유상 증자에 21억원을 투자한바 있다.참여연대는 광주신세계 자본 잠식과 관련해 “유상증자 당시 자본잠식은 사실이다. 영업부진에 따른 누적 손실 때문이 아니다. 광주신세계는 설립 초기의 개입비 약 47억원을 95년에 일시에 상계했기 때문이다. 또 95년 이후 영업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광주신세계도 지난 95년 설립되어 2년만인 97년부터 이익이 실현됐고, 지난 97년 영업이익 55억8,500만원과 당기 순이익 33억6,600만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이번에 참여연대가 신세계를 고발조치한 것은 배임 혐의가 드러난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호텔 베이커리도 도마 위에

참여연대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이사로서의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와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희생시킨 피고발인들에 대해 검찰과 사법당국이 엄격한 형사적 제재조치를 취함으로써 이러한 폐단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참여연대는 검찰 고발에 앞서 지난 6일 ‘38개 재벌 총수일가의 주식거래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지배주주들이 회사의 사업기회를 편취해 사익추구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제시했고 대표적인 기업으로 신세계를 지목했다.참여연대는 “신세계가 광주 신세계와 조선호텔 베이커리 등을 별도 법인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대주주 이명희 회장의 자녀인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과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에게 편법적으로 부를 상속했다”고 주장했다.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사업 구조조정과 부채상환을 위해 베이커리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으나 비상장기업으로 공개 매각이 불가능해 종업원과 대주주에게 지분을 판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정용진 부사장은 광주신세계백화점 지분 52%를, 정유경 상무는 조선호텔 베이커리 지분 40%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참여연대와 신세계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신세계 대주주 일가가 편법적인 부의 상속을 도모하기 위해 비상장 계열사인 광주신세계를 이용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세계는 “사실을 왜곡시킨 채 신세계가 비리가 있는 회사라고 일방적으로 지목하여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키로 했다.

양측 입장 첨예한 대립

참여연대의 검찰 고발과 별개로 신세계는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진행된 신세계의 국세청 세무조사가 막바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측은 단순한 정기적 세무조사라는 입장이다. 재계 일각에서 제기된 편법 증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서 맡고 있다. 과거 특별조사국이었던 조사 4국은 탈세기획 조사 등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정용진 부사장이 지난해 신세계 지분(4.86%)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편법적인 증여가 있었는지 등도 조사대상에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세청의 심층 세무조사에 이어 참여연대의 고발로 불거진 신세계 파문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쏟아지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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