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현정은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구설수에 휘말렸다. 증권가에선 현대건설의 이종수(56) 경영지원본부장이 사장으로 선임된 데는 현대그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반기 M&A시장에 나올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현대그룹 측이 현대맨인 이종수 사장을 심어 놓았다는 것이다. 현재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증권은 채권단 운영위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문제가 된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인수 의향을 밝혔기 때문에 금융계열사라 할지라도 채권단 운영위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증권이 운영위에 참여하고 있어 더욱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룹차원에서 인수전 참여

현대그룹이 워크아웃 중인 현대건설을 인수하려고 작년 말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현대그룹이 이처럼 현대건설 인수를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그룹의 모태 기업인만큼 그룹의 정통성 유지에 필요하고, 2010년까지 매출 20조원 달성과 재계 10위권 진입을 위해서이다. 이와 관련, 현대측의 한 임원은 “현회장이 최근 임원 회의에서 내년에는 현대건설 인수에 모두 매진하자고 당부했다”면서 “그룹 오너의 분명한 의지가 있는 만큼 내년에는 그룹 역량이 인수전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인백 사장을 최근 기획총괄본부 사장으로 전격 영입한 것 또한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 사장은 과거 현대 시절 구조조정 전문가로 이름을 날려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최근 현대건설의 주가 급등에 곤혹스런 입장이다.그리고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 의향을 밝히고 나선 가운데 계열사인 현대증권이 채권단 운영위원회 일원으로 매각 과정에 관여하게 돼 논란을 빚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3일 현대건설은 이종수 경영지원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사장이 취임함에 따라, 현대건설의 매각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채권단의 이 사장 낙점은 앞으로 있을 현대건설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이다.이 사장은 그동안 외환·산업은행 등 채권은행과의 업무 조율을 담당해왔다. 그만큼 채권단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매각 작업을 원활히 추진할 인물로 채권단이 판단한 것. 채권단 관계자는 “이 본부장이 회사 구석구석을 잘 알기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그리고 현대건설 관계자는 “매각이나 구조조정과 관련해 채권단에서 별다른 통보를 받지 못했다” 면서도 “주총 이후 채권단의 입장 변화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현대건설 신임사장으로 추대되는 과정에도 경영진 추천위원회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따라서 이것이 향후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사전 포섭이라는 의혹을 낳고 있다. 지난 3월 9일 증권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도 계열사인 현대증권이 매각 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현대건설 채권단 운영위에는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등 주채권 금융기관과 함께 현대증권과 대한투자신탁운용이 참여하고 있다.실질적으로 현대건설 경영진을 결정하는 경영진 추천위에는 핵심 채권단 4곳과 함께 현대증권이 참여해 각각 한표씩을 행사했다. 현대증권의 현대건설 지분율은 0.7%로 외환은행(17.8%)과 산업은행(16.7%), 우리은행(14.6%) 등 주채권단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인데도 중요한 의사 결정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건설 채권단 금융기관협의회에 소속된 56곳 가운데 운영위와 경영진 추천위에 참여하는 기관은 각각 6곳, 5곳뿐이다.

채권단 매각논의 시작

지난 4월 3일 현대건설은 신임사장으로 이종수 사장이 취임하였다. 이 사장이 취임함에 따라 현대건설 매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2001년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이후 출자전환한 지분 총 67% 가운데 50%를 매각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조만간 현대건설 매각 준비를 위해 채권단이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본격적인 매각 작업은 대우건설 매각이 일단락되는 올해 하반기에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현대건설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 인수전에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가장 의욕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 등 과거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로 범 현대가 쪽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현대건설이 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더구나 현대건설은 구조조정을 통해 알짜기업으로 거듭나 작년 당기순이익이 3,200억원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작년보다 실적이 더 좋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이 주간사 선정을 비롯해 현대건설 매각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상거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채권단 내부에서도 일고 있다.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물건을 사려는 한 당사자가 파는 쪽의 정보를 모두 알고 있으면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며 “조만간 채권단 차원에서 현대증권을 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채권단은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에서 졸업하면 채권단 운영위를 중심으로 금융기관 9곳이 참여하는 주주협의회를 구성해 매각 작업을 조율할 예정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운영위에서 현대증권을 제외하기로 결정할 경우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초 현대건설의 주가는 주당 4만5,100원으로, 시가총액이 4조9,200억원에 달한다. 건설업계 중 최고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이 가운데 적어도 40% 이상의 지분을 사들이는 업체가 나와야 현대건설을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40% 이상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것. 결국 경영권 프리미엄을 뺀 지분만으로도 2조원가량 필요하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할 경우 인수금액은 3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얘기다.

올연말 협상 본격화 될듯

지난 4월 12일 굿모닝신한증권에 의하면 “현대건설이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중공업, 현대차 등 범 현대그룹을 중심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대건설 매각작업은 현재 진행중인 대우건설 매각이 마무리되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11일 기준 시가총액(5조6,740억원)과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전체 지분의 50%+1주,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최소 4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현대건설의 최대주주는 외환은행으로 17.77%의 지분을 갖고 있고 산업은행(16.71%), 우리은행(14.58%), 국민은행(5.14%) 등 전체 채권단이 모두 54.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반면, 현대건설은 현대상선 지분 8.69%를 갖고 있고 현대아산(18.28%), 현대리모델링(8.30%), 현대엔지니어링(77.6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인수대금이 워낙 큰 데다 외국 기업에 넘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 국민정서와 현대그룹 내 분위기를 볼 때 그룹 내 계열사들이 손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이날 현대건설 채권단 관계자는 “외환·우리·산업은행 등 운영위원회가 채권단 관리 종료에 대한 결정을 다음주 초 할 예정”이라며 “채권단 관리 종료가 결정되면 바로 매각잡업에 들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현재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진행중인 만큼 채권단은 대우건설 매각이 끝난 후 본격적인 매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한편, 굿모닝신한증권 조봉현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 진행될 인수합병(M&A)이 현대건설의 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현대건설의 목표주가를 기존 5만1,300원에서 6만1,85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이날 종가 기준(5만1,600원)으로 19% 이상 상승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 현대건설, 오는 5월 5년만에 워크아웃 ‘졸업장’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에서 졸업한다.현대건설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지난 5일 워크아웃에서 현대건설을 졸업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외부(채권단)의 경영간섭 없이 ‘독자경영’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현대건설의 워크아웃 졸업은 지난 2001년 6월 이후 5년 만이다.현대건설은 지속적인 일감확보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보다 2,200여억원 많은 8조3,028억원으로 잡았다. 매출목표는 5조685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173억원, 3,53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높여 잡고 있다.이종수 현대건설 신임 사장은 “이번 워크아웃 졸업을 계기로 수주와 매출,순이익,재무건전성은 물론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성 등 모든 면에서 진정한 1위 건설사로 재도약하겠다”고 말했다.이번 워크아웃 졸업 결정으로 현대건설의 매각 추진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르면 올 연말께부터 매각작업에 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대내외적인 기업 신용도가 한층 제고돼 국내 및 해외건설 수주 전망도 밝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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