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후 관리>

자궁과 임신에 약침 치료·왕뜸요법 치료 효과 높아 
 습관성 유산 …산후풍·난임·불임 등의 후유증 동반


나무가 비와 바람을 버티고 인고의 시간을 거쳐 열매를 키워 내듯 태아 또한 출산을 위해 280일 동안 산모의 자궁에서 긴 성숙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열매가 다 성공적으로 완성될 수 없듯이 출산에도 유산(流産)이라는 실패의 가능성이 있다. 사실 최근 들어 환경적인 영향과 사회적인 고령 임신 증가 및 미성숙한 성 문화의 유행으로 유산을 경험하는 여성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유산, 그 슬픔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만큼 아마 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아플 것이다. 

유산은 크게 자연 유산과 인공 유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연 유산은 인위적인 요소가 없는 상태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유산이고 인공 유산은 인위적으로 일어나게 만든 유산이다. 산모가 정상 임신 상태에서 3회 이상의 자연 유산이  일어난 경우를 습관성 유산이라 하며 주요 원인은 면역학적 원인, 염색체 원인, 해부학적 이상, 내분비 이상 등 다양하다. 양막이 파열되고 자궁경부가 열리는 현상이 나타나 유산이 되는 경우는 불가피 유산이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유산이 되기 때문이다. 계류유산이란 태아가 임신 도중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수 주 동안 태아의 시체가 자궁 내에 남아 있는 경우다. 절박유산은 임신 초반 20주 이전에 질 출혈이 생기는 현상으로 유산의 확률이 대단히 높은 경우이므로 절박한 상태이며 산모에게 절대 안정이 요청된다. 유산이 일어나고 태아 또는 태반의 일부가 자궁 내에 남아 있는 경우를 불완전유산, 전부 다 배출된 것을 완전유산이라 한다.

다만 어떠한 유산이든 간에 유산 또한 출산과 마찬가지로 몸에 무리를 주는 것인데, 유산 후 몸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습관성 유산, 산후풍, 난임, 불임 등의 후유증이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2014년 조사한 통계 결과 유산 경험 후 올바른 사후 관리를 하지 않는 여성의 비율이 43% 이상으로 산후 관리를 하는 여성에 비해 관리를 굉장히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출산은 밤이 익으면 밤껍질이 스스로 벌어져서 밤알이 조금도 손상이 없지만, 유산은 익지 않은 밤송이를 쪼아서 살과 껍질을 부수고, 껍질과 막을 훼손하여 밤알을 꺼내는 것과 같으니, 그러면 자궁이 손상한 후에 태가 내리게 되는 것이라, 유산한 이후에는 오히려 10배 이상의 조치를 해야한다”고 되어있다. 

이처럼 정상적인 분만 시에는 인체 내의 호르몬 변화로 자연스럽게 자궁 수축이 생기면서 출산이 이루어진다. 출산 후에는 호르몬 분비로 늘어나 있던 자궁이 스스로 수축하고 산모의 몸은 차츰 출산 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유산 뒤에는 호르몬 변화가 유연하지 않기에 늘어난 자궁의 수축도 늦어지고 정상분만에 비해서도 전반적인 신체 기능의 회복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유산 후의 증상으로는 질에서 오로가 나오게 되는데 이는 자궁 내막의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갈색의 분비물이 모여 나오는 것이다. 이때 조리를 잘못하거나 배에 강한 자극을 주게 되면 갈색에서 선홍색과 같은 덩어리진 오로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한방에서 말하는 어혈(瘀血, 체내의 혈액이 일정한 자리에 정체되어 노폐물이 많아져 생기는 병증)이 많아지는 상황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오로 이외에도 자율신경 실조로 인한 산후풍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도 하고, 머리나 팔에 찬바람이 들어오는 느낌이 나며 몸에 한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일부 여성의 경우 하복부 통증, 허리, 골반의 통증과 같은 비정상적 근육, 관절 통증이 오랜 기간 지속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유산을 경험한 산모라면 반드시 산후조리를 하는 것 못지않게 유산 후 관리를 하여 자궁을 튼튼하게 만들어 다음 임신은 유산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 유산(중절수술)의 경우도 자연 유산과 마찬가지로 자궁을 비롯한 산모의 몸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되므로 마찬가지로 더욱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한방의 유산 후 관리는 일차적으로 자궁의 어혈을 없애고 염증을 없애는 처방을 통해 자궁을 깨끗이 씻어내는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개 ‘축어탕(逐瘀湯)’ 계열 등의 어혈을 제거하는 처방을 써서 손상된 조직, 불필요한 오로 등을 없애주고 자궁을 정화시킨다. 그 후에 자궁과 손상된 기혈(氣血)을 보하는 류의 처방을 통해 자궁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유산 후 치료법이다. 한약 처방뿐 아니라 자궁과 임신에 효과적인 침치료 및 약침치료, 하복부 단전에 왕뜸요법을 병행하여 자궁치료를 더욱 극대화시킬 수 있다. 

유산 후에는 출산 후처럼 빈혈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손상된 몸을 돕기 위해 충분한 영양이 필요하며 필요하다면 철분제, 종합비타민 등의 섭취를 통해 망가진 몸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산 후에는 소화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인스턴트 식품 혹은 맵고, 짜고, 기름진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간, 콩, 소고기 등 철분이 많고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 음식을 주로 섭취해야 한다. 

목욕을 할 때에도 따뜻한 물로 반신욕을 하거나 간단하게 샤워만 하는 것이 좋으며 너무 더운 사우나에 장시간 있거나 찬 공기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성관계 또한 유산 후 최소 한 달이 지나 첫 월경을 한 후가 안전하다. 물론 월경 후에는 정상적인 임신이 가능하지만, 유산 후 몸 관리가 덜 되었고 증상이 아직 남아 있다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회복이 된 이후에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옳다. 

유산 후 관리를 출산 후만큼 기쁜 마음으로 조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산모는 다음 임신과 미래의 아이를 위해서 어떻게든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여야 하며 장차 유산의 아픔을 딛고 소중한 열매를 거두는 결실을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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