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의 M&A 전쟁이 시작됐다.LG카드 인수의양서가 마감된 지난 4월 19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농협 등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해 국내 금융사의 3파전이 될 전망이다.이밖에 테마섹, 메릴린치, 씨티그룹 등 외국계 금융사 가운데 일부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카드는 전업카드사 가운데 최대 규모인 회원수 1,000만명, 자산규모 10조원이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1조3,631억원이다. LG카드를 인수하면 단숨에 카드업계 1위 등극이 가능하다. 이것이 금융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이다.

LG카드 M&A가 국내 금융사인 신한, 하나, 농협 등 3파전이 예고된다.외국계 금융사에서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LG카드의 주요 주주인 국내 채권단(은행)이 1,000만명의 알짜 회원정보를 외국자본에 넘길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 그렇다면 LG카드 M&A는 “누가 얼마를 써 내느냐”는 전형적인 돈 싸움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신한, 하나, 농협 등이 LG카드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은 ‘몸집 부풀리기’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현재 시장점유율은 KB카드(17.6%), LG카드(16.5%), 삼성카드(13.2%), 신한카드(8.2%), 농협(7.5%), 현대카드(7.4%), 외환은행(4.9%), 우리은행(4.8%), 롯데카드(4.4%), 하나은행(3.0%)순이다.

LG카드 인수 시나리오

신용카드업계의 판도는 LG카드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바뀐다. 하나금융지주를 제외하고 누가 가져가도 카드업계 1위에 올라선다. 신한카드가 LG카드를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 24.7%, 카드자산은 14조원(현재 3조6,000억원), 이용액 74조원(현 14조원), 단숨에 1위가 된다. 회원수는 약 1,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경제활동인구(3월 기준 2,376만9,000명)의 60%에 이르는 숫자다. 농협이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 24%, 회원수가 1,500만으로 역시 1위에 등극하게 된다.하나금융지주의 경우 현재 시장점유율이 낮아 LG카드를 인수한다고 해도 점유율이 19.5%로 1위에 등극할 수 없다.

하나금융지주는 LG카드 인수가 계기가 돼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업카드사와의 경쟁에서 월등한 조건을 갖추게 되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 농협은 자회사 출자한도에 따라 1조3,000억원 정도만 투자 가능하다. 농협은 국민연금, 군인공제회 등과 접촉하고 있다.하나은행 역시 자금조달을 위해 투자자들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자체자금으로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 리딩 금융사 전망

신한금융은 은행업에 편중된 포토폴리오를 개선하여 리딩 금융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다양한 자회사 포토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신한은 은행(163조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85%에 달해 불균형한 성장을 해 왔다. LG카드를 인수하여 불균형을 바로 잡고, 선두금융사인 국민은행에 비해 뒤처진 카드부분을 따라 잡겠다는 것이다.하지만 신한은 신한카드(580만명)와 LG카드(1,000만명) 고객의 중복 문제와 조흥은행 카드 인수에 이어 LG카드를 인수할 경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부담 등이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나금융, 서너지 효과 높다

하나는 LG카드를 인수할 경우 인력 구조 조정 등을 할 필요가 없고 시너지 효과가 높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나카드의 회원은 300만명. 신한과 농협보다 회원 수가 적어 그만큼 LG카드와 중복고객이 적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신한지주와 농협의 카드고객은 LG카드 회원과 상당부분 중복될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하나금융의 인수 시너지가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하나의 약점은 외환은행 인수전에 시간을 허비하여 LG카드 인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이다. 특히 외환은행에 이어 LG카드 인수마저 실패할 경우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농협 ‘토종 은행이 인수 바람직’

농협은 ‘토종 은행론’을 M&A마케팅에 활용할 계획이다. 토종 은행론을 활용한 원조 금융사는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이 이번 LG카드 인수에 불참하자 농협이 벤치마킹하여 활용할 것으로 알려진다. 농협 관계자는 “LG카드는 토종은행인 농협에서 인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신한, 하나는 외국인 지분율이 각각 64%,80%에 달해 토종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하나로클럽, 하나로마트 등 유통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가장 크게 낼 수 있다.농림부가 농협의 LG카드 인수를 사실상 지원하고 있다는 설. 농림부가 세종증권(현재 NH투자증권) 인수 때와는 달리 ‘농협 거대화 반대’ 등의 구체적인 제동을 걸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농협이 리스크관리 능력이 약하다는 점을 들어 카드사 인수에 미온적인 태도이다. 이것이 약점이다.

카드업계 판도변화 예고

LG카드의 M&A전쟁은 카드업계의 생존 경쟁과 직결된다. M&A에 실패하면 카드업계 선두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시장에서 밀리게 되면 사업포기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 만큼 LG카드 M&A가 지닌 역할이 중요하다. 하나금융지주와 농협은 인수에 실패하면 BC카드에 의존해야 한다. 설상가상 BC카드의 주인이 보고펀드로 바뀔 경우, 수익성 위주로 운영돼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BC카드는 우리(27.65%),하나(16.83%),신한(14.85%),농협(4.95%)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중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이 보고펀드와 지분매각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BC카드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분은 남기고 매각할 계획이다. 보고펀드는 경영권을 확보한 뒤 지분 분산의 비효율을 개선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투자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외국계 금융사 배제설

LG카드가 외국계 금융사에 매각될 경우 국부 유출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한국 카드산업의 운영 노하우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 그러나 외국계 금융사로 LG카드가 매각되면 고객정보, 운영 노하우가 노출되어 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현재 LG카드 지분은 산업은행이 22.93%로 가장 많고 농협 14.59%, 국민은행 10.83% 순이다. 우리은행, 신한은행은 각각 8.7%, 7.14%를 가지고 있으며 이번에 인수에 적극 나설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의 보유지분율은 각각 5.95%, 4.38%다. LG카드 매각담당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라서 정부입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LG카드 M&A에 나선 금융사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매각협상을 진행하며 LG카드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산업은행이 LG카드 매각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매각 일정이 짜여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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