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온 집안이 모여 햅쌀밥과 백과를 차려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저녁에는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 아래 보름달 같은 둥근 마음으로 정담을 나누는 추석 명절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라’는 말을 매년 보름달을 보면서 실감한다. 
그러나 올해는 유난히도 ‘추석 같지 않은 추석’ 느낌이다. 추석 얘길 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 보이고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이토록 실감나지 않은 경우가 없었지 싶다. 
살기가 예전보다 좋아졌다는 사람을 좀처럼 볼 수가 없어 인심도 갈수록 험해지고 있다.
정권 출범 초기 80%대까지 치솟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조사에서는 30% 가까이나 떨어졌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으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우리나라 사업체 중 84%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조지 부시의 위세는 대단해서 재선은 떼 놓은 당상인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도전자 빌 클린턴은 판세를 뒤집기 위해 ‘신의 한 수’ 같은 선거 슬로건을 만들어 냈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인지도에서 부시에 한참 뒤처져 있던 클린턴은 부시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인한 불경기의 장기화를 이 슬로건으로 집중 공략해 마침내 대선에서 승리를 따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미국 우선’이라는 경제 슬로건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뒤엎고 힐러리 클린턴을 꺾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7년 우리나라 대선에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친 후보자에게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줬던 것과 같다. 
올 추석이 추석 같지 않다는 이유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뿐 아니라 규모가 좀 크다고 하는 기업들의 자금 사정 또한 나아진 게 없다. 길어지는 경기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추석 상여금은 엄두도 못 내고 임금조차 밀린 업체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 따르면 9월 전망치가 92.2로 지난 10년간 추석 있는 달의 경기 전망치 중 가장 낮아 추석 특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치솟는 청년 실업률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공무원 채용을 확대했으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族)’을 늘게 해 오히려 청년 실업률을 더 높이는 아이러니를 빚고 있기도 하다. 마구 늘린 공무원 탓에 출근도 않고 월급을 타는 ‘유령 공무원’이 21만 명인 아르헨티나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하는데도 정부는 공무원을 늘리는 정책을 밀어붙여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또 매일같이 쏟아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오락가락 번복되는 사례가 많아 국민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지방 집값만 잡는 정책으로 양극화만 더 키웠다는 통계도 있다. 
개발을 앞세워 돈을 돌게 하는 방법론과 소득을 늘려서 돈을 돌게 한다는 정부의 방법론으로 소모적 논쟁을 벌여야 하는 국민들에게 이번 추석은 한가위 추석(秋夕)이 아니라 ‘근심하는 가을(秋 ? )’이 되지나 않을까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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