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오죽하면 세계 항공업계에선 비행기를 지칭하여 ‘날아다니는 관(官)’이라고 할까. 금호아시아나항공(박삼구 회장)이 정비 불량으로 여러 차례 기체결함 사고를 발생시켜 ‘항공사고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경각심을 주고 있다. 오죽하면 기체 결함 사고로 오너인 박 회장이 경쟁사 항공기를 이용한 사례도 있었을까. 한마디로 아시아나항공은 항공 사고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최근 비행사고로 비상착륙하는 사건마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 치열한 진실 공방의 진의를 알아본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9일 우박과 돌풍으로 항공기 앞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조종석 유리창이 파손된 상태로 비상 착륙에 성공했다. 사고발생 직후 아시아나항공 8942편 사고의 진실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대형사고 일보직전 ‘비상착륙’

제주공항을 이륙해 김포로 향하던 중 오산 상공을 지나 김포공항 접근 단계에서 직경 5㎝내외의 우박과 돌풍으로 사고를 당한 뒤 안전하게 비상착륙을 했다. 당시 사고기는 서울 L초등학교 수학여행 학생과 교사 170여명과 일반승객 30여명이 탑승을 했다. 조종사의 안전비행과 승무원의 안전조치로 무사히 착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기의 이모 기장은 “레이더는 정상이었고, 육안으로도 소낙비구름을 확인하며 환한 쪽으로 선회했다. 갑자기 비구름이 나타나 1분도 안 되는 사이에 우박이 쏟아졌다”고 말했다.사고를 낳은 소낙비구름(적란운)은 당시 레이더와 육안으로 모두 확인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란운 회피 비행을 했음에도 우박·번개를 맞았다는 아시아나의 주장에 대해 기상청과 업계 관계자들은 의혹을 제기했다.기상청은 “오후 1시께 경기만 북서부에서 형성된 소낙비구름대가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동남쪽 내륙으로 이동해 오후 5시께 충주 부근해 이르렀다.

이런 이동경로는 조종사가 충분히 예상 할 수 있을 만큼 규칙적이었다”고 밝혔다.항공업계도 아시아나 항공의 사고에 의혹을 제기했다. 우박을 동반한 소낙비나 비구름은 레이더와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하다. 때문에 조종사의 실수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조종사의 판단 착오나 안전거리(약 16~32km)를 확보하지 않고 회피비행하면서 발생한 사고라는 것.

사고 항공기와 같은 기종을 운전하는 한 조종사도 ▲조종사의 레이더 인식 착오 ▲레이더의 오작동 ▲불충분한 회피 비행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사고 비행기가 비구름 이동방향으로 우회하다 사고를 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당일 비행한 타 비행기들은 반대편 왼쪽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사고와 관련 건교부에서 합동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보통 항공기 사고의 경우 1~2개월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룻밤 사이 3번 사고나기도

오래전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안전비행이 심각한 위험 수위라는 지적이 있었다.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1월17일 잇단 기체이상으로 하룻밤 사이에 3건이 회항·결항된 적도 있다. 또 지난 4월 17일에도 김포에서 포항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OJ8333’기가 대구상공까지 운항했다가 다시 김포공항으로 회항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28일에도 광주발 서울행 항공기가 결항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아시아나 항공의 오너인 박 회장과 임원들이 자사 항공편이 지연되자 경쟁업체인 대한항공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기도 했다. 박 회장 일행은 광주에서 어머니 장학회 현판식 행사를 마치고 오후 4시45분쯤 광주에서 아시아나항공 OZ321편을 통해 귀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광주발 아시아나항공 OZ321편이 정비 불량으로 출발이 지연되자 박 회장 일행은 1시간 45분가량을 공항에서 기다리다 오후 6시 대한항공 KE1308편을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국내 항공업계 라이벌 관계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사주(社主)들이 출장을 갈 때 자사 항공편만 고집하기로 유명하다. 한 조종사는 “당시 기상 상황을 보면 큰 소낙비 구름이 뭉텅이로 나타났다. 규정대로 10~20마일(약 16km~ 32km)의 거리를 두고 회피했다면 비구름을 만날리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조종사들은 멀리 우회하기보다 이 사이를 통과하려는 욕망을 보이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수준 마인드 교육 ‘시급’

비행기 제작 기술이 발전하고 운항 기술의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항공사고 발생 빈도는 지난 60년대에 비해 30분의 1로 줄어든 게 사실. 사고발생 확률은 100만 번의 이·착륙 가운데 1.5회로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비행기가 대중화가 되면서 항공운항 역사가 일천한 개발도상국과 저가 항공사들의 안전수준이 국제 기준에 미달, 상대적으로 사고가 잦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각국 항공당국은 최근 사고가 빈발하자 안전수준이 국제적 기준에 못 미쳐 사고 위험도가 높은 항공사 명단을 공표하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들도 안전수준이 국제적 기준에 도달해야 한다”면서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지 않으려면 기체 정비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조종사 승무원 등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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