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편의점 왕국이다. 동네어귀마다, 건물의 모퉁이마다 기존의 구멍가게를 밀어내고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한 편의점. 이런 편의점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니 대기업의 일방적인 횡포에 꿈은 사라지고 한숨만 팔고 있는 가맹점주들이 부쩍 늘고 있다.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서 공정거래를 확립시켜야할 공정위마저 가맹본사 쪽으로 팔이 굽고 있다. 그 이면을 들여다 보았다.

“연간 총수입 최저 6,000만원을 보증합니다”“고객의 소중한 꿈과 미래를 위해 친절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편의점 본사인 A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문구다. 과연 그런가? 국내 대표적인 편의점 가맹본부는 ㈜GS리테일의 GS25,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 ㈜보광훼미리마트의 훼미리마트, 한국미니스톱㈜의 MINI-STOP, 동양그룹 ㈜바이더웨이의 바이더웨이 등 5개사다.

편의점사업, 24시간 연중무휴 한숨만

경실련은 지난해 공정위에 ‘편의점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심사청구’를 했다. 그 이유는 ▲과도한 위약금 청구 ▲상권조사 및 예상매출 피해 ▲판매지역권의 불인정 ▲과도한 로열티로 인한 피해 ▲강제발주에 의한 피해 ▲불명확한 재고 및 로스의 산정으로 인한 피해 등 이로 인해 수많은 가맹점 점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편의점 가맹 계약은 보통 5년~10년의 장기 계약이다. 가맹본부가 손실 보전과 장래에 발생할 수익까지 포함해 과도하게 위약금을 책정하고 있다. 과도한 로열티(35%)도 문제지만 가맹점주의 이익과 상관없이 가맹본부의 이득만을 취하는 편의점 가맹사업의 이익배분 시스템의 문제가 심각했다. 불가피하게 폐점을 해야 할 상황임에도 과도한 위약금으로 어쩔 수 없이 편의점을 운영함으로써 경제적, 정신적, 신체적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가맹사업법 입법예고와 다르게 법제처에 제출
최근 공정위는 지난 3월 입법예고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법제처에 제출했다. 입법예고에 포함된 개정안에는 정보공개서 제공 의무화 및 숙고기간 연장을 핵심으로 가맹계약 종료 시 갱신거절 제한, 단체에 가입하는 가맹점사업자에 대한 불이익 제공 금지, 가맹계약해지 절차 간소화, 가맹사업거래상담사 제도 활성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그러나 공정위가 법제처에 제출한 안을 확인해 본 결과, 입법 예고안에 포함돼 있던 내용이 아무런 변경사유없이 빠지거나 다른 내용이 끼여 들었다. 삭제된 내용들이 그나마 가맹사업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보안대책이라는 점이 문제다.이번 공정위의 개정안이 사업자단체의 권한을 제한하고 가맹본부의 우월적 지위로부터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가맹점사업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박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공정위는 경실련이 제기한 ‘편의점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심사청구’에 대해 “가맹사업이 업자간의 계약에 의한 것으로 가맹사업법상 적용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이는 가맹자가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공정위 스스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한 질서 확립의 역할을 포기하려 한다”며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경실련이 제기한 심사청구 건은 이미 법원 판례에 합법이라고 나와 있기 때문에 공정위가 나설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경실련 김태현 국장은 “법원판례는 오래된 일이고 이미 문제가 많은 부분 드러난 상황에서 공정위 관계자의 말은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며 “약관심사도 판례에 따르고 불공정거래행위와 관련한 것도 판례에 따르면 공정위는 법원만 보고 있으면 되는 거냐?”라고 반문했다

# 박모씨의 피해 사례“투자금 모두 날리고 빚더미”

“최저생계비는 커녕 오히려 빚만 지게 생겼습니다”2년 전 국내 굴지의 편의점 본사와 가맹계약을 맺고 사업을 시작한 박씨는 한숨어린 푸념만 풀어 놓았다. 박씨의 경우 15년 간 봉급생활을 하며 뼈빠지게 모은 돈을 편의점 사업에 모두 투자했다고 한다. 그러나 돌아온 건 5,000여 만원의 빚과 1,600만원의 위약금. 박씨는 ”편의점 사업이 그저 기본 생활만 되면 만족했을 거“라며 ”그런데 대기업의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계약이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소연 했다.박씨는 현재 폐점을 준비 중이나 이도 거액의 위약금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박씨의 경우 본사와 계약서상에 매출이익에 대해 점포가 65%, 본사가 35% 배분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점포 임대료(월 500만원)를 내고 나면 인건비(아르바이트)는 빚을 얻어서 줘야 할 정도로 매출이 적었다.

반면 본사는 매월 300~400만 원 이상을 가져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누적 적자가 5,000여만원에 이르게 됐지만 가맹본사는 계약서를 이유로 5,000여만원을 챙겼다. 더구나 영업이 어렵게 되어 폐점을 하려 하자 가맹본사는 거액의 위약금을 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집기에 대한 법정 잔존가와 철거비, 폐점료 등 1,600여만 원을 더 내라는 것. 실제로 월매출 4,000만원이면, 28%의 상품마진율에 의해 월1,120만원의 매출이익이 발생한다. 여기서 65%인 점주가 728만원을 갖게 되고 본사에 로열티로 392만원을 지급하게 된다. 그러나 728만원 중 손실 및 폐기 비용(80만원), 점포세(500만원), 인건비(260만원), 점포관리비(25만원), 기타비용(100만원)을 제외하면 200만원 이상 적자가 발생한다. 점주의 이익은커녕 아르바이트 인건비도 건질 수 없다.동네 어귀마다, 건물의 모퉁이 마다 편의점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새로운 희망을 안고 편의점 사업을 시작했지만, ‘눈 가리고 아옹식’의 대기업의 횡포에 의해 점주들은 시간적, 경제적 손실은 물론 신체적, 정신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훈>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