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그곳. 매체를 통해 묘사되는 법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판사와 쌓여 있는 문서들, 검사와 변호사 간 오가는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는 곳이다. 과연 실제 법정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일요서울]이 직접 재판을 참관해 그 현장 분위기를 담았다. <편집자 주>

 
법원의 트레이드마크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지난 19일 오후 4시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 302호에서 일명 ‘청담동 주식부자’로 유명세를 얻은 이희진 씨 외 7명을 대상으로 항소심 3차 공판이 열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심규홍 부장판사는 지난 4월 26일 치른 1심에서 ▲자본시장법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이 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200억 원, 추징금 약 130억 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씨의 동생 A(30·구속기소)씨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00억 원을 선고했다. 다만 벌금형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한 바 있다.
 
이날도 이 씨와 A씨가 함께 법정에 들어왔다. 재판 방청객에 앉아 보니 미디어를 통해서 바라볼 때와는 사뭇 달라 감회가 새로웠다.
 
재판장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나무 난간을 중심으로 앞 쪽에는 재판장이, 뒤편에 의자 3줄 정도의 방청석이 마련됐다.
 
방청석에 앉은 기자가 제일 먼저 한 생각은 ‘생각보다 딱딱하지 않다’는 것. 법정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숨소리도 크게 느껴지는 고요함, 삼엄한 경비, 묵직한 공기 등을 연상했으나 그보다는 편안한 모습이었다.
 
정숙한 분위기지만 결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입출입도 가능하다. 녹음, 녹화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핸드폰의 사용이 금지돼 있어 방청객 중에서는 재판 내용을 꼼꼼히 적는 이들도 있었다.
 
또 하나 특기할 점은 ‘신문물’의 사용. 이 씨 측 변호인은 증인 신문을 진행할 당시 제출한 증거를 프로젝터를 이용해 뒤에 비췄다. 재판장에 있는 모두가 화면을 통해 그것을 볼 수 있다. 재판관이 컴퓨터로 몇몇 사항들을 체크하는 것도 놀라웠다.
 
미디어에서는 이러한 장면을 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기자로서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법정을 두고 수기(手記), 쌓여 있는 여러 뭉치의 종이 등 ‘아날로그’한 풍경을 상상했으나 ‘디지털’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명이 속해 있는 이 씨의 변호인단이 서로 교대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재판 중 빈번하게 들려온 것은 ‘객관적’이라는 단어였다. 즉, ‘법’은 사실관계 확인을 중심에 두고 흘러간다는 의미다.
 
이것이 주관적인 생각인지, 객관적인 생각인지 또는 그러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지 등 논리 부분을 두고 약 2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법정은 어수선한 방청석, “정숙하세요” 라고 말하는 판사의 호통, 변호사의 열띤 목소리 등 매체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역동적인 모습보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논리’로 가득한 곳이었다.
 
기자는 재판을 방청하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와 ‘법’에 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법’이라는 하나의 관리 규범 체계를 만들어 인간 사회를 지켜나가려 하는 인간의 모습. 너무나도 당연해 인지조차 할 수 없었지만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데 소중한 뿌리가 되는 법.
 
당연하게 느껴왔던 것들이 생경하게 다가오는 경험이었다. ‘법정’, 멀고 어렵게만 생각 말고 한 번 가 보시길. 분명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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