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출국 ‘임박’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해외 출장에 대해 도피성 외유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출국하여 5개월의 해외체류 끝에 지난 2월 귀국했다. 당시도 X-파일 사건 등과 관련 국정감사 증인출석을 앞둔 시점이었다. 이번 해외출장도 검찰 출두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도피성 외유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미국의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플리트상’ 수상을 위해 19일 뉴욕에서 열리는 연례만찬에 참석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해외출국과 관련한 의혹들을 분석해 본다.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를 앞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오는 19일 뉴욕에서 열리는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 상’ 시상식에 수상자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한 것. 밴플리트 상은 한국과 미국의 상호이해와 협력증진에 기여한 인사에게 주는 상으로 매년 수상자를 뽑아 시상한다.


와병 핑계 논란
이 회장은 1년 전인 지난해 9월 신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해 ‘도피성 외유’ 논란을 불렀던 전례가 있다.
당시 불법정치자금 제공 의혹을 담은 이른바 ‘X-파일’ 수사가 한창이던 때였다. 국회의 일부 상임위에서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 회장 소환을 벼르고 있던 터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시점인데다 9~10월 국정감사까지 맞물려 있어 또 한번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높다.
공교롭게도 검찰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던 이학수 부회장과 이재용 상무도 동행해 이 같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미국 체류가 명분상으로는 IT사업 점검과 신성장동력을 구상하는 등의 목적 및 밴 플리트상 수상이라지만, 속내는 에버랜드 수사에 따른 검찰 소환과 국정감사에 대비한 포석이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밴 플리트상 수상은 영예스러운 일인 만큼 부인 홍라희 여사와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직계 가족은 물론 평소 신세를 졌던 각계의 지인들도 초청해 자리를 함께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사만 3번째 변경
이 회장의 출국을 돕듯 공교롭게도 에버랜드 사건 재판은 또다시 연기됐다.
지난달 23일 대법원은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 재판장인 이상훈 서울고법 형사5부 부장판사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발령 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재판은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지난달 24일 열릴 예정인 속행 공판을 이달 21일로 연기했다.
또 에버랜드 사건 재판은 재판장만 1, 2심을 합쳐 세 번 바뀌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번 재판장 교체만 봐도 희비는 엇갈린다.
검찰은 반기는 기색이고, 삼성은 긴장하는 눈치다. 이 부장판사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 사건의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1심 판결에 논리적 비약이 있다”며 석명권을 행사하는 등 검찰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기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24일 결심이 이뤄졌다면 삼성 쪽은 한결 부담을 덜 수 있는 상황이다. 재판장 교체와 재판 일정 지연에 따라 검찰은 그만큼 시간을 벌게 됐고, 삼성의 속앓이는 더 길어지게 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상을 받기 위해 출국하더라도 출국금지할 계획은 없다”고 그의 미국행을 사실상 양해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에버랜드 사건 담당 재판부가 바뀌어 항소심 공판도 최소한 수개월간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원래 매년 최소 2, 3개월씩은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 체류하면서 사업구상을 해왔으며 수시로 외국에서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회의를 갖기도 했다”면서 “이번에도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300mm웨이퍼 반도체공장을 비롯한 현지 생산·판매 법인들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해 이 회장의 미국 체류가 길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신병치료 핑계 미국 체류 가능성 배제 못해
이 회장이 미국에서 장기체류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자금 등과 관련한 ‘안기부 불법도청 X파일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던 지난해 9월초 신병 치료 등을 이유로 출국해 증인 참석을 거부했다.
이번에도 에버랜드전환사채 등과 관련해 검찰 출두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뤄지는 미국출국이라서 이회장이 귀국하지 않은 채 신병치료를 목적으로 병원에 입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각의 목소리이다.





# 강금원씨 시사저널

“삼성이 정권을 가지고 놀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53)이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이 정권을 가지고 놀았다”며 삼성을 강력히 비판했다.
강회장은 삼성그룹 승계문제와 관련, “‘우리 아들이 대한민국 최고경영자’라고 하는 건 오만이고, 그래서 봐달라고 하는 건 논리가 아니고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며 “삼성이 정권에 봐달라고 하는 것은 정권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회장은 삼성이 환원한다고 한 8천억원도 이건희 회장의 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투자자가 있는데 회삿돈을 내는 것은 월권이라며 8천억원을 우수한 중소기업과 같이 가는 데 썼다면 훨씬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금원은 “삼성이 언론사 간부, 고위 공무원, 판·검사들을 많이 고용한 이유는 나쁜 짓을 위해서”라며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의 반도체 산업이 몰락하면 삼성도 망하는 최악의 위기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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