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팬택 부회장 테러 사건


박병엽 팬택그룹 부회장이 A/S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로부터 테러당할 뻔한 아찔한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 경찰서와 팬택에 따르면 지난 4월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이 소비자로부터 테러를 당할 순간을 겨우 모면한 것으로 나타났고, 앙심을 품은 소비자는 서너차례 팬택 본사 A/S센터를 협박해 핸드폰 2대와 현금 300만원을 갈취했다. 경찰은 협박범을 붙잡아 검찰에 송치시켰지만 소비자가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협박한 사건이 처음 있는 일이라서 이 사건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의 전모를 취재했다.


지난 4월 모일 박병엽 부회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 문을 나서 차량으로 서울 강남 쪽으로 향해갔다. 박부회장은 강남 모처에 도착해서 큰 봉변을 당했다.
박부회장이 차에서 내리려 하는 순간 오토바이를 탄 괴한이 갑자기 다가와 팬택에서 생산한 핸드폰을 집어던지며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달아난 것. 자칫 잘못했다가 박부회장은 그 자리에서 괴한으로부터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었다.
사건의 범인은 다름 아닌 팬택앤텔레콤 고객이었다. 단순한 고객애프터서비스 차원에서 그칠 수 있었던 사소한 일이 결국 최고경영자의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사건으로 확대된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내막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의 발단은 A/S센터 직원의 불량 서비스에서 시작된다. 경찰에 구속된 범인 배모(25)씨는 중국집 배달원으로 지난 4월 팬택의 휴대폰을 구입했다.
하지만 1주일도 되지 않아 휴대폰은 통화가 자주 끊기거나 음질이 저하되는 등의 말썽을 부려 A/S센터를 찾았다.
배씨는 “제품문의로 A/S센터를 찾은 자신을 앞에 두고도 한참동안 직원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경찰진술에서 말했다.
더구나 직원들은 자신들끼리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시간이 더 지나서야 A/S센터 직원은 휴대폰을 대충 살펴본 뒤 “이어폰에 문제가 있다”며 이어폰만을 교체해 주었다.
A/S는 배씨의 마음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고장이 다시 발생하자 분노한 배씨가 엉뚱한 계획을 하게 된다. 배씨는 이어폰을 교체 받은 후에도 휴대폰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자 팬택 본사로 향했다.
배씨는 오토바이를 몰아 여의도에 위치한 팬택 본사로 도착해 회사주변에서 대기하면서 이 회사 오너인 박병엽 부회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배씨는 박병엽 부회장의 자가용을 미행해 핸드폰을 박부회장에게 집어던지는 등 테러위협을 가했다. 배씨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본사 A/S센터를 협박해 시가 90만 원에 상당하는 휴대폰 두 대를 받아냈다. 배씨의 협박은 계속 됐다.
배씨는 팬택측에 계속해서 협박을 가해 현금 300만원을 받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팬택측은 배씨의 소행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회사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쉬쉬했지만 배씨의 협박이계속되자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른다.
당하고도 배씨의 범행을 묵인했던 팬택측은 “나중에 알고 보니 상습적인 협박범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배씨가 불만을 품었던 A/S 처리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배씨가 범행을 하기 위해 트집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팬택은 당초 소비자의 불만을 원만히 처리하는데 힘쓰다 핸드폰 2대와 현금 300만원을 보상금 조로 내줬지만 배씨의 요구 수준이 지나쳐 결국 소비자를 경찰에 협박범으로 신고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팬택측은 이와 관련 “박병엽 부회장을 위협한 것은 사실이나 범인은 상습범으로 핸드폰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으며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A/S에 불만이 있는 것처럼 가장했다”고 말했다.



# 팬택 ‘사건 은폐 급급’의혹 크다

대다수 네티즌들 “애프터 서비스 소홀”

이 사건은 처음 동아일보에 게재된 이후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 급속히 확산되었으며, 이를 본 네티즌들에 의해 팬택의 애프터서비스를 비난하는 의견 등이 쏟아졌다. 더구나 최근 ‘머스트해브(Must have)’라는 슬로건을 사용한 휴대폰 브랜드 스카이의 광고가 “동남아인들을 비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박 부회장의 협박사고가 오히려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으면서 사건이 확대되자, 기업의 이미지 실추를 고려한 팬택 측은 사태를 수습하기에 급급했다. 이미 전과 경력을 가진 배씨의 소행을 비난하면서도, 그 동안 일반적으로 팬택의 A/S가 불량스러웠다는 사실에 대해 동의하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택은 이 과정에서 공식적인 발표와 서비스개선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기 보다는 오히려 사태를 은폐·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을 남기고 있다.
본지 기자는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취재협조를 요청했으나 팬택측은 이를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팬택 법무팀의 한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배씨에게 협박이나 금품갈취를 당하지 않았다. 애프터서비스 역시 고객이 만족할 만큼 성실했다”며 “전과자 배씨가 금품갈취를 목적으로 벌인 단순 범행이며, 본사 서비스담당 직원들이 배씨와 합의하는 과정에서 핸드폰과 현금을 주게 된 것”이라며 경찰조사와 상반된 사실을 말했다. 또 영등포경찰서 담당 형사도 ‘피해자보호’라는 이유로 함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의 진술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의 개요를 재차 확인한 결과 동아일보의 보도내용과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부실한 A/S가 발단이 된 박 부회장의 테러사고는 ‘회장님과 기업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팬택의 소극적인 대처로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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