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이 고(故) 노회찬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법정에서 돌연 부인함에 따라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드루킹' 김모(49)씨는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기본적으로 노 의원에게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재판부가 '변호인 의견에 대해 본인이 따로 할 말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대답했다.  '아보카' 도모 변호사 역시 "노 의원에게 돈이 전달됐는지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드루킹의 이 같은 입장은 수사 당시와 달라진 것이다.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 박상융 특검보는 지난 7월24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노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드루킹 진술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드루킹은 브리핑에 앞서 5차례에 걸친 특검 소환 조사에서 이같은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특검은 드루킹에게 댓글조작 등과 함께 도 변호사와 공모해 2016년 노 의원에게 2차례에 걸쳐 합계 5000만원을 기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당시 브리핑은 노 의원이 "경공모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지만 어떤 청탁도 없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한 채 발견된 바로 다음 날이다. 즉, 특검에 따른다면 드루킹은 노 의원이 죽기 전에는 유서 내용과 부합한 진술을 내놨다가 사망 후 법정에서 이를 뒤집은 셈이 된다. 

 우리 나라 형사소송법은 공판중심주의, 구두변론주의 등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드루킹과 도 변호사가 부인 입장을 고수하는 한 정치자금법 위반은 유죄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메모'는 당사자가 인정하지 않는 이상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 관련 진술을 할 수 없으면 증거능력이 없다. 한 쪽에서는 돈을 받았다고 털어놓으며 목숨을 끊었는데, 법적으로 돈을 준 사람은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관건은 '물증'이다. 특검은 수사 당시 "경공모 자금흐름을 추적하던 중 일부가 특정 정치인에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고도 밝혔는데, 서증조사(재판에서 채택된 증거 설명 절차) 등을 통해 공개될 관련 증거가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수준인지가 핵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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