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의 허(虛)와 실(實)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의 허(虛)와 실(實)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입력 2018-09-28 09:42
  • 승인 2018.09.28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석에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라’는 뜻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추석 명절은 조상들의 말이 무색해졌다. 그 이유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빼든 ‘평화’가 고용참사, 소득양극화로 인해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 이슈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추석 전 ‘평양의 정치쇼’만으로는 집값 폭등, 세금 폭탄, 물가 급등 등에 따른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어루만질 수 없었고, 귀향을 하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는 수많은 청년 실업자들의 원성을 달랠 수 없었다.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왕조의 변천 단계를 창업(創業)·수성(守成)·경장(更張)으로 나누고 “수성을 해야 할 때 고치고 바꾸는 데 힘쓴다면, 이는 병도 없는데 약을 먹는 것과 같아서 도리어 병을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경장해야 할 때 그대로 지키는 데 힘쓴다면, 이는 병에 걸렸는데도 약을 물리치는 것과 같아서 누워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라고 갈파했다. 그 시대에 힘써야 할 일(時務시무)은 순서가 있기 때문에 수성을 해야 할 때 경장을 하고 경장을 해야 할 때 수성을 하면 나라가 쇠망(衰亡)에 이른다는 가르침이다.
 
통계청은 지난 8월 ‘고용동향’ 발표에서 “고용증가가 연간 30만명은 돼야 하는데 5000명밖에 안 늘어났으며, 출산율이 0.97명으로 세계 최저로 추락했고, 1분위(하위 20% 계층)와 5분위(상위 20%) 간 소득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는 비보(悲報)를 전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앞으로 5년간 매서운 취업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근거 없는 ‘소득주도성장’을 부각시켜 경제운용에 실패했고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 최저임금이 2년간 29%나 급격히 인상되었다. 최저임금 올리고 근로시간 줄이고 정규직화하면 일자리를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다. 당연히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는 것과 관계가 없는 사술(詐術)의 정책인 것이다.
 
일본과 독일은 대기업 대 중소기업 급여가 100대80~85인데 한국은 53% 수준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경영여건 개선이 우선인데, 이것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금만 올리다 보니 결과는 폐업이나 감원으로 연결되어 일자리를 없애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중소기업·자영업자·소상공인 부담을 과소평가한 결과다. 이는 율곡 선생이 갈파한 “수성을 해야 할 때 경장을 하면, 이는 병도 없는데 약을 먹는 것과 같아서 도리어 병을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라는 지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만시지판(晩時之歎)의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하고 지역별·업종별 차별화도 해야 한다. 월급 150만원 이하 받는 비정규직 700만명과 자영업자 700만명의 소득수준을 적절히 조정함으로써 일자리를 우선하는 소득정책이 시행되지 않으면 내수가 위축된다. 또한 주 52시간 근무제도 업종별로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수정해야 하며, ‘임금피크제’도 노사 자율에 맡길 게 아니라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고용 상황을 비교해 보자. 일본은 대기업 노조가 유사 업종의 중소기업보다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다. 일본은 한사람이 1.65개의 일자리를 놓고 저울질하는데 반해, 한국은 100명이 65개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해진 뒤에야 고용의 질에 신경을 썼는데 반해, 한국은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고용의 질을 좋게 한다며 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반(反)시장 정책을 펴고 있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논문에서 “한국은 대·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향후 청년실업률 상승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년 일자리에 대해서는 정책 궤도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은 대기업으로 몰리지만 일자리의 90%는 중견·중소기업이 만든다.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임금은 높아지는데 중소기업이 활성화될 수 없고 스타트업이 활발할 리도 없다. 따라서 정부는 선(先) 중소기업 활성화, 후(後)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정책방향을 재설정하고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제때 잡지 못하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해야 한다. 대학생들은 졸업을 유예하고 9학기 이상을 대학에 적을 두고 있고, 40만명이 넘는 공시족(公試族)들이 9급 공무원시험 준비에 젊음을 낭비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경제와 민생이 뒷받침될 때 보장된다. 고로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