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돈줄인 삼성생명의 그룹 내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총자산 100조원인 삼성생명은 그간 삼성의 주력기업 삼성전자 등의 든든한 자금줄이었다. 또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지배구조의 한축을 담당해왔고, 이재용 상무의 경영권승계에서도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개정안 국회통과 등 악재로 그룹내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된 것이다. 여기에 ‘주식 상장에 따른 오너일가 배불리기 논란’, ‘보험판매와 관련한 계약자와의 잦은 마찰’ 등도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고민거리다. <일요서울>에서는 위기에 빠진 ‘삼성생명’을 연속기획으로 진단해봤다. 그 첫회로 삼성생명의 당면한 현안을 짚어봤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세계 유수기업과의 치열한 경쟁과 반도체 가격의 불안정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삼성생명이라는 엄청난 자금줄이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총자산 100조가 넘는 삼성생명은 그간 삼성의 든든한 돈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각종 악재로 인해 삼성생명의 그룹내 위상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삼성생명, 그룹 자금줄?
우선 금산법 국회통과의 여파는 삼성생명에도 미치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를 통과한 금산법은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와 관련된 내용이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됐다.
금산법은 금융회사가 취득한 비금융계열사 주식 가운데 5%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법 통과 이후,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4% 중 5%를 초과한 20.64%는 즉각 의결권이 제한되며 5년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2006년 9월 현재 삼성에버랜드의 내부지분율이 90.23%에 이르고 있어 삼성카드 지분 중 20.64%를 제외하더라도 경영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정작 문제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보유와 관련한 것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7.26%중 5% 초과분인 2.26%가 문제가 되고 있다.

법 개정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중인 삼성전자 5%초과분 2.26%에 대해서는 2년유예 후 의결권이 제한되며, 이후 자발적으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고, 삼성생명은 그룹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26%의 지분을 팔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이 크게 약화되고, 삼성전자는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도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금산법 개정이후 삼성그룹의 돈줄이자 지배구조의 핵심축이었던 삼성생명의 위상에 다소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상장여부 최대 현안
여기에 ‘상장 여부’도 삼성생명의 최대 현안 중의 하나다. 삼성생명의 상장과 관련된 삼성차 채권단의 소송 문제, 경영권 승계 등의 문제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룹측은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삼성차 부채’,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 확보 자금’은 물론, 이재용으로의 후계구도 해결책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의 상장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D) 편법증여에 이어 또다시 삼성가의 배를 불리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비난 여론도 드세다.

현재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주식 13.34%(266만8,800주)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는 삼성카드와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상무가 25.1%(62만7,390주), 그리고 이 상무의 여동생 2명이 각각 8.37%(20만9,100여주)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1999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개인 소유의 삼성생명 지분을 삼성차 채권단에 양도하면서 주식 평가액을 주당 70만원으로 잡았으나, 증시 관계자들은 삼성생명이 상장될 경우 주가가 주당 100만 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삼성 일가는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만으로도 1조원이 훨씬 넘는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비난 여론이 거세면서, 시민단체 등에서는 삼성생명 상장시 차익을 주주뿐 아니라 삼성생명 성장에 기여한 생보사의 계약자들에게도 차익을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삼성생명 등 생보사들의 상장은 올해 하반기에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는 생보사의 성격을 주식회사로 규정하는 대신 내부유보액을 계약자 몫으로 인정하는 상장안을 확정한 상태다. 하지만 현재 생보사와 시민단체들과의 마찰음은 여전한 상황이다.




#“신용불량자는 보험 보장도 못받나”
일부 보험사들이 개인신용등급에 따라 보험가입을 제한하거나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삼성생명은 지난 8월부터 개인 신용등급 10등급일 경우 사망보험금 기준 보험 가입 금액을 최고 3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어 다른 생보사들도 잇따라 보험가입시 개인 신용등급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보험회사들은 “신용등급 8등급 이하인 고객의 가입 1년 이내 보험금 지급률이 17%로 일반 고객 11.4%를 웃돌았고, 보험 사기로 적발됐거나 관련된 가입자의 51%가 신용등급 8등급 이하로 분석되었으며,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의 사망 사고나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며 신용등급에 따라 보장성보험 가입 가능 금액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삼성생명 등 생보사의 횡포(?)에 대해 비판여론이 높다.
민주노동당 등은 “보험 사기의 경우 보험사는 법에 따라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입 제한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며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모든 생보사들의 신용등급에 따른 보험가입여부 결정과 관련된 방안이 사실상 하위 신용등급자들을 ‘범죄자’로 여긴 것임을 반성하고, 생명보험사들에 이에 대한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