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주식 처분 배경에 관심
골프장 주식 처분 배경에 관심
  • 박혁진 
  • 입력 2007-01-09 15:26
  • 승인 2007.01.09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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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골프장사업 손떼나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 일가가 최근 골프장 사업 전면에서 물러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최근 차산골프장지주회사의 주식을 전량 처분했으며 정 회장의 부인인 이정화씨도 조금 앞선 시기에 해비치 리조트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같은 움직임은 현대차 그룹이 2005년부터 의욕적으로 골프장 사업을 확장한 것과는 달리 총수들이 일선에서 빠지면서 그룹 전반적으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표면상으로는 일선후퇴로 보일 수 있으나 주식처분이나 대표이사 사임으로 정 회장 일가의 영향력이 실제적으로 축소됐다고 볼 수는 없다. 골프장의 대주주가 정회장 일가가 오너로 있는 현대ㆍ기아차 계열사들이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골프장은 두 개다. 하나는 제주도에 위치한 해비치 리조트 소속의 해비치 컨트리클럽이며 다른 하나는 차산골프장지주회사 소속으로 남양주에 위치한 서울 해비치 컨트리 클럽이다. 두 곳 모두의 소유권과 경영권에 정몽구 회장 일가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던 ‘주요관심사업’이었던 것.
제주 해비치리조트는 지난 2003년 정몽구 회장의 부인인 이정화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사업 성격상 여성이 주주로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2004년 이씨가 전체 지분 중 20%를 82억원에 사들였다.
서울 해비치CC는 지난해 2월 군인공제회 소유의 록인컨트리클럽을 기아차가 매입한 후 명칭을 바꾼 골프장이다. 당시 기아차 측은 록인CC를 785억원 정도에 사들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체 지분의 60%를 정몽구 회장이 가지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두 골프장에 대한 상당한 열의를 갖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제주 해비치 골프장은 홀을 늘리고 골프장에 인접한 숙소를 새단장하는 등 사업확장 의지를 보였다. 오픈 준비 중인 서울 해비치CC(전 록인CC)도 럭셔리한 이미지의 명문 골프장으로 인정받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골프장은 내년 2월 예비오픈이며 4월 중 정식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움직임이 레저산업에 대한 그룹차원의 의지라고 판단했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자동차 그룹의 이미지를 레저산업을 통해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일선 후퇴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12월 29일 차산골프장지주회사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이 주식은 현대차가 30%(90만주),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15%(45만주)를 매입했다. 기존의 40%를 가지고 있던 엠코가 자연스럽게 최대주주가 됐다.
정몽구 회장의 부인인 이정화씨도 2003년부터 맡아왔던 해비치리조트 대표이사직을 지난해 11월 9일 내려놨다.
표면상으로는 정몽구 회장 일가가 골프장을 비롯한 레저사업에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양상인 것.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골프장 사업에 깊이 관여해왔던 정 회장 일가가 갑작스럽게 레저 및 골프장 사업에서 물러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어 그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게다가 정몽구 회장이나 이정화씨가 주식을 처분하거나 대표이사 직함을 내놓았다고 해서 정 회장 일가의 영향력 자체가 감소됐다고 볼 수 없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차산골프장지주회사의 최대회사인 엠코는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사장이 최대주주로서 25.06%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정몽구 회장도 10%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해비치리조트는 기아차를 비롯한 현대차 계열사들이 총 8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알짜배기 사업이라고 생각한 골프장 사업에서 그룹 오너 일가가 손을 떼고 있지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여전한 것이다. 즉 순환출자의 테두리 속에서 여전히 정몽구 회장 일가의 영향력 안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지주회사전환과 관련해서 주식매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오너와 계열사간의 일이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벌은 골프장을 좋아해
현재 재계 순위 10위 안에 드는 기업 중에서 골프장을 갖고 있지 않은 기업은 SK그룹 정도이다. SK도 현재 경기도 남양주 내에 골프장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도 얼마전까지는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지 않았으나 제주 중문단지에 스카이힐 제주CC를 오픈하며 골프장 사업을 시작했다. 거리가 너무 먼 탓인지 인천 계양산 인근에도 골프장을 건설하려 했으나 지역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일단멈춤’ 상태다.
삼성은 국내 최대 기업답게 5개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LG그룹(GS포함)도 3개를 소유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4개를 소유하고 있다. 금호나 두산, 농심 등도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이같은 국내 굴지의 재벌 기업들이 골프장을 많이 소유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물론 수익성이 높다는 것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또한 명문 골프장을 운영하면 오피니언 리더들이 자연스레 몰리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오너들의 편의를 위해서란 것. 업체 관계자는 “재벌총수들은 골프를 치기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밟는다거나 일반인들에게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즉 언제라도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기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골프장을 소유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상당수가 회원제로 운영되며, 명문 골프장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혁진  phj197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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