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돈줄인 삼성생명의 그룹내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총자산 100조원인 삼성생명은 그간 삼성의 주력기업 삼성전자 등의 든든한 자금줄이었다. 또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지배구조의 한축을 담당해왔고, 이재용 상무의 경영권승계에서도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개정안 국회통과 등 악재로 그룹내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된 것이다. 여기에 ‘주식 상장에 따른 오너일가 배불리기 논란’, ‘보험판매와 관련한 계약자와의 잦은 마찰’ 등도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고민거리다. <일요서울>에서는 위기에 빠진 ‘삼성생명’을 연속기획으로 진단해봤다. 두 번째 기획으로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논란’을 조명했다.

삼성생명 상장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가 “생보사는 주식회사”라고 규정하고, 생보사가 상장되더라도 보험 계약자는 상장차익을 배분받을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그동안 논란의 핵심이었던 상장 차익 배분 문제에 대해 ‘생보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주식가치 9000원~70만원?
하지만 시민단체와 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자산규모 100조가 넘는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의 상장을 놓고 숱한 말들이 오가고 있다. ‘주식가격 적정성’, ‘오너 및 대주주 지분에 대한 투명성’, ‘오너 및 대주주들의 배불리기’ 등 삼성생명 상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우선 ‘주식가격 적정성’. 시민단체 등에서는 삼성생명 주식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1999년 삼성차동차 부채문제와 관련해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내놓았다. 주당 가치는 70만원으로 책정, 총 5조원의 부채 가운데 2조8,000억원에 달하는 부채에 대해 이 회장이 사재까지 출연했다는 것이 삼성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사재 출연 바로 직전인 98년말 삼성생명과 계열사 임직원 등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299만5,200주를 사들였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이자 삼성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에버랜드도 같은 시기에 삼성생명 주식을 사들였다.

에버랜드는 당시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에 삼성생명주식을 주당 9,000원에 사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 회장과 에버랜드는 9,000원 주고 삼성생명 주식을 산 셈이 되고, 이 회장은 불과 7개월 후에 삼성자동차 부채와 관련해 삼성생명 주식을 70만원에 내놓았다는 추정이 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의 주가가 9,000원부터 70만원까지, 어떤 것이 적정 주식가치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삼성생명 지분에 대한 투명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과 에버랜드가 9,000원이라는 헐값으로 삼성생명 주식을 매입한 것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삼성생명 주식이 임직원 명의로 위장돼 분산돼 있다가 이 회장과 에버랜드로 이전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넷째사위이자 이건희 회장의 매형인 故 이종기 삼성화재 전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4.68%를 삼성생명 공익재단에 증여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종기 지분 증여, 의혹은
이 전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증여과정을 순수한 ‘사회공헌’으로만 보기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경제개혁연대측은 “중앙일보 부회장, 제일제당 부회장을 거쳐 삼성화재 회장의 경력을 갖고 있고, 또 개인적으로는 이건희 회장의 특수 관계인인 이종기 전회장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 삼성생명의 주식을 그것도 삼성생명이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하는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것을 순수한 사회공헌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며 “비록 이 전회장의 사망이 계기가 되었다지만, 삼성생명의 상장 가능성이 가시화된 시점에 증여가 이루어졌다는 것도 공교롭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98년말 이건희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와 임직원 사이의 대규모 주식거래과정에서도 과거 명의신탁된 주식의 실명 전환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며 “주식거래가 실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당시 알려진 주당 9,000원의 거래가격은 불과 6개월 후에 삼성자동차 부채처리 과정에서 주당 70만원으로 평가한 것과 대비되어 또 다른 의혹의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 지분에 대한 임직원의 차명 보유 논란은 아직까지도 그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종기 전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증여는 새삼 기존 의혹의 해소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삼성은 지금이라도 이종기 전 회장을 비롯한 1998년 당시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전·현직 임직원들의 주식 취득 경위와 자금출처, 그리고 주당 9,000원이라는 거래가격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제시해야 한다”고 삼성과 이건희 회장을 겨냥해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이처럼, 삼성생명 상장과 관련해 ‘주식가격 적정성 및 오너일가의 지분 투명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생명이 상장될 경우 이건희 회장 일가와 측근들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험계약자들만 피해
삼성생명의 대주주를 보면 이건희 삼성 회장이 4.54%(90만7,118주), 이재용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13.34%(266만8,800주)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 이 회장의 측근인 이수빈 삼성생명회장이 3.74%(74만 8,800주),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1.40%(28만 800주), 이학수 부회장과 이용순 삼성정밀화학 사장이 0.47%(9만 3,600주)의 지분을 각각 갖는 상태다.

삼성측이 삼성자동차 부채와 관련해 1999년 주장한 대로 주당 70만원이 된다면, 삼성 오너일가와 그 측근들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대박’을 터뜨리게 되는 것이다.
주당 70만원씩으로 계산한다면, 이 회장은 6,350여억원, 에버랜드는 1조7,000억원,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5,241억원, 이학수 부회장 655억원의 ‘돈 보따리’를 챙기게 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삼성생명이 100조 이상의 자산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이건희 일가 등 대주주들의 공로라기보다는 보험계약자들이 더많은 기여를 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며 “삼성생명의 상장에 따라 결국 수많은 계약자의 희생으로 소수의 오너 일가와 그 측근에게 부당한 이익이 돌아가는 셈이 된다”는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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