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났다. 정치권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추석민심이라며 자신이 듣고 싶고, 보고 싶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데 여념이 없다. 정부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성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국정운영지지도가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자, 이에 편승하여 그동안 쌓여 있던 현안들을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 특례법'을 제정하여 은산분리를 완화했으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담은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국회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고 한다. 대통령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데 국회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훼방을 놓아서야 되겠냐는 것이 추석민심이라며 야당을 압박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대한 임명도 강행할 태세다.
 
반면, 보수 야당은 경제가 엉망이라며 자영업자는 최저임금에 울고, 청년들은 일자리에 울고, 서민들은 치솟는 부동산 값에 운다고 민심을 전한다. 모두가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불만들이고 사실에 기반한 것들이지만, 보수야당 정치인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는 추석민심이라서 그런지 전달력은 지극히 약하다.
 
그런데 이렇게 정부 여당과 보수 야당이 우리사회의 문제를 정략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국민들도 자신의 정치적 지향성에 따라 우리 사회의 문제를 왜곡해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도 정치적인 우리 국민들은 냉정하게 정치를 판단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우선하여 피아를 구별하고 맹목적인 지지와 증오를 보냄으로써 결과적으로 정치권의 눈과 귀를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정치권이 분열되고 국민이 분열되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더욱 꼬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세 차례 만남을 통해 만들어 낸 성과는 보수 야당들이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며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분명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를 위해서는 긍정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금은 503의 수의를 입고 있지만,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절규하듯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통일이 북한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통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평화체제에서 남북이 대화하고 서로를 신뢰하면서 민족이 주체적으로 통일의 길을 모색하는 것은 보수든 진보든 크게 다르지 않은 통일의 방법론이다. 그것을 현재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을 뿐이다.
 
보수 야당은 자신들이 통일을 주도할 수 없음을 탓하기보다 현재 진행 중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기운이 실질적으로 한반도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정치적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정권이야 자신들이 잘하면 언제든지 찾아 올 수 있는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자신들이 통일을 주도하면 되는 것이다. 눈앞의 작은 정치적 이익에 현혹되어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우를 범한다면 그들에게서 정권은 영영 멀어지게 될 것이다.
 
정부 여당은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들에 대해서 외면하면 안 된다. 일자리 창출은 대통령 후보 문재인의 핵심 공약이었다. 진보 정권의 부동산 불패 신화를 이번에는 깨뜨려야 한다. 상대적으로 못사는 사람들이 왜 진보 정권에 부정적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여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시험에는 어려운 문제도 있고, 쉬운 문제도 있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문제도 쉬운 문제도 골고루 잘 풀어야 한다. 어려운 문제는 나 몰라라 하고 쉬운 문제에만 매달린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 여당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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