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집안이 겹경사를 맞았다. 친누나인 유시춘 작가는 최근 EBS 교육방송 신임 이사장에 올랐고 동생인 유시민 작가 겸 방송인은 노무현재단이사장에 내정됐다. 무엇보다 그동안 ‘입각설’, ‘정계복귀설’이 돌았던 유 작가의 노무현 재단 신임 이사장직 수락은 주목할 만하다.
 
현 재단이사장이기도 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설득해 이사장직을 수락 했다지만 그동안 정치권 러브콜을 일축하며 ‘자연인의 삶’을 더 중요시하던 그다. 인기리에 방송하던 ‘썰전’의 하차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심지어 썰전에 출연한 문재인 대통령이 ‘운명처럼 정치가 다시 유시민 작가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을 때도 ‘그럴 일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은 한마디로 고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와 업적을 기리고 관련 사업과 장학생 선발, 봉하마을 대통령기념관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1대 이사장은 한명숙 전 총리가 맡았고 2대는 문재인 현 대통령, 3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4대가 이해찬 의원이다. 두 명은 총리 출신이고 한 명은 현직 대통령을 배출할 정도로 정치적 위상이 남다른 인사들이 맡아왔다.
 
이사진도 박남춘 의원을 비롯해 유시춘 작가,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이재정 경기교육감, 전해철 국회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사회에서 재적 이사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대다수 친노 인사들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전임 이사장에 이해찬 당대표가 직접 나서서 성사시킨 일이다.
 
노무현 재단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유료 회원수와 비유료 회원수를 합쳐 25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강한 응집력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에는 노무현 센터를 종로에 건립해 사무실도 확장, 이전한다고 한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노무현 재단 회원들이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참여해 이 대표가 당선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돌았다. 유 작가가 이런 노무현 재단 이사장직으로 가는 이유가 단순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해찬 당대표의 서울대 후배이자 보좌관 출신이기도 한 유 작가는 통진당 사태이후 2013년 “‘직업으로서 정치’를 떠난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후 작가 겸 방송인으로 현재까지 유작가는 꾸준히 대중과 호흡해 왔다. 정치를 떠났지만 대중에게는 더 친숙한 인물로 재탄생한 셈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유 작가를 정치권으로 불렀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이 대표는 ‘20년 장기 집권론’을 내세워 당대표직에 올랐다. 유 작가는 자신의 심복출신이다. 유 작가는 고향도 대구로 확장성이 크다. 유 작가에 대한 대중들의 찬반이 크게 엇갈리지만 방송 활동으로 이미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TK 출신으로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합시킬 경우 시너지 효과가 높을 수밖에 없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경선과 유사하다. 친노 비노 대결 구도는 친이 친박 구도를 연상케 한다. 당시 민주통합당 경선은 국민들 관심에서 멀어졌고 박근혜 후보를 누른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으로 정동영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올랐다. 그 다음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 역시 대통령에 올랐다. 이 대표 입장에서 ‘유시민-김부겸 카드’를 2007년 대선에 대입할 경우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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