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경영 실천 이어 전문경영인에 힘 실어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투명 경영을 강조하며 그룹지배 구조 개혁을 단행한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갖가지 논란을 딛고 지속적인 성장 가도를 내달릴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17일에는 “LS가 생존하려면 디지털 전환 여부에 달렸다. 최고경영진(CEO)들이 직접 나서 조직에 빠르게 전파해달라”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변화에 이어 최고경영진에게도 손길을 내 밀면서 LS그룹의 경영권 향배에 변화가 생길 것인지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경영진들 직접 나서 주도해 달라” 강조…청사진 되나
“후계 구도 염두에 둔 발언”…“정부 눈치 보기” 지적도


구 회장은 지난 17일 경기도 안양 LS타워에서 열린 ‘연구개발 성과공유회 LS T-페어 2018’에 참석해  “LS가 생존하려면 디지털 전환 여부에 달렸다. 최고경영진(CEO)들이 직접 나서 조직에 빠르게 전파해 달라”고 주문했다.

구 회장은 미국 워싱턴대 경영대학원 발표를 인용해 “2025년까지 포춘 500대 기업 중 40%가 디지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라며 “우리가 생존의 40% 안에 속할지 아닐지 여부는 회사의 미래 경쟁력 발굴과 새롭게 창출하는 R&D 연구원의 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고기술책임자(CTO)들뿐 아니라 CEO가 직접 나서 스마트한 사고로 전환하고 그 변화를 직원들과 조직에 빠르게 전파해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전략 수립 비중보다 운영의 민첩성과 서비스 차별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단순 제품 판매가 아닌 서비스를 접목해 운영단계에서 IT와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만족도가 높은 운영방식을 찾아내 거꾸로 이를 민첩하게 실현할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R&D 프로세스의 변화를 주문했다.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 뚜렷

LS그룹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이른바 ‘태·평·두’ 삼형제가 LG로부터 계열 분리를 단행해 탄생했다.

창업주의 아들들인 2세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촌 경영이 관행으로 굳혀졌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초대 그룹 회장을 맡았고, 2013년부터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구두회 명예회장의 아들인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도 올해 ㈜LS 등기임원으로 선임돼 사촌 승계를 앞두고 있다.

재계에선 3세대들이 본격적인 경영을 이끄는 시기부턴 LS그룹이 공동 경영 대신 계열 분리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LS그룹 계열사 예스코도 지주사 전환을 마쳐 그룹이 3개 지주사 체제로 재편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구 회장은 올해 초 가온전선을 LS전선 자회사로 편입시킨 데 이어 최근에는 오너 일가 지분 전체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종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가온전선은 구자열 LS 회장의 여동생인 구혜원 씨 등 특수관계인 9명이 보유하고 있던 가온전선 지분 6.03%를 LS전선에 매각했다. 주당 2만1950원으로 총 55억 원 규모다.

이로써 기존 최대주주인 LS전선의 가온전선 지분율은 31.59에서 37.62%로 늘어났다.
아울러 LS그룹-LS전선-가온전선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도 공고해졌다
구 회장의 이번 결단은 세간의 비판을 받았던 가온전선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단숨에 잠재웠다.

동시에  LS그룹 내 도시가스 사업을 영위하는 예스코 역시 도시가스 부문을 물적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예스코는 지난 3월 주주총회 승인을 통해 4월부터 존속법인이자 지주회사인 예스코홀딩스(가칭) 아래 신설법인 예스코(가칭)를 둬 기존 사업을 유지하고, 분할 전 예스코의 자회사였던 예스코서비스, 대한가스기기, 예스코이에스, 한성, 한성피씨건설, 한성플랜지, 우성지앤티 등을 지주회사 내로 편입할 계획이다.

논란 해결 의도 숨었나

일련의 행보와 관련해 재계는 구 회장이 투명 경영 방침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또한 그동안 지적된 논란을 해결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주장이다.

앞서도  구자열 회장의 투명 경영 방침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벌 일감몰아주기 철퇴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