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제명 요청설’엔 “기다려보겠다” 비대위 성공 가능성은 ‘40~50%’

사진=정대웅 기자

한국 경제·文대통령 지지율 등에는 ‘부정적’ 전망 내놔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귀국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실상 당내에서는 무관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현 수장인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9월 17일 일요서울과 특별인터뷰에서 “언론에서만큼 당내에서는 홍 전 대표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홍 전 대표의 귀국으로 당내 이합집산이 재현될 것으로 전망한 것과 다른 관점이다. 결국 내년 2월 예정된 전당대회에 홍 전 대표가 출마하더라도 흥행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음은 김병준 위원장과 일문일답.

-일각에서 한국당 비대위의 혁신 강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걸 혁신하느냐에 문제가 달렸다. 외부에서는 ‘혁신’이라고 하면 당의 책임자들을 잘라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소위 ‘인적 청산’을 혁신과 개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인적 청산은 개혁의 작은 부분이라 생각한다. 보다 크고 중요한 것은 당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것, 즉 미래 비전을 새로 세우는 것이다. 그 후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전략적 가치들을 재정립하는 게 우선이다. 비대위 출범 후 ‘탈국가주의’ ‘새 성장모델 제시’ 등을 통해 그런 길을 걸어 왔다. 이것이야말로 강도 높고 중요한 혁신이다.
민주당의 경우에만 보더라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당시 인적 청산하겠다며 잘라낸 이해찬·유인태·문희상·최재성 등이 지금 다시 당의 실세가 됐다. 도대체 뭘 잘랐나. 인적 청산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알 수 있다.
인적 청산을 안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일의 순서가 있다. 인적 청산은 사실 쉽다. 당협위원장 정도는 그만두게 할 수 있지만 그건 강도 높은 개혁이 아니다.
 
- 최근 비대위에서 당협위원장 일괄 사퇴안을 의결했다. 인적 청산의 신호탄으로 해석해도 되나.
▲ 그분들 판단으로 당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당협위원장을 내놓으신 거다. 고마운 일이다. 당을 위한 결심을 보여주신 것이다. 물론 11월이 되면 대부분의 당협위원장들이 임기가 끝난다. 하지만 (그 전에 내려놓은 것은)분명 강한 의지를 보여준 거다. 내게도 ‘본격적으로 혁신하라’는 일종의 압박이 된다. 인적 청산과도 관계가 영 없지는 않다. 당협위원장들이 임기가 거의 끝나가니 교체를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다가왔다.
 
- 당 비전과 가치를 새로 세우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일각에서 당명과 당 로고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 내용이 바뀌어야지 겉모습만 바꾸면 국민들이 뭐라고 하지 않겠나. 내용이 바뀐 후 자연스럽게 ‘이름과 로고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면 바꾸게 될 것이다. 당 일각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근데 그분들도 지금 당장이 아니라 당이 새로운 모습을 나타내게 되면 그때 자연스럽게 바꾸자는 뜻이다. 우선과제는 아니다.
 
- 홍준표 전 대표가 귀국하면서 전대 출마설이 불거지고 있다. 전대가 가까워질수록 당내 이합집산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홍 대표와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 갈 생각인가.
▲ 특별히 없다. 출마를 할지 안 할지도 알 수가 없다. 사실 언론에서 홍 전 대표 귀국을 두고 기사가 나오는 데 당내에서는 관심이 별로 없다. 관심이 낮다. 나도 마찬가지로 홍 전 대표 귀국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게 별로 없다.
 
- 홍 전 대표 제명 요청도 있다고 들었다.
▲ 기다려 보겠다. (그런 요청이)커지고 있다기보다 내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초기 홍 전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얘기하는 분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별로 없다. 사실 오늘(17일) 당무감사위원장과 윤리위원장 임명한 것에 대해 홍 전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혀 아니다. 현재로서는 내가 제명을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 당권 출마설이 불거지고 있는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한 개인적 평가는 어떤가.
▲ 본인이 정치를 안 하겠다고 강력히 얘기하고 있지 않나. 거듭 생각이 없다고 밝혔는데 내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나. 쉽게 정치에 뛰어들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 경제 위기에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어느 정도 심각한가. 결국 소득주도성장론이 문제인가.
▲ 민생이 가장 힘들다. 가계부채가 늘어나 많은 사람들이 빚을 내 살고 있다. 일자리도 없다. 드러난 현상만 봐도 심각하다.
문제는 정부가 경제에 대한 미래 비전을 가지고 정책을 찾지 않는 것 같다. 세계 산업 체계가 바뀌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제조업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 우리는 어떤가. 철강·조선부터 기존 기각산업이 다 무너졌다. 그러면 신산업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정책 자체가 없다. 그러다 보니 투자도 되지 않고, 그 돈은 전부 부동산 정책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은 더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지금부터 산업구조 조정을 해도 완성되려면 10년은 걸릴 텐데 지금도 정체돼 있으니 앞으로 10년이 더 걱정이다. 제조업뿐 아니라 R&D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횡보 중이다. 미래에 희망이 없다.
구조적 문제가 틀림없이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정부가 새로운 정책적 전환을 할 생각을 안 하고 소득주도성장론을 성장 정책이라고 우기고 있으니 답답하다. 전 정권보다 못하거나 낫지 않을 거면 왜 정권을 잡나. 과거 정부 탓만 할 거면 정권을 잡지 말았어야 한다. 그걸로 면책이 안 된다.
 
-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흔들린다. 최근 반등하긴 했지만 과거에 비해 하락세가 뚜렷한데. 앞으로 추세를 전망한다면.
▲ 문재인 정부는 경제 정책에 대해 완전히 실패했다. 앞으로도 전망이 어둡다. 왜냐하면 문 정부가 의미 있는 산업 정책을 내놓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 정책은 웬만하면 노조와 연관돼 있다. 그런데 문 정부는 노조와 관계에 묶여 있다. 그러니까 의미 있는 산업 정책이 못 나올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경제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지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 비대위 활동을 자평한다면.
▲ 초기에는 비대위 성공 가능성을 20~30퍼센트로 봤다. 그만큼 상황이 안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40~50%라고 말할 수 있다.

- 가능성 상향 조정의 원인은.
▲ 계파 갈등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재밌는 현상이 생겼다. 계파 갈등이 있을 때는 과격한 분들이 앞에 나섰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분들이 뒤로 물러나고 정책에 대한 고민과 토론하는 분들이 앞으로 나와 있다. 유능한 분들이 이제 앞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당내 인적 변화가 긍정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 김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두고 여전히 관심이 높다. 앞서 수차례 밝힌 대로 확실히 불출마하나.
▲ 안 한다. 추대가 돼도 안 한다. 지금은 당 재정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 후 비대위가 만든 비전과 가치들을 어깨에 메고 앞으로 갈 분이 당대표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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