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으로 때리고 성폭행까지…청소년 음주 사고 백태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현행 청소년 보호법 제2조 1호에 따르면 만19세부터 음주 가능한 나이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암암리에 음주를 즐기는 청소년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매체를 통해 청소년들의 음주 운전, 폭행 등 잘못된 음주 습관이 보도되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높아지는 형국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음주 범죄…자진 신고하겠다 협박도
외국 경우 주류 판매자와 구입 미성년자 법적 처벌…한국은 ‘아직’


#1. 충청북도 청주시 서원구에서 주취 상태였던 여중생이 소주병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을 가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특수 상해 혐의로 지난달 17일 A(15)양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구속 이틀 전인 15일 A양은 오전 8시 10분경 서원구 소재 편의점에서 테이블을 정리 중이던 아르바이트생 B씨(31·여)에게 소주병을 휘두른 혐의를 가진다.

같은 날 오전 편의점 앞에서 친구 2명과 함께 음주한 A양은 술에 취해 B씨를 향해 “왜 쳐다보냐”며 시비를 걸면서 소주병으로 얼굴을 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양은 “B씨가 기분 나쁘게 쳐다봐서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직후 A양은 편의점 주변을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B씨는 소주병에 얼굴을 맞아 병원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A양의 음주 사고는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달 10일 오전 1시 30분께 A양은 서원구 도로를 주행하던 승용차를 세우게 하고 차에서 내린 운전자를 폭행해 경찰에 붙잡힌 전력이 있다.

당시 친구 4명과 함께 술을 마신 A양은 승용차 운전자에게 시비를 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양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2. 전남 영광 소재 모텔에서 성적 유린을 당한 뒤 방치돼 목숨을 잃은 여고생의 사망 원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부검을 통해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밝혀졌다. 당시 수사 관할 기관인 영광경찰서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달 19일 발표했다.

C양은 앞선 13일 오후 4시경 해당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C양은 같은 날 오전 2시 10분 무렵 D(17)군 등 2명과 술을 마시기 위해 모텔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D군 등은 미리 입을 맞춰 게임을 진행하면서 C양에게 1시간 30분 만에 3병 가까운 양의 소주를 마시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이들은 술에 취한 C양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른 뒤 내버려둔 채 오전 4시 15분께 모텔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D군 등은 성폭행을 목적으로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이후 D군 등은 자신들이 모텔을 나올 당시 C양이 생존해 있었으며 자고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찰은 처음에는 D군 등에게 특수 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부검 결과가 나오자 이를 바탕으로 이들에게 강간 등 치사 혐의로 바꾸고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업주 울고 청소년 웃고
현행법 ‘솜방망이’ 처벌
 

청소년 음주 사고는 심각한 지경이지만 이에 대한 법적 조치는 미비한 실정이다. 지난 4월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합리한 식품위생법 개정과 청소년 음주 관용에 대한 청소년 보호법 개정을 위한 국민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주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청원자는 지난해 추석 이틀 전 가게에서 손님 간 시비가 붙어 기물파손 등 소동이 일어나 청원자의 남편인 업주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손님 중 하나가 “미성년자인데 신고하겠느냐”면서 협박 아닌 협박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업주는 신고를 강행했고, 해당 가게에는 690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졌지만 미성년자들은 그날 훈방 조치됐다고 호소했다.

그는 “(청소년 보호법을 악용하는 이들은)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성인 먼저 들여보낸 후 나중에 합류하면서 계산할 때 미성년자라고 협박하거나 경찰에 자진 신고해 빠져나가는 수법을 쓴다”면서 “가해자가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훈방 조치된다”고 제도의 허점을 꼬집었다.

청원자는 위 내용을 바탕으로 ‘지호네 가게’라는 7분 남짓의 독립 영화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이 영화는 현재까지 약 4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처럼 술을 구매한 당사자인 청소년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판매한 업주에게만 강력한 조치를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늘 존재해 왔다.

현행 청소년 보호법상 만 19세 미만의 미만의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 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나아가 영업정지나 영업장 폐쇄 등의 행정 처분이 내려진다.

이에 의도적으로 제도의 맹점을 노리는 청소년들도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0~2012년까지 미성년자 주류 판매로 적발된 업소 3339곳 중 2619(78.4%)곳이 청소년의 고의 신고로 적발됐다.

외국의 경우 주류 판매자뿐만 아니라 주류를 구입한 미성년자 또는 보호자에게 벌금을 물게 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미국은 음주 허용 나이를 만 21세로 규정했다. 이를 어길 경우 술을 판매한 사람과 구매한 미성년자 모두를 처벌한다. 대부분의 주에서 벌금형을 내리고 그 가운데 일부는 금고형까지 처한다.

또한 영국은 만18세 미만이 주류를 구입하거나 음주할 경우 처벌을 받는다. 만약 미성년자 신분으로 3번 이상 음주 사실이 적발된다면 최대 5000유로(약 648만 원)의 벌금을 내거나 심한 경우 경찰에 체포돼 전과기록이 남는다. 주류 판매자에게는 최대 2만유로(약 2592만 원)의 벌금 또는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은 지난 5월 10일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냈다.

이 법률안은 “청소년의 상습·악의적인 위계(爲計)나 경쟁업체의 사주(使嗾)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은 선량한 영세 상공인들이 영업 정지 및 영업장 폐쇄 등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지만 해당 청소년의 친권자 등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는 것 외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위반 행위의 원인을 제공한 청소년 중 그 내용과 정도 등을 고려해 선도 및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회봉사나 심리치료 및 특별교육이수 등을 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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