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친문 핵심 인사들의 ‘부엉이 모임’이 연구 모임으로 재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8.25 민주당 전당대회 전 특정 후보를 당대표로 만들기 위한 정지작업을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자진 해산했지만 전당대회 이후 가치 중심의 연구 모임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김진표 후보를 지지한 인사들이 다수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이 대표의 견제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대표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송영길 의원까지 합류할 경우 86운동권 세력과 연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이해찬 독주에 친문 주류 홍영표·박광온·전해철 ‘부엉이 모임’ 재결성
- 86운동권 송영길·김진표 지지그룹 묶어 反이해찬 연대 꾸리나


부엉이 모임은 크게 2012년 대선을 전후로 참여한 원조 부엉이와 2016년 4.13 총선 전후 모인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부엉이 그리고 지난해 치러진 5.9 대선 전후로 합류한 범친문 및 일부 안희정계 인사들이 회원으로 활동했다. 8.25 전당대회가 치러지기 전까지 친목 모임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특정 후보 지지’를 위한 계파 모임으로 비춰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모임에는 ‘원조 부엉이’ 소속으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비롯해 현 청와대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정태호 일자리수석,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민주당 박남춘, 전해철, 윤호중, 홍영표, 의원과 노영민 주중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 등이 있다.

20대 총선 전후 합류한 회원으로는 김현권, 고용진, 강병원, 권칠승, 박범계, 박광온, 황희 의원 등이다. 지난해 대선 전후로는 김종민, 박주민, 이철희, 정재호 의원 등도 합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대 후 분화된 부엉이 모임, 새롭게 ‘변신 중’

실제로 부엉이 모임은 밥 먹는 친목모임 수준에서 ‘전해철 당대표 만들기 프로젝트’일환으로 성격이 바뀌면서 신입 회원도 받아 20명 내외 수준에서 40여 명까지 늘어났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 의원 자신이 속한 부엉이 모임이 ‘친문 특정 후보 밀어주기’로 비화되자 7월 15일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했고 이후 부엉이 모임은 사실상 분화되기 시작했다.

40여명의 대다수 부엉이 모임 소속 회원들은 ‘친문’ 후보를 내세운 김진표 의원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 중 ‘부엉이 대장’으로 불린 이해찬 후보를 지지한 인사들로는 전재수, 박범계, 윤호중 의원이 대표적이다. 일부는 송영길 후보에게 지지를 보냈지만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황희, 박광온 의원 등 다수는 김진표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지지했다.

특히 노영민 주중대사는 김진표 이해찬 후보 양측을 다 지지하는 모양새로 보였지만 다소 김 후보 쪽에 더 신경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을 내세운 최재성 의원은 특정 후보 공개 지지가 당규에 저촉돼 중립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역시 막판 김진표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문 핵심 부엉이 모임 절반 이상이 김 후보를 지지한 셈이지만 결과는 이해찬 후보의 무난한 당선과 함께 2위에는 송영길 후보가 됨으로써 김 의원은 3위에 머물렀다.

이해찬 체제가 들어서면서 부엉이 모임의 세는 많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해찬 당대표는 당정청을 관통해 입김이 강해졌다. 탕평 인사보다는 이해찬 사단이 당에 전면 배치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친문 의원들이 부엉이 모임을 가치 심의 공개 연구모임화해 다시 조직 재건에 나서고 있다.

주축은 김진표 의원을 지지한 전해철, 최재성, 황희 의원 등 20명 내외의 부엉이 모임 소속 회원들이 될 전망이다. 전대에서 2위를 차지한 86운동권 송영길 의원의 참여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한편 새롭게 출범하는 모임과 관련해 반면교사로 ‘더 좋은 미래’(이하, 더미래)처럼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 명단을 공개하고 공식적인 연구활동 모임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미래는 당내 공개 의원 모임으로 매주 수요일 정책연구 공부 모임을 하고 있다.

멤버로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4명이다. 최근 임명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유은혜 교육부장관 후보자까지 포함하면 장관만 6명을 배출했다. 중간에 낙마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도 더좋은미래 출신이다.

무엇보다 참여 회원들 다수가 이해찬 당대표와 ‘각’을 세웠거나 이해찬 사단과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점에서 향후 이해찬 체제의 견제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전대에서 이해찬 대표와 확실하게 ‘각’을 세웠던 인사가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지난 당대표 경선에서 이해찬 후보에게 적극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송 의원은 자신이 50대임을 감안해 이 대표를 ‘죽은 세포’, ‘명퇴 대상’이라고 네거티브 공세를 벌였다. 또한 ‘나도 통화하기 힘들다’며 이 대표를 불통의 대명사로 만들기도 했다. 송 의원 참여는 86운동권 인사들의 추가 합류도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홍영표 원내대표와 박광온 최고가 이해찬 대표의 고유 권한인 지명직 최고 임명에 반기를 든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9월1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수진 전 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과 이형석 광주 북을 지역위원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의결했다. 이 대표가 당초 염두에 뒀던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지명직 최고위원이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에서 이형석 위원장으로 바뀐 것이다.

이 대표는 9월9일 개최된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는 이수진·홍미영 최고위원 지명 뜻을 밝혔지만 당연직 최고위원인 홍영표 원내대표가 “당 기초단체장협의회의 의견을 들어서 최고위원을 선임하자”며 홍미영 최고위원 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

결국 홍 원내대표의 ‘홍미영 비토’에 박광온 최고위원도 동조했고 결국 ‘최고위원 교체’로 이어졌다. 이 대표의 최고위원 지명에 제동을 건 홍 원내대표와 박 최고는 ‘부엉이 모임’의 핵심 멤버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진표 후보를 지지했다가 패배한 부엉이 세력이 이 대표를 견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당대표 고유 권한 지명직, 최고 ‘제동’건 ‘부엉이들’

이번 이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 제동을 건 홍 원내대표의 경우 추미애 당 대표 시절 ‘노동’ 이슈에서 임기 말에 처한 추 대표를 압도했다. 하지만 이해찬 체제가 들어서면서 존재감 자체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 원내대표 입장에서도 부엉이 모임이 공개적으로 싱크탱크 형태로 되살아나 위력을 과시하는 게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해찬 체제와 친문 핵심 그룹 간 정면 충돌은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 때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공천권을 행세할 수 있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해찬 사단과 측근들을 대거 전면에 내세우고 ‘20년 장기집권 플랜’을 완성하기 위해 막후에서 ‘킹메이커’역할을 자임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대선이 있기 전이라도 이 대표가 과거 참여정부 시절 고 김근태 고문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고 했듯이 충돌 시기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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