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거침없는 메시지’ ‘수직관계’에서 ‘수평관계’로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확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가 정국의 중심에서 진두지휘하면서 당내는 물론 당·정·청과 관계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포용적 성장과 공공기관 이전, 부동산 대책,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 등 찬반 양론이 뜨거운 의제에 거침없는 메시지를 내며 중요한 이슈를 선점했다.

이해찬 대표 체제 동안 가장 두드러진 점은 수직에 가까웠던 당과 청와대의 관계가 점차 수평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해결이 안 되던 사안들에 대해 이 대표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랑 통화했다’면서 한 번에 정리해 버리더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당·정·청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이 대표 의지는 지난 8월30일 첫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정부와 청와대 수뇌부가 모인 자리였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이 국민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겠다. 쓴소리라 생각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주택자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을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발언에 호응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고, 보름 만에 종부세 강화안을 포함한 ‘9·13 종합대책’을 내놨다.

지난 9월 4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 대표는 국정 전반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20년 집권 플랜’에 대한 승부수를 던졌다. 수도권 공공기관 122개 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공언했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자치분권 이슈를 띄운 이 대표는 지난 7일부터 전남·세종·충남·경기 등에 이어 이날 경남·부산까지 전국 시·도청을 방문해 직접 내년도 예산 챙기기에 나섰다. 앞서 참여정부에서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역표를 얻는 효과를 봤던 ‘이해찬의 한 수’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정부보다 먼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정부가 이를 따라가는 것은 전임 대표 시절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매달 한 번씩 고위 당·정협의회를 갖고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 것에서도 달라진 당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충청권의 경우 이 대표 출범으로 달라진 위상을 체감하고 있다. 이른바 '이해찬 효과'로 지역현안이 일회성 어필에 그쳤던 과거와는 달리 중앙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화두에 오르면서 고속 질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 첫 충청출신 집권당 수장인 이 대표는 세종시와 충남도를 잇따라 찾아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광폭 행보를 했다. 참여정부 책임총리 재직 때 실질적인 세종시 입안자이기도 한 이 대표는 이날 세종시청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충남에서도 이 대표는 지역 최대 현안으로 떠오는 혁신도시 추가지정과 공공기관 이전문제를 언급했다. 충남도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양승조 충남지사로부터 혁신도시 추가지정 요구를 받고 "평소 내가 강조한 것"이라며 적극 지원 의사를 피력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해서도 "(충남과)잘 맞는 기관을 협의해서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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