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시리즈 제3탄
농협중앙회 정대근 회장의 ‘무소불위’ 권력③

“농협은 자체가 파워다. 전국 각지에 조직이 있어 농협이 힘이 센지, (대통령인) 내가 힘이 센지 아직 모르겠다.”
지난 2003년 2월 4일, 대통령에 당선된 뒤 전국 순회 토론회를 가진 노무현 대통령은 강원지역 대토론회에서 거대공룡 농협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의 표현대로 현재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설사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만큼 비대해졌다. 심지어 정부의 주무부처인 농림부마저 “농협이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비대해졌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이에 본지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대형 김치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최근 공장이 들어설 부지와 관련해 몸살을 앓고 있다.

신규 김치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이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의 연고지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특혜의혹에 휘말린 것. 실제로 경남 밀양 출신인 정대근 회장은 삼랑진 지역농협 조합장을 연임하면서 농협과 인연을 맺게 됐다.

농협밀양시지부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삼랑진농협 안태 가공공장 인근 부북면 제대리 월원 일대에 6만여평 규모의 최첨단 김치 가공공장을 건립한다. 2010년에 완공 예정인 이 가공공장은 하루 80t(원료 150t)씩 연간 2만4,000t의 김치가 생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경기도 화성과 충주, 밀양 등을 놓고 경합을 벌일 때 밀양시에서 우수한 투자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그 곳에 공장을 세우기로 한 것”이라며 “회장의 고향이라고 해서 특혜가 있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삼랑진은 아직 부지 선정이 확정되지 않은 유력 후보지로 부산항과 30분 거리여서 수출에 유리하고 폐수처리 시설이 위치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아직 건물 인허가가 나지 않은 만큼 김치공장이 밀양에 지어질지는 확실치 않다”고 다시 한번 특혜와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동안 지역특색이 없던 밀양이 농협중앙회 김치공장으로 500여명 규모의 고용창출은 물론 농협중앙회와 연간 4만8,000t에 이르는 농산물을 계약 재배하게 돼 지역 소득증대에 큰 힘을 얻게 되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역농협 아우성

김치 가공공장 설립을 두고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 간 분위기도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가공공장이 들어설 밀양과 농협중앙회는 ‘잔칫집’인 반면,
기존의 회원농협은 거의 ‘초상집’ 분위기다.

김치공장을 운영하는 지역농협 조합장은 “중앙회는 지역농협의 자립경영 지도에는 소홀하면서 중앙회 김치공장을 신설하는 것은 지원사업과 모순된다”며 “신규공장 대신 낙후된 지역농협들의 공장 리모델링과 HACCP(축산물 종합·위해요소제거 관리 체계) 추진을 지원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밀양 삼랑진에 500억원 규모의 공장을 유치하는 것은 정대근 중앙회장의 고향이기 때문 아니냐”며 특혜의혹을 내비쳤다.

또 다른 김치공장 운영 조합장은 “중앙회에서 소포장 김치와 수출용 김치 위주의 신규 김치공장 운영방침을 밝혔지만 매출이 커지면 결국 지역농협 김치와 경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 입점된 지역농협 김치는 밀려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11개 김치공장의 시설 현대화와 HACCP 지원은 공장별로 3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 후에도 지역농협 자체 마케팅을 위한 농협간 경쟁이 심화되는 문제가 있다”며 “농협김치의 연합판매와 김치수출 및 포장김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신규공장 설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지역농협의 김치공장을 등한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이 같이 상생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향을 모
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대근 회장은 누구?

지역 단위조합장만 내리 8선을 달성한 정대근(62) 농협중앙회장은 단위조합장 출신으론 처음으로 중앙회 수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공고를 졸업한 뒤 지역 유지들의 권유로 1975년 31세 나이에 삼랑진 조합장을 맡아 98년까지 무려 여덟 번이나 연임했으며, 99년엔 중도하차한 전임 원철희 회장의 뒤를 이어 중앙회장에 당선됐다.

이어 2000년엔 농협-축협-인삼협이 합쳐진 통합농협의 초대회장으로 뽑혔고, 2004년 선거에서도 승리함으로써 농협중앙회를 9년째 이끌어 오고 있다.

이 같은 이력이 말해주듯 정 회장은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성격에, 대외적 정치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협중앙회장직이 비상근 체제로 바뀌고 사업부문별로 별도 대표이사가 이끄는 체제가 된 만큼 과거에 비해 권한과 정치색은 많이 희석됐지만, 6만8,000명의 인력과 288조원의 자산을 가진 거대조직의 수장인 만큼 대내외적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