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속앓이 내막
지난해 11월 동신제약을 인수한 SK 케미칼이 과거 동신제약이 벌여놓은 전력(?)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과거 유영식 회장과 관련한 문제들이 여전히 수습되지 않은 채 남아있어서 그 책임소재를 놓고 갈등이 일고 있다. 특히 유 전회장과 관련된 소송들이 상당수여서 SK측에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동신제약 전대표였던 A씨는 “동신제약과 합병한 SK케미칼이 동신제약과 관련한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SK케미칼 측은 “이미 오래전 일이기 때문에 우리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동신제약은 대한적십자사로부터 30여년간 국민이 헌혈한 피를 납품받아 간경화 환자의 복수(腹水) 제거 등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알부민을 생산해 연간 수백억원대의 수입을 올리던 중견제약회사였다. 그러나 여기서 벌어들인 돈 가운데 일부를 유영식 당시 회장의 비자금으로 조성한 것이 밝혀져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국민의 피를 이용해 개인의 이익을 취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게다가 계열사였던 동신레저산업 및 피앤텍 등에 267억원의 대여금을 지급하고 475억원을 지급보증하는 바람에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았다. 이후 또 70억원을 들여 드링크 공장을 지었다가 실패로 끝나자 철수하는 등 무리한 사업다각화로 경영상태가 악화되다 결국 98년 8월 부도가 났다.

그러나 2000년에 KTB 네트워크와 한미약품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67억원을 투입, 동신제약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후 임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함께 국민은행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240억원을 지원받아 채무를 완전히 상환해 기적적으로 기사회생했고 2001년에 SK 케미칼이 지분을 넘겨받아 대주주의 자리에 올랐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은행에서 기업이 벌이는 사업성에 따라 돈을 빌려주는 대출방식이다.


인수 후부터 말썽

진짜 문제는 이후부터 발생했다.

동신제약의 경영이 정상화에 올랐다고 판단한 서울지방 국세청이 동신제약이 내지 못했던 세금 195억원에 대한 압류채권지급소송을 지난 2003년 제기한 것. 지난 2005년에 열린 1심에서는 서울중앙 지법에서 동신제약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은 현재 2심에서 계류중이다.

이에 대해 SK케미칼 관계자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판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며 “동신제약 당시에 있었던 일이나 SK케미칼이 소송 당사자인만큼 재판부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동신제약 전대표였던 A씨가 제기하는 문제도 SK케미칼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다.

A씨는 재미동포로서 동신제약이 부도에 이르게 되자 회사를 인수해 경영에 참여했던 사람이다. A씨는 “동신제약은 지난 98년 계열사인 골프사업체 동신레저의 자금 지원을 위해 또 다른 계열사인 동원산업개발 빌딩을 담보로 170억원 상당의 은행대출을 받았다”면서 “동원산업개발에 이 돈은 갚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가 부도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이마저도 동신제약을 인수한 SK케미칼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회사 측의 부실투자로 인해 자신이 입은 피해도 SK 측에서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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