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두 얼굴
“청와대는 기사를 뺄 수 없어도 삼성은 뺄 수 있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의 힘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다. 최근 이 회장과 삼성그룹의 ‘한국 언론 통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회장과 삼성그룹은 “언론 등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권력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의 말 한 마디가 주요 언론의 1면과 사설을 장식하고 있다. 이는 이 회장의 한국내 위상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A그룹 홍보담당자는 “이 회장과 삼성은 한국 경제의 거대한 버팀목이다. 이 회장이 경제 발전에 한몫을 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한국 언론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한국 언론매체를 좌지우지하며 언론 통제를 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시사저널 사태다.



지난해 6월 시사저널 경영진은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을 다룬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라는 기사를 편집국과 상의 없이 인쇄단계에서 삭제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시사저널 편집국장이 사퇴하는 등 경영진과 기자들간 갈등이 빚어졌다.
이후 민언련, 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들의 ‘편집권 침해’에 대한 비판 성명이 줄을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시사저널사측이 시사저널 기자에 대해 징계가 계속되면서, 노사간 갈등의 골은 더욱 더 깊어졌다.


시사저널 사태, 삼성이 원인 제공
지난 1월 노조측의 ‘전면 파업’에 맞서 사측이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 20일은 파업 100일째가 되는 날이다.

이번 ‘시사저널 사태’는 한 언론사의 노사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언론계의 중론이다. 언론계에서는 ‘거대 권력’인 삼성이 이번 사태에 원인제공을 했다는 점에서, ‘자본권력인 삼성과 언론’과의 관계를 집중 거론하고 있다.

언론시민단체에서는 ‘시사저널 기사 삭제’사태 이후 ‘삼성과 언론과의 관계’에 대한 토론회 및 집회를 계속해서 열어왔다.

지난해 7월말 열린 ‘시사저널 기사 삭제 사태를 계기로 본 삼성과 언론’ 토론회에서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치권력 위에 언론권력이 있고, 그 위에 재벌 권력이 있다”며 삼성의 언론통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도 “지난해 ‘X-파일’사건을 언론들이 ‘이건희·이학수·홍석현씨 스캔들’에서 ‘도청’문제로 초점을 흐린 일은 삼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6일 ‘자본권력과 언론자유’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시사저널 사태는 자본권력에 의한 언론탄압 사례로 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막강해진 경제권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 삼성은 더 이상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이로 인해 지난해 2월 7일 이학수 부회장 등 삼성 임원진이 발표한 ‘반성과 변화’의 약속은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은 정치권력이 아니라 경제권력”이라고 밝혔다.

특히 파업 100일째를 맞이하면서, 언론노조 산하 각 언론지부에서는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삼성의 언론 통제’에 대해 규탄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시사저널 사태는 단순히 한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광풍이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뒤흔들고 있음을 똑똑히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이라며 “언론의 독립이 무너진다면 독자들과 국민들의 알 권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도 “자본권력의 대표인 삼성은 진작부터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해왔다. ‘청와대는 기사를 뺄 수 없어도 삼성은 뺄 수 있다’는 말은 헛소문이 아니다”며 “시사저널 사태는 자본권력이 ‘제 1의 권력’으로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시사저널’사태로 인해 언론계에서는 ‘삼성의 언론 통제’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 삼성이 이번 시사저널 사태와 관련해 ‘시사저널 노조측의 동향’에 대해 수시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시사저널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삼성측이 기업이미지 훼손을 막기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정보수집에도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동향파악에 분주?
모 언론사 기자는 “삼성 임직원들이 ‘시사저널 사태’와 관련해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곤 한다”며 “삼성이 겉으로는 ‘시사저널 사태는 노사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심 삼성측이 이 사태가 삼성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주지 않을까 신경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의 홍보전략이 그룹 오너인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자료가 공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미디어 오늘’이 입수해 지난 2월말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은 신입사원에게까지 기자를 대처하는 방법 등을 조직적으로 교육시켰다.

이 자료에 의하면, 삼성전자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이 회장의 홍보철학이 담긴 어록을 적시하며, 삼성의 홍보관을 교육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의 홍보철학에 대해서는 “회사가 이익을 내고 적자를 내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니지만, 국민들에게 호의를 잃으면 회사가 없어지기도 하더라”, “홍보란, 윗말이 내려가고 아래 말이 위로 가고 상하좌우 잘 유통되게 하는 것이다. 점과 점의 소통 가지고는 안 되며 모든 조직이 동참을 하고 삼성이 어디로 가느냐 하는 것을 모든 사원에게 어떻게 전달해 주는가 하는 게 바로 노하우” 등의 어록 형태로 소개하고 있다.

이 문건은 또 ‘기자를 만났을 때 요령’ 및 ‘홍보의 기법과 효과·오류 및 사례’ 등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기자의 특성에 대해 ‘dog 저널리즘, 냄비 저널리즘’ 등이라고 적시하고 있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삼성이 신입사원에게 기자를 대처하는 방법을 조직적으로 교육시킨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기자들의 일부 부정적인 측면에 주목한 것이라고 해도 신입 사원 교육 자료에 이런 내용을 넣었다는 것 자체가 삼성의 잘못된 언론관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시사저널’ 등 대언론 대응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에 대해 삼성측은 “‘시사저널 사태’는 노사문제로,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이 개입할 수도 개입하지도 못하는 문제”라며 “삼성이 ‘시사저널’과 관련해 정보수집 등을 하고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삼성측은 ‘미디어 오늘’ 공개자료와 관련해서도 “삼성전자의 신입사원 교육용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내용도 홍보 전문 자료에서 인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재용 ‘대 언론접촉은 부창자수’

“부창자수(아버지가 노래하면 아들이 따라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최근 언론에도 활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오는 말이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9일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을 안 차리면 5~6년 뒤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간 언론과의 접촉을 기피하던 이 회장
이 그간 ‘금기(?)’를 깨고 한국경제와 관련해 발언을 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꺼려왔던 국내 대표총수의 발언에 대해 주요 언론들은 앞 다퉈 보도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또 올해 초 열린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시상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용씨의 승진 및 그룹 현안’ 등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삼성의 황태자’ 이재용씨도 올해 초부터 언론에도 활발히 모습을 드러내며 후계자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는 전무 승진 직전인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2007 CES’행사에서 외부 바이어들과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가하면, 기자들과 간담회자리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같은 ‘삼성 오너 부자’의 이런 모습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의외라는 분위기다. 그간 이 회장 부자는 극도로 ‘언론 기피’현상을 보여왔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매입 의혹’, ‘안기부 불법 도청 테이프 X-파일’사건 등으로 인해 이 회장 부자는 언론접촉을 꺼리며 칩거하다시피 해왔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이 부자의 언론접촉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계에서는 이 회장 부자가 또다시 ‘칩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버랜드 사건’이 항소심 중이고, 이 회장 부자에 대한 경영세습에 대해 여론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시네마통상 부당지원 의혹

롯데시네마 내의 매점사업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롯데쇼핑이 롯데시네마 내의 매점사업을 시네마통상과 유원실업에 임대(위탁)함으로써 물량몰아주기 또는 부동산 저가임대 등을 통한 부당지원행위를 하였는지 여부와 유원실업이 공정거래법상 롯데그룹의 계열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공정위 조사를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측은 유원실업이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에 따른 공정위에 유원실업이 롯데그룹 계열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또 개혁연대측은 “시네마통상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지분 28.3%를 비롯해 최대주주 지분이 84.9%에 달하는 롯데그룹의 계열사”라며 “롯데쇼핑이 시네마통상과 유원실업에 수익률이 높고 주로 현금으로 거래되는 영화관 매점사업을 임대한 것이 물량 몰아주기에 의한 계열사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조사요청서에서 “롯데쇼핑이 시네마 사업부문의 매점사업에 대하여 주로 시네마통상 및 유원실업과 임대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롯데쇼핑이 특정 상품, 용역의 수요량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계열사의 가치 증대를 목적으로 특정 계열사에 배정한 것으로서 공정거래법시행령의 “‘현저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시네마와 같은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에서 매점 사업은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으며, 관람객 1인당 또는 회당 매출의 측면에서 매점 수익이 관람료 수익보다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CGV나 메가박스 등의 경쟁업체들이 매점 사업을 직영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총수일가 또는 그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지분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 매점 사업을 임대하고 있는 롯데시네마의 경우는 물량 몰아주기에 의한 부당지원 또는 회사기회의 유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개혁연대의 주장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향후 롯데쇼핑의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및 유원실업의 롯데그룹 계열사 여부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 할 것이며, 조사의 추이와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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