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위장계열사 전모 추적
재벌기업 총수들의 발 빠른 3, 4대 후계구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위장 계열사를 동원, 총수 일가에게 특혜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돼 비난이 일고 있다. 이 중 롯데그룹이 시네마의 매점 사업권과 관련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30년 연인인 서미경(48)씨와 장녀인 롯데쇼핑 부사장 신영자(65)씨가 실질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유원실업과 시네마 통상에 각각 부당거래 몰아주기를 했다는 것.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존재가치에 대한 무성한 의혹들을 몰고 다녔던 신회장의 ‘샤롯데’ 서미경씨와 롯데쇼핑을 유통업계의 최고로 이끌었으나 후계구도에서 밀려나 있는 신영자 부사장, 이들의 거래몰아주기는 30년 지조와 사업적인 공로에 대한 보상과 위로차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으며 이들의 혐의가 확정이 된다면 배임혐의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 일감의 85%를 독과점했던 제2의 현대차 글로비스 사건으로 비화될 것인지 공정위 조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그룹이 부당거래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의 중심은 롯데시네마의 지방 체인망 매점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시네마 통상과 서울·수도권 매점 운영권을 갖고 있는 자본금 6억원의 중소업체 유원실업이다. 영화관 사업은 크게 관람료 수익과 매점 수익으로 이뤄지는데 관람료 수익은 1인 당 1000원 미만에 불과하지만 매점수익은 1인당 1000~1200원에 달해 극장 수입의 47%가 매점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원실업·시네마 통상 부당거래 몰아주기 의혹 배경

이에 CGV와 메가 박스의 경우 영화관 내 사업을 모두 직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국내 3대 멀티플렉스인 롯데시네마가 가장 노른자 사업인 매점사업 운영권을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에 대부분 운영·위탁했다는 것. 롯데시네마의 규모는 영화업계에서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스크린만 해도 전국 31개관 2백 3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 평균 입장객도 200만명, 월 수입도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150억원대에 달한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1,000억원을 훌쩍 넘는 수치다.

그러나 위탁 운영을 넘겨받아 엄청난 수혜를 입은 시네마 통상의 경우 신격호 회장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지분 28.3%를 비롯해 최대주주 지분이 84.9%에 달하는 롯데그룹의 계열사이다.

또한 유원실업의 경우 박성운 대표이사가 경영을 전담하고 있지만 신 회장과 20년 사실혼 관계로 추정되는 서미경씨가 지분의 60%를, 서씨의 딸이 40%를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인 운영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더군다나 유원실업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지분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으며 금융감독원의 공시에도 롯데그룹의 계열사로 등록되지 않아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증권거래 시행령에서도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 배우자와 혼인 외 출생자의 생모도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 10호인 ‘현저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의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특수 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에 해당되는 것.
즉 롯데쇼핑이 특정 상품·용역의 수량을 전부 또는 대부분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계열사에 가치 증대 목적으로 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롯데쇼핑의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에 대해 공정거래 위원회에 조사요청서를 제출해 물량 몰아주기와 부동산 저가 임대 등을 통한 부당지원에 대해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만약 롯데그룹이 사실을 알면서 묵인하고 신 회장과 특수한 관계인 서씨에게 부당몰아주기혐의가 드러나면 주주들의 배임혐의 고소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얼마 전 경제개혁연대에서 공정위에 조사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정위에서 현명하게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공식적인 입장을 회피했다.

한때 잠실롯데의 실소유주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롯데그룹의 경영에 적극 참여해 파워를 자랑했던 서씨. 신동빈 부사장의 파워게임에서 밀려나면서 친인척들이 모두 자리에서 퇴진한 가운데 고령인 신 회장이 자신의 사후를 생각해 서씨와 두 딸들에게 보험차원의 선물로 롯데시네마의 식품사업들을 증정한 것이라는 말이 지배적이다. 또한 장녀인 신영자씨도 롯데쇼핑을 키우는데 일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신동빈 부사장이 경영전면에 나서게 되자 이를 위로하기 위한 특별선물이라는 것이다.

신 회장의 특별한 선물이 두 여자와 그룹차원에서 엄청난 무게의 파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유원실업은 어떤 곳?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유원실업은 자본금 6억원, 직원은 70여명. 그러나 직원 가운데 대부분은 매점에서 일하는 일용직 직원이다. 이 같은 작은 중소업체인 유원실업이 2003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수도권 대부분의 롯데 시네마 매점사업을 독식하고 있는 회사라고 하기엔 자본력과 능력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유원실업은 롯데전자 출신인 박성운(65)씨가 대표이사로 돼있으나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서씨와 딸이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어 실제소유주이다.

또한 서씨와 딸인 유미양은 유원실업의 지분 외에도 몇 곳의 롯데리아를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과 영등포점, 안양점, 잠실 롯데점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유기개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처럼 서씨가 롯데와 연관되어 있는 식품사업에 막대한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신 회장과의 특수한 관계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유원실업의 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대표이사가 출장을 갔으며 통화가 앞으로도 불가능하다”며 롯데 측과 관계된 질문을 일방적으로 회피하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질오너 서미경은 누구?

서미경씨는 안양예고 재학당시 77년 제1회 미스롯데에 당선됐다. 영화 ‘방년 18세’와 ‘단 둘이서’로 최고의 인기가도를 달리던 하이틴 스타였다.

70~8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그녀가 80년대 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그녀가 35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신격호 회장과 깊은 관계를 형성했다.

그 후 그녀는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채 외부와 단절하고 연예계를 은퇴했다. 하지만 세간에는 이미 그룹의 총수와 인기 하이틴 스타의 뜨거운 염문설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신격호의 샤롯데’라는 애칭을 얻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신격호 회장은 가장 사랑하는 문학작품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인 ‘샤롯데’에서 착안해 롯데라는 그룹의 이름을 정했을 정도로 ‘샤롯데’라는 인물에 애착을 가졌던 것. 이 후 서씨는 신격호의 숨겨진 연인으로 20여년 간을 살면서 두 딸을 낳았으며, 두 딸은 88년에 신 회장의 호적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첫째 유미 양은 대학생으로 알려져 있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서씨는 신 회장의 세 번째 여자이다. 신 회장은 1939년 같은 마을에 살던 노순화씨와 결혼해 딸 영자씨를 낳았으며 일본으로 건너가 45년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와 사이에서 아들 동주, 동빈을 낳았다. 그러나 서씨는 80년대 신 회장과의 만남 이후로 실질적인 안방마님이라는 호칭이 따라 붙었다.

서씨의 존재는 롯데가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며 일제히 함구하는 불문율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서씨의 현주소로 되어 있는 방배동 일대 동네주민들조차 서씨의 집이 신 회장의 거처로 알려져 있다. 결국 ‘샤롯데’ 서미경은 별당이 아니라 진정한 본가 마님으로 신 회장의 사랑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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