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과 금호아시아나, 짜고치는 고스톱(?)

몇해 동안이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최대어 급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대한통운이다. 이러한 가운데 관련업계는 최근 일련의 상황을 미루어 대한통운과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암묵적인 합의를 통해 금호아시아나를 최후의 승자로 밀어주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왜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일까?





금호아시아나 은인 군인공제회와 인연(?)
우선 군인공제회와 관련한 의혹. 대한통운의 현 대표이자 법정관리인인 이국동 사장의 친 동생은 A 현역 육군 소장이다. 군인공제회는 현역 군인들이 복리를 위해 개인 희망에 따라 월 2만~50만원을 적립하면 고리의 이자를 지급하는 단체다. 이러한 군인공제회는 외환위기 당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금호그룹이 자금난에 빠지자 금호타이어 주식을 온갖 의혹 가운데서도 인수해 위기를 벗어나게 해 준 이력을 가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2003년 7월 2,500만주의 금호타이어 지분을 군인공제회가 사들여 외국자본으로부터 금호타이어를 지킬 수 있었다”며 “2005년 9월 군인공제회가 잔여지분 1,000만주를 1주당 1만2,600원의 매각을 통해 1,239억원의 시세 차익을 시현해 기업과 투자자의 상생의 표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얘기일 뿐이다. 당시 군인들의 연금기금을 담보능력도 없는 회사에 2,500억원 이상 빌려주고 경영권이나 감사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거래를 한 점은 ‘특혜’라는 지적이 팽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국동 사장이 법원으로부터 원칙상 지난해 7월 법정관리인으로 재선임돼야 하나 12월이 돼서야 선임된 것은 현정권까지 특혜 속에 성장한 금호아시아나로부터 이 사장이 임기연장에 대한 약속을 받은 게 아니냐”고 제기했다.

대한통운은 “이 사장은 동생과 군인공제회와는 상관이 없다고 표명하고 있다”며“법정관리인 재선임도 12월이 정상 일정”이라고 답했다.


주가부양 통해 금호 보호 시작
대한통운이 주가 부양을 통해 주요 주주인 금호아시아나의 재산도 불리고 신규 기업들로부터 진입장벽을 형성하려 한다는 의혹이다.

최근 STX 강덕수 회장이 “대한통운 인수에는 무리하지 않겠다”고 표명한 점도 이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한통운의 현재 지분 구성은 골드만삭스가 25.96%, STX그룹이 14.74%, 금호아시아나가 14.1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보증채권 출자전환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대한통운의 최대주주는 STX그룹으로 21.30%, 2대주주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14.71%를 보유했다. 불과 1년 사이에 금호와 STX의 지분율 차이는 1%미만까지 좁혀진 셈이다.


대우빌딩 매각 시간 벌어주기
대한통운 주식은 지난 2004년 1주당 1만5,000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올 1월 3일에는 9만7,000원까지 치솟았고 현재도 8만원 중반대를 형성중이다. 특히 관련업계는 대한통운이 주가 부양과 관련해 쓰고 있는 방법으로는 택배사업 물량의 증가와 서비스 개선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택배물량이 월 700만박스 미만 수준이던 대한통운은 자체 조사를 통해 월 1,000만 박스를 돌파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발표하는 국가고객만족도(NCSI) 택배부문에서 대한통운은 올해 1위를 차지했으나 이는 협찬이나 광고 등이 없으면 선정되지 않는 게 관례“라며 “대한통운의 최근 행보는 주가 부양에 촉각을 세우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대한통운은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물류 인프라 투자액 중 70%이상을 택배 사업 투자와 연중 무휴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물량이 늘게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금호아시아나의 서울역 대우빌딩 매각이 대한통운 인수자금 실탄 마련과 관련돼 있으며 또한 인수자금 확보 시간 벌어주기라는 견해다. 무려 6조4,000억원이라는 대금을 써내 대우건설 인수의 최후의 승자가 된 금호아시아나로서는 1조원 전후로까지 추정되는 대한통운 인수자금이 추후 본격적인 매각 일정에 돌입할 경우 인수가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지난달 “서울역 대우빌딩을 매각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매물로 내놓았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관련 자산 매각은 없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그러나 박회장은 이를 몇달 사이 뒤집은 셈이다.

대한통운의 공식적인 매각일정은 리비아 정부로부터 대수로 공사에 대한 최종완공증명서(FAC)를 올 하반기 쯤 받은 이후 진행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얘기는 몇해 전부터 반복된 레퍼토리다.


매물도 안나왔는데 억측말라
대한통운의 새로운 주인이 되기 위한 관건은 향후 일정이 본격화될 때 골드만삭스 계열이 보유한 25.96%의 지분을 누가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채권단인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대한통운은 법정관리 기업임에 따라 채권단 의도보다는 법원의 의도와 결정에 따른 매각이 실시되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통운은 “철저히 법원 뜻을 따르고 있는 가운데 금호와의 암묵적 합의는 억측”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역시 “대한통운 인수 의지는 분명하나 결탁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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