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부회장의 승부수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나. ‘유통 명가’인 롯데가 최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쇼핑 산하 시네마사업본부가 2009년까지 극장업계 1위를 목표로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롯데는 홈쇼핑 채널인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뒤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치며 케이블방송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와 같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롯데의 공격적 행보에는 한국롯데 후계자인 신동빈 그룹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액 32조,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의 성적표다. 하지만 롯데 오너일가는 이런 성적표에 대해 실망하는 눈치다”며 “이에 따라 롯데의 주력인 유통·식품·화학 분야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재계에서는 롯데측이 최근 새로운 성장동력의 일환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성장동력, ‘엔터테인먼트’
롯데는 지난 1999년 롯데쇼핑 산하 시네마사업본부를 설립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본격 진출했다. 시네마사업본부에는 극장분야인 롯데시네마와 영화에 대한 투자·배급을 진행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로 나뉜다.

롯데시네마의 경우 진출 7년여만에 극장업계 2위로 올라서며 CJ CGV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롯데시네마는 극장수 38개관
스크린수 293개로 CGV(극장수 43, 스크린수 343)를 바짝 추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롯데시네마는 올해초 건대입구 극장 개장을 비롯해, 올해 안에 홍대, 미아, 전주갤러리아, 부산 센텀시티 등 11개관 86개 스크린을 추가로 오픈해 전체 47개관 359개 스크린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시네마의 김광섭 대표도 최근 “스크린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 2009년까지 80개관 630개를 확보함으로써 극장업계 1위에 올라설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2004년 12월 설립된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극장분야에 비해 아직까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롯데엔터테인먼트측은 매년 20여편의 영화에 대한 투자, 배급 및 수출입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과감한 투자와 선점전략을 통해 공격적인 경영을 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롯데백화점 등 기존 유통망을 십분 활용한다면 롯데가 엔터테인먼트사업의 실질적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후계자인 신동빈 그룹 부회장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회장, 진두진휘
최근 롯데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공격적 경영에 나선 것도 신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신 부회장과 롯데가 지난해 롯데쇼핑 상장으로 축적돼 있는 상당한 자금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또 “신 부회장과 롯데그룹이 ‘스크린 수 확대는 영화 인프라인 관객 확보로 직결되며 이를 통해 영화상영 전 광고매출 확대와 극장매점 매출확대 등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해 스크린 확대를 위한 투자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같은 롯데의 움직임에 대해 경쟁업체에서는 긴장하는 눈초리가 역력하다. 경쟁업체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스크린 수 확대 등 롯데측이 엔터테인먼트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경계할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롯데의 풍부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활용할 경우 멀지않은 장래에 업계의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롯데는 지난해 홈쇼핑 채널인 우리홈쇼핑을 인수해, 방송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우리홈쇼핑 인수도 신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그룹 최고위층이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대’에 대해 상당한 열의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여기에 롯데측은 최근 ‘우리홈쇼핑’ 이름을 ‘롯데홈쇼핑’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사명변경이후 롯데홈쇼핑은 총 1억원 상당의 경품 마케팅을 펼치며,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같은 물량공세는 CJ홈쇼핑·GS홈쇼핑 등 선발업체들을 겨냥한 것으로 기존업체들에는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CJ·오리온 주도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롯데그룹 관계자는 “유통·화학·식품 등 기존의 사업군에 비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경우 그룹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라며 “기존 사업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것’이라는 얘기는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처남(신격호 회장) -매제김병기 (롯데관광 회장)’간 악감정 터졌나

롯데그룹의 여행업 진출에 대해 롯데관광 등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온라인 유통업체 롯데닷컴을 통해 일본 여행사 JTB와 합작으로 여행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오는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롯데JTB(주)는 자본금 50억원으로 롯데닷컴과 JTB가 50%씩 투자, 공동경영체제로 운영된다.

롯데측이 이번 여행업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국내 여행사들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며,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롯데’라는 브랜드를 써온 롯데관광측은 롯데JTB의 출현으로 더욱 난처한 입장이 되고 있다. 롯데그룹과 롯데관광은 친인척 관계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씨의 남편이 바로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이다. 김 회장은 신 회장의 매제인 셈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호텔 및 유통부문을, 롯데관광은 여행업을 분담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여행업에 진출함으로써 롯데관광의 입지
는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쌓여왔던 신 회장과 김 회장과의 악감정이 터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측은 롯데관광이
‘롯데’로고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왔다”며 “그동안 불편한 관계 때문에 롯데측이 여행사 설립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관광뿐 아니라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 등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거대기업인 롯데의 여행업 진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대기업의 여행업 진출로 인해 중소 영세 여행사들의 줄도산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여행업계에서는 롯데의 여행업 진출에 대해 ‘생존권 위협’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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