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그룹, 장녀에게 주식증여한 내막
서경배 태평양그룹 회장이 최근 장녀 민정(16)양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아모레퍼시픽 주식 20만1,488주를 대량 증여해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한창 뛰어오르던 지난해 12월 초에 주식 증여가 이뤄져 증권 전문가들 또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주식 증여는 세 부담으로 인해 주가가 낮은 시점에서 하는 게 일반적인데 반해, 서 회장의 경우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을 증여해 의구심을 자아낸다. 수백억원대의 증여세를 물을지언정 기필코 그 시점에서 주식을 증여해야만 했던 서경배 태평양그룹 회장의 당시 상황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태평양그룹이 최근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서경배 태평양그룹 회장의 장녀인 민정양이 새로운 ‘미성년자 주식갑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학교 3년생인 민정양은 지난해 12월 6일 아버지인 서 회장으로부터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20만1,488주 전량을 증여받았다. 이를 통해 민정양은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지분 19.08%를 갖게 됐다. 변동일 당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의 종가는 26만7,000원으로, 이는 538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그러나 서 회장의 주식 증여는 몇 가지 의문을 남기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최고점일 때 증여가 이뤄진 배경에 증권 전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는 주가가 낮을 때 증여를 시도하는 게 그 동안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태평양그룹 측은 “최대주주(서경배 회장)의 뜻에 따라 개인 재산권 행사 차원에서 주가 상승과 상관없이 예정된 대로 진행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하지 말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룹 측의 이 같은 당부에도 불구, 서 회장의 주식 증여를 둘러싼 의혹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보통주는 지난해 9월 30만원대였고, 민정양에게 주식을 증여한 12월 초에는 50만원대로 상승했다. 우선주 또한 19만원대에서 20만원 후반까지 올라 주식을 증여하기에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는 26만원에 장이 마감됐다.

또 여타 기업 총수들과는 달리 서 회장의 가족·형제들은 일정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 그룹 경영에는 철저히 신경을 쓰지 않았던 점을 미뤄보더라도 서 회장이 민정양에게 서둘러 주식을 증여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서 회장의 깊은 뜻

그럼에도 불구, 지난해 12월 6일, 서 회장은 민정양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아모레퍼시픽 주식 전량을 증여하는 대신 200억원 상당의 세금를 납부하기로 했다.

실제 민정양은 지난 3월 22일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20만1,488주 가운데 45%에 해당하는 8만8,940주를 세무당국에 물납했다. 이를 가격으로 환산하면 210여억원 선이다. 지난해 9월 아모레퍼시픽 우선주가 20만원 미만인 시점에 증여를 했다면 주식총액은 400억원대로 약 50억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었던 것.

그렇다면 수백억원대의 증여세를 납부하면서까지 당시 중학교 2년생이었던 민정양에게 주식을 증여한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숨겨진 또 다른 사실이 담겨있다.

당시 태평양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자회사격인 아모레퍼시픽과의 분리를 꾀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서 회장의 우선주가 민정양에게 넘어간 것. 이후 태평양은 약 6개월 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아모레퍼시픽과 태평양 주식을 맞교환하는 공개 매수를 실시했다.

이때 주가에 따라 결정된 두 회사의 교환 비율은 아모레퍼시픽 1주당 태평양 3.38주. 태평양이 지주화를 선언함으로써 사업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껑충’ 뛰어오른 반면, 지주회사 격인 태평양그룹의 주식은 ‘폭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민정양은 증여세로 납부할 예정인 8만8,940주를 제외한 11만2,548주로 태평양그룹의 주식 24만여주를 매입했다. 지주사의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각 계열사의 주식을 갖게 돼 자연스럽게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즉, 아모레퍼시픽은 물론 ▲퍼시픽글라스 ▲장원산업 ▲태평양제약 ▲아모스프로페셔널 ▲에뛰드 등 6개 자회사 및 ▲태평양개발 ▲태신인팩 등 2개의 계열사 지분을 갖게 된 셈이다. 또한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 홍콩, 싱가포르 등 11개국 14개 해외 현지법인과 투자법인이 아모레퍼시픽의 지배하에 있어 그야말로 ‘앉아서’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

아모레퍼시픽의 우선주를 증여한 서 회장의 생각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 회장이 증여한 우선주는 발행 후 10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신형우선주’로, 민정양은 향후 지주회사 태평양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을 비롯, 6개 자회사와 2개 계열사의 경영권을 가지게 된다.

민정양 주식 증여와 관련, 태평양그룹측은 “그런 건(태평양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자회사 지분도 획득할 수 있다는 점) 전혀 예상치 않았던 점이었다”며 “역으로 계산하면 그런 결과를 낳지만 우린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민정양 미성년 주식갑부 5위

미성년자 주식부호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그 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미성년 주식부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동선군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서경배 태평양그룹 사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은 민정양이 동선군을 제치면서 ‘미성년 주식갑부’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민정양은 지난 3월, 200억원대의 증여세를 주식으로 물납하면서 순위는 많이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30위권 밖이었던 민정양이 증여세를 납부했음에도 불구, 현재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동선군은 434억원의 평가액을 기록, ‘미성년자 주식부호’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의 장남인 동엽군(377억원)과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의 장남인 웅모군(255억원), 윤장섭 성보실업 회장의 조카 손자인 태현군(153억원), 허용수 승산 사장의 장남인 석홍군(145억원)이 차례로 2, 3, 4,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5개월여가 흐른 현재 순위가 많이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차녀인 유홍양이다. 유홍양은 최근 아버지의 한진해운 주식을 대거 상속받으면서 미성년자 주식부호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유홍양의 경우 주식 평가액만 4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동선군이 461억7,000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고, 동엽군과 웅모군 또한 한 계단씩 하락해 3, 4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의 주식 평가액은 각각 275억8,000만원과 260억6,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5위는 민정양이 차지했다. 민정양의 경우 태평양 우선주 24만1,271주와 농심홀딩스 주식 1만560주를 포함한 평가액이 257억2,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 65만원 넘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기세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화장품 업종 대표’ 아모레퍼시픽이 15거래일째 상승을 이어가며 장중 65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5월 18일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전날보다 1,000원이 오른 69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 급상승의 원인은 내수업종 대표로서의 시장지배력과 이익 안정성에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른 프리미엄 채널 분야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이며 영업이익률을 높이고 있다는 점과 해외 14개국의 현지 법인 매출이 전체의 12.6%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점 등도 시장에서 높게 평가하는 요인이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상승과 함께 지주회사인 태평양의 주가도 치솟고 있어 서경배 사장의 평가 이익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서 사장은 아모레퍼시픽 지분의 9.08%에 해당하는 62만6,445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현재 주가로 환산할 경우 4,328억원이 된다. 지난 4월 3일 주가가 51만2,000원이었을 때의 환산액이 3,207억원이었으므로, 서 사장은 불과 한달 보름만에 아모레퍼시픽으로만 1,121억원 가까이 재산이 늘어난
셈.

또한 서 사장은 현재 18만2,500원에 거래되고 있는 태평양의 지분 51.37%를 보유하고 있어, 태평양과 아모레퍼시픽 보유 지분액수는 1조원을 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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