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M&A 노출 ‘위험수위’

“포스코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선제적 조치에 수백만 달러를 쓰지 말고, 차라리 풍부한 현금 자금의 일부를 신규 성장동력 개발에 투자하라.”
지난달 23일 세계 3대 신문 중 하나인 영국의 국제 경제전문 조간신문인 파이낸셜타임스가 사설에서 이렇게 따끔하게 충고했다. 포스코가 잠재적인 적대적 인수위협을 우려해 우호지분 늘리기 같은 지나친 과잉반응만을 보이지 말고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아 나서라는 것이다.
이처럼 포스코의 호흡이 가빠졌다. 이구택 회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위기설, 적대적 인수합병(M&A)설을 밝히고 있다. 이에 지난달 말에는 현대중공업 주식과 1%를 맞교환했으며, 우리은행과 농협에 지분 추가 인수를 요청했다. 우호 지분 늘리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또한 여·야를 막론하고 포스코를 살리기 위한 한국판 엑슨-플로리오 법안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포항시민들은 포스코 주식 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IMF를 극복할 때처럼 정치권의 여·야 목소리가 따로 없으며 범국민적인 도움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포스코의 적대적 인수로 가장 유력한 회사로 점쳐지는 세계 최강의 철강 회사 아르셀로 미탈측은 공식적으로 ‘인수 의향이 없다’고 누누이 밝히고 있다.
최근에는 포스코 보다 현대제철에 관심이 있다는 공식적인 발언을 했다.
이같이 해외에서 포스코 적대적 M&A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는 위기설이 나돌 때마다 우호지분을 늘릴 때마다 널뛰기처럼 훌쩍 뛰며 40만원대로 폭등해버린 주식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주식 폭등으로 엄청난 수혜를 입은 사람은 7000억원의 수익을 챙긴 투자 귀재 워런 버핏과 주식 8만9666주를 보유하고 있는 이구택 회장, 포스코 임직원들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스톡옵션으로 이 회장은 199억원, 윤석만 사장은 35억원, 이윤 사장은 40억원, 조성식 사장은 12억원, 정준양 부사장은 21억원, 이동희 전무는 21억원의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또한 이중 일부에 대해서 행사가 가능해 바로 현금화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은 ‘만에 하나 알 수 없는 일’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냉정히 따지자면 포스코의 적대적 M&A 진앙지는 바로 포스코발(發)이다. 국내에서는 비상사태, 해외에서는 부정적인 포스코의 적대적 인수설. 또 다른 속내는 없는 걸까? 포스코는 정말 위험하기는 한 걸까? 짚어본다.


“관심없다.” “위험하다.” “인수하지 않는다.” “뒤통수를 경계하라.”

포스코와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 미탈 측은 적대적 M&A의 위기설에 각각 이렇게 밝히고 있다. 포스코는 의혹의 눈초리를, 아르셀로 미탈 측은 관심 없음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어쨌거나 포스코의 생존 필살기가 눈물겹다. 이 같은 노력에 의한 호재도 작용해 최근 급등한 주식은 좀처럼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포스코는 해외에서 M&A를 시도할만한 가장 군침 도는 철강회사임은 분명하다. 연간 매출이 20조원, 영업이익이 4조원, 시가총액은 35조원, 현금 창출이 7조원 정도이다. 무엇보다 대주주가 없으며, 외국인 지분이 60%에 육박하고 국내 철강의 독점권까지 생각하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회사다. 또한 최근 세계철강 사업이 한차례 엄청난 위력으로 대대적 합병 인수 폭풍을 몰고 지나갔다.


몸집 너무 커버린 공룡기업
실제로 지난해 철강업체 1위인 미탈이 비슷한 덩치의 2위인 아르셀로를 인수 합병을 하면서 세계 철강업체는 충격에 싸였다.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인수하는 관례가 깨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멕시코 최대 철강업체인 시카르차를 인수했고, 미국 3위 제철사인 AK스틸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업계 56위인 인도의 타타스틸이 8위인 코러스를 인수해 단숨에 업계 5위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언론들은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인수합병이 가능했던 것은 미탈이 아르셀로를 인수한 가격이 조강생산량 기준 톤당 628달러였으며, 타타스틸이 코러스를 인수한 가격 톤당 571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1100달러가 넘어가 이미 덩치가 너무 커버렸다. 다시 적대적 M&A시도가 본격화될 경우 t당 인수비용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약 6만6000달러로 신닛테쓰, 아르셀로, US스틸 평균연봉 6만 2000달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임금은 높지만 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포스코 인수에 대해 가장 회의적인 이유는 한국 자본과 정부의 과도한 민족주의 성향과 민족 자본에 대한 국민들의 집착을 들고 있다. 한국 기업인 포스코를 외국 자본에서 인수했을 경우 과연 지금처럼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모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시장의 뉴스와 데이터, 분석정보를 서비스하는 미국의 미디어 그룹인 블룸버그 통신도 얼마 전 아르셀로 미탈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디타 미탈이 미국의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포스코와 우호적인 관계이며 포스코 인수합병은 논의사항이 아니다”고 밝혔다. 미탈 회장도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를 만나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불안한 포스코 강박증?

이에 세계 증권가에서는 아르셀로 미탈이 최근 인수과정에서 총 금액 333억 달러 중 120억 달러의 현금을 동원해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또 이동희 포스코 부사장(CFO)도 “포스코의 가치는 t당 1000달러이며, 적대적 인수 합병 시 t당 2000달러의 비용이 들어 투자에 비해
실익이 적을 것” 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포스코 내부는 비장하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감의 조성이 상당하다.

내부에 M&A 태스크포스를 강화했으며 산업자원부와 청와대에도 정책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등 대내외적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언론과 접촉이 있을 때마다 적대적 M&A에 대해서 역설하고 있다. 아르셀로 미탈사가 해외언론을 통해 포스코의 인수합병에 대해서 부정하거나 회의적인 입장을 보일때 마다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청암상 시상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상에 M&A를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나” 고 주장했다. 또 아르셀로-미탈의 현대제철 M&A설이 나돌자 지난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07년 포스코 아시아 포럼’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전혀 믿지 않는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석만 사장도 “2004년 9월 70%까지 올라간 포스코의 외국인 지분율이 현재 60%까지 내려갔다. 그전에 포스코를 인수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한 포스코 창업자인 박태준 명예회장도 한 목소리로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이 알려진 것보다 심
각한 수준이다” 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포스코의 생존전략법이 구체화되고 있다. 얼마 전 포스코 주식 1%를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중공업주식 1.98%와 교환했으며, 동국제강과도 냉연제품을 생산하는 계열사 지분을 교환키로 했다. 명분은 안정적 거래. 냉연사업에서의 경쟁력 강화이지만 속내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지분 강화다. 또 주거래은행인 농협과 우리은행에 우호지분을 매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신일본제철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신일본제철은 포스코 지분 2%를 매입했으며, 포스코는 금액을 맞춰 신일본제철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이와 같은 교류와 협력도 적대적인 M&A 등의 상황에서 서로 도움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세계 유력 철강사들이 해외 언론에 포스코에 대한 인수합병 의사가 없음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이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적대적 인수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오히려 포스코는 호재로 작용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적대적 M&A가 주식 상승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포스코와 현대 중공업의 주식 맞교환 가능성이 제기되자 주식이 상승했으며, 지난달 30일에는 미국에서 M&A가 부각되자마자 주식이 폭등해 40만원대를 기록했다.


이구택 회장 199억 대박

M&A가 가장 많이 거론된 올해 상승률만 30%에 이르며 특히 최근 두 달 사이 주식이 9% 상승하는 등 M&A설의 위력을 과시했다. 이것은 평상시
포스코의 주식을 50만원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이 회장의 생각과 맞아떨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재계의 한 전문가는 포스코의 적대적 인수합병설은 내외적으로 포스코는 적극 활용될 수 있는 카드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내적으로는 직원들에게 위기감 조성과 함께 회사 분위기에 강렬한 자극이 될 수 있으며, 임금조정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것.

또한 포항에서 일고 있는 포스코 주식사기 운동에서처럼 국민감성을 유도할 수 있는 홍보용으로 적극 쓰일 수 있으며 이번 6월 임시국회에 상정될 한국판 엑슨 플로리오법안도 결국 국내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조건으로 환경을 바꿔 꿩먹고 알먹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또
M&A에 휩쓸리지 않고 고비를 넘긴다면 포스코의 경영진은 성공적인 운영을 했다는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어쨌거나 포스코는 다양한 시각으로 보아도 분명 해외의 적대적 M&A설에 끊임없이 휘말리고 있으며, 풍부한 성장 동력을 가진 기업이다. 그러나 포스코는 적대적 M&A를 잘 활용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일고 있는 위기설을 잘 극복하고 있다. 앞으로 포스코는 M&A를 슬기롭게 잘 극복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부에서 지나친 과잉방어로 호들갑스럽다고 비아냥을 듣고 있을 만큼 꾸준히 돌다리를 두드리고 있는 포스코. 내년 이맘때쯤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 포스코의 위기염려증 때문에 생긴 국민들의 불안감이 사라져 있을까. 경영진의 운영 묘미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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