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공단에선 무슨 일이 ...
지난달 치러진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산업인력공단)의 ‘프레스금형 산업기사’ 실기시험 도중 수험생들이 집단으로 시험을 거부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수험생들이 집단으로 시험을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사건의 전모와 산업인력공단의 기능시험 관리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회원게시판에는 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하는 금형 산업기사 실기시험 집단 거부 등의 내용이 담긴 민원성 글이 게재됐다.
내용을 보면 올 1월부터 출제 기준이 바뀐 프레스 금형 산업기사 실기시험문제가 제대로 출제되지 않아 시험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민원 봇물

또 시험을 거부한 수험생은 응시장에 파견된 공단 측 관계자로부터 시험거부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말을 듣고 시험을 거부했지만 이후 불합격 처리됐다는 내용이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지난달 22일 한국폴리텍2 인천대학 제3기술교육관에서 산업인력공단의 프레스금형산업기사 실기시험 2과제 시간 응시장에 있던 일부 수험생이 출제 문제가 이상하다며 공단측 감독관과 마찰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공단 측 시험 감독관이 수험생의 항의에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면서 응시장에 있던 수험생 7명이 집단으로 퇴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한국폴리텍2인천대학 제3기술교육관에서 치러진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은 모두 8명으로 1명은 1과제 시험 도중 자발적으로 기권했고, 나머지 7명은 2과제 시험에 응시했다. 프레스금형산업기사 실기시험은 3과제로 나눠 진행된다.

산업인력공단은 이에 대해 시험기준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수험생들이 올해부터 새롭게 바뀐 출제기준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해프닝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출제기준을 보면 컴퓨터제어(CNC)공작기계 작업부분 기준은 ▲머시닝센터 가공작업 능력 ▲프로그램 입력 작업 능력으로 나뉘는데 수험생들이 프로그램 입력 작업 부분을 머시닝센터 등 일부 가공프로그램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또 수험생들이 숙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관련 교재에도 공작기계 종류를 선반, 밀링, 머시닝센터, 터닝센터, 복합가공기, 와이어 컷 머신 등 다양하게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전문가 회의를 통해서도 출제 문제는 이상이 없었다”며 “수험생이 출제기준을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시험을 거부한 수험생들은 기권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실기시험 1과제가 비교적 어렵게 출제된 점도 수험생들이 시험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일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험 집단 거부 사건은 수험생이 출제기준을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산업인력공단은 수험생들의 오해가 새로운 출제기준에 대한 홍보 부족 때문이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달 수험생 집단 퇴실과정과 산업인력공단 인천지역본부의 사후 처리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시험 당일 공단 인천지역본부 시험 전문 감독관 2명이 파견됐다. 하지만 공단 측 시험 감독관들은 출제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는 수험생들의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인천지역본부는 실기 시험 종료 후 수험생들의 집단 시험거부 내용을 담은 공식 질의서를 보내 출제 문제 기준을 확인했다.


수험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또 문제가 없다는 중앙본부의 공식 답변을 받고서야 수험생들에게 답변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인력공단 인천지역본부 시험 감독관들이 새로운 출제기준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부분이다. 수험생과 시험을 총괄해야 할 감독관이 새로운 출제기준을 자세히 숙지하지 못해 수험생들의 혼란을 키운 셈이다.

이는 산업인력공단에서 공시한 출제기준이 수험생들이 정확하게 이해할 만큼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산업인력공단이 올해부터 치러지는 새로운 형태의 프레스금형산업기사 시험에 대한 출제기준을 첫 시험 3개월 전에 발표한 점도 수험생들의 혼
란을 일으킨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산업인력공단은 지난해 12월 4일 프레스금형산업기사에 대한 새로운 출제기준을 공시했으며 올해 첫 필기시험은 3월에 치러졌다.

때문에 국가기능 수험생들은 기능시험이 현실에 맞게 업그레이드되고 있어 미흡한 홍보부족이 자칫 다른 시험의 집단 응시거부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가기능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씨(25·서울)는 “새로운 출제기준에 대한 혼란을 막기 위해 공단이 직접 오해소지가 있는 부분을 파악해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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