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철도 현대화 비용, 추산 조건 따라 달라져…비용 추계 투명하게 공개해야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상을 현실화하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에 들어갈 막대한 비용 추산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이 현실화되면 한반도와 유럽 대륙을 잇는 물류교통망이라는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철도·도로 연결 사업에 따른 비용 부담과 경제적 파급 효과 외에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어 장기적 관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개최된 평양 정상회담 이후 동서해선 철도 연결 현지 조사가 재추진되면서 남북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남북 정상이 철도와 도로를 연내 착공키로 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남북 경협과 관련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에는 국회 철도·통일·경제 포럼이 주관한 남북철도·도로 연결 방안 모색 정책간담회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남북한 SOC(사회간접자본) 기술협력센터설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건설연은 북한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4월 통일북방연구센터를 신설하고, 북한 SOC 문제와 관련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 왔다.

 

철도연은 최근 한·중 한·러 간 정상회담에서 철도 연계 사업 논의를 진행하는 등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사업을 위한 국가 간 철도 상호운영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철도연은 열차바퀴 교환 없이 남북 및 대륙철도를 달릴 수 있는 궤간가변대차와 국가 간 상호 운영이 가능한 차량연결기 및 제동장치를 개발하는 등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구현에 기반이 되는 핵심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남한·북한·일본·중국·러시아·몽골 등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교통·물류 공동체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이에 철도연은 핵심기술을 적용해 몽골, 중국, 러시아에서 운행할 수 있는 동북아 공동화차 기술을 완성할 계획이다.

 

또한 러시아 철도기술연구원과 관련 부품 성능 시험을 협력 진행해 이달 내 서울에서 국제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 현대로템, 포스코 등 남북경협 수혜주로 부각

 

한편 정부는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 구상을 통해 러시아를 중심으로 신북방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러 양국 간 민간경제 협력 채널 구축으로 러시아 시장 문턱도 한층 낮아져, 에너지·물류·전선 등 현지 여러 분야 사업 확대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러기업협의회가 양국 간 경제관계 강화와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지난달 11일 체결함에 따라 북방경제 활성화도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기업협의회는 한국과 러시아 간 무역 및 투자 증진을 위해 시장정보와 사업기회를 교환하고, 양국 회원사 간 상호 이익을 위한 협력관계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포럼, 컨퍼런스를 비롯한 경제 협력 관련 행사와 다자간 공동 교류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면 석유화학·광물자원개발·전력·교통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협력할 경우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등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시장으로의 접근도 용이해 질 전망이다.

 

특히 남북 경제협력 본격화에 대비해 동북아 물류망을 강화해 온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 러시아 물류기업 페스코와 전략적 협업 및 공동 사업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5월에는 중국 랴오닝성 최대 도시인 선양에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센터를 열어 동북 3성 지역 물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구체화될 경우, 기차와 트럭 등으로 유라시아 지역까지 물류를 운반할 수 있게 되면 물류비용이 크게 단축되고, 수요 또한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철도차량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로템, 레일 등에 사용되는 철강을 공급하는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계가 CJ대한통운과 함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될 경우, 철로를 통한 북한 광산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포스코는 석탄유연탄 등 자원 수입뿐만 아니라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현대글로비스 역시 국내 최초로 러시아 극동-극서 구간 정기 급행 화물열차를 운영하며 북방물류 사업을 본격화하는 등, 북방물류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물류·운송업계는 연내 북미 간 돌파구가 열리지 않더라도 공공인프라 구축은 유엔 대북제재의 예외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신북방물류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선 비핵화 없는 남북경협은 신기루에 불과

 

하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철도 현대화에 필요한 비용 추계를 둘러싸고는 논란이 분분하다. 우선 정부는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 2951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있지만, 민간기관이 내놓은 비용 추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지금까지 구체적인 비용 추계를 밝히지 않아 막연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정양석 의원(자유한국당)은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에 들어가는 사업비가 43조여 원이라는 추산치를 내놨다.

 

이 비용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철도 건설 단가표에 근거한 것으로, 철도의 1km당 단가(355억 원, 토지 수용비 제외)에 북한 철도 구간의 길이를 곱한 뒤, 북한의 인력 제공을 감안해 전체 비용의 10% 인건비를 제외한 것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지난 1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40조여 원의 사업비는 남측 공사비를 기준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밝히고, “아직 공동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엔사 협의를 통해 현지조사를 하고, 이를 기반으로 밝힐 사안이 있으면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남북경협의 첫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철도 연결 사업에는 이 같은 논란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라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우리가 민족공조를 강화할수록 북한의 비핵화는 멀어진다면서 정부의 선 남북관계 발전, 후 북핵 폐기 구도는 위험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경협을 서두르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이에 앞서 북핵 폐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남북 SOC 사업이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지려면 먼저 북한이 국제 규범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선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남북 경협은 신기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철도 연결 사업, 완공 후 남한의 성장효과 감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작년 12월에 발표한 남북한 경제통합 분석모형 구축과 성장효과 분석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은 건설 초기 10년 간은 급하게 성장 효과가 증가한 후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인프라 집약적 경협 사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초기 건설기간 이후 사업 규모가 대폭 축소되는 등 다양한 경협 형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한의 성장효과 특징은 초기 건설 기간에는 성장효과가 높게 나타지만, 완공 이후에는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같은 경제성장 효과를 감안했을 때, 남북경협 사업은 보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며, 북한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는 사업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를 발표한 최장호 KIEP 통일국제팀장은 지난달 20일 여의도에서 개최된 ‘2018 경제산업비전 포럼에서 남북경협을 위한 제도개선과 관련, 남북경협 사업에서 어려운 것은 통신·통관·통행 등 3통인데, 여기에 정부의 통제까지 영향이 더해져 남한의 리스크까지 부담이 커졌다,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와 2000년 투자보호협정, 청산결제, 이중과세방지조약, 상사중재 등 4개경협합의서를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남북경협의 핵심 열쇠인 만큼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구상이 현실화 되려면 북핵 폐기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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